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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판다 Nov 15. 2021

똥꿈을 꾸고 복권을 샀다

꿈을 꿨다.

무려 똥밭에서 구르는 꿈을 꿨다.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 어쩌면 이번에는..하는 기대가 피어올랐다.


나는 어쩌다 한 번씩 똥꿈을 는데 안타깝게도 꿈속의 나는 어떻게든 똥에 닿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사방팔방 똥 범벅인 곳에서 발끝을 세워 그것들을 용케 피하고 난 후 한 숨을 돌리던 꿈속의 나에게, 꿈에서 깬 내가 탄식하며 온갖 비난을 퍼붓기를 여러 번. 그래도 혹시 몰라 그때마다 일말의 기대감을 가지고 복권을 샀지만 단 한 번도, 심지어 오천 원도 당첨이 되질 않았다. 아무래도 똥을 피한 것이 원인인 것 같아 다음에 또 기회가 온다면 - 똥꿈이 무슨 기회라고- 기필코 몸에 똥칠갑을 해주리라 다짐하던 차에 드디어! 드디어!! 똥밭에서 구르는 꿈을 꾼 것이다.

 



사는 게 왜 이리 힘드냐 싶던 시기, 사주를 몇 번 보러 갔다. 사람 앞일은 알 수 없는 거라지만 그래도 조금의 힌트라도 얻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가 없지 않나.

 쥐구멍엔 언제쯤 볕이 들까요 선생님?

그런데 어딜 가도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평생 일한 만큼 벌어먹고 살 거야
큰돈이 들어올 운은 없어


아 이런. 내 팔자에 일확천금은 없단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일복이 있어 굶어 죽을 일도 없단다. 기대도 안했다만 괜히 실망스러운 사주였다.



그 후로 복권 당첨의 꿈은 접자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막상 똥꿈을 꾸고 나니 사람 마음이 또 그게 아닌 거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복권을 샀다. 뭐가 얻어걸릴지 모르니까 로또도 사고 즉석복권도 사고 연금복권도 샀다. 이전까지는  무조건 이천 원어치만 샀던 터라 복권에 이렇게 돈을 많이 써보기는 처음이었다. 그게 다가 아니다. 일부러 1등이 여섯 번이나 나왔다는 곳에 찾아가기까지 했다. 그만큼 진심이었다.




이번 로또 1등 당첨자는 당첨금이 58억 원이라는 기사를 보고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왔다. 와. 이런 운을 가진 사람들도 있구나.

나는 역시나 똥꿈은 개뿔, 그냥 개꿈이었다. 또 속았다. 내 꿈에 내가 속았으니 누굴 원망할 수도 없고. 쩝. 쓴 입맛만 다실뿐이다.


평생을 열심히 일했지만 지독하게 돈과의 연이 없었던 부모  밑에서 자란 탓에 세상에서 돈이 세상에서 제일 무섭다는 생각을 하고 자랐다. 돈이 없으면 사람이 얼마나 작아지고 비겁해지는지, 가난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그렇다고 돈 욕심을 부리거나 요행을 바라고 살지는 않았는데 이번에 꾼 똥꿈 때문에 잠시 헛바람이 들었음을 인정한다.

호델에서 코스 요리를 먹지는 못해도 삼시세끼 챙겨 먹을 만큼은 벌고 살 팔자라고 하니 아무래도 그정도로 만족해야겠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개미처럼 일한다.


똥은.. 그저 잘 싸면 그게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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