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피어 웃음이 되다
해산
어느 날 밤
하얀 꽃 꿈을 꾸었네
아빠는 하얀 메밀꽃밭
엄마는 학교 담장의 큼지막한 백장미
하얀 꽃을 닮은
아들이 태어났네
하얀 미소가 눈부신
미소 천사라네
꽃잎 떨어져 밟히면
밑창 자국 검게 남을세라
사람 들지 않는 정원에 심을까,
하다가도
넓은 메밀꽃밭처럼
얼굴만 한 백장미 넝쿨처럼
피고 피어
하얀 웃음소리에 하늘도 미소 짓길,
하얀 기도를 마음에 심어보네.
부부가 같은 날 흰 꽃이 나오는 꿈을 꾸었다.
꽃의 종류와 장소, 장면은 서로 달랐지만 하얀 꽃들이 인상적이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둘째 계획이 있었던 우리는 '이번에는 딸이로구나!' 내심 기대했건만, 딸보다 예쁜 아들이 찾아왔다. 돌 무렵 찍은 여권 사진 봉투에는 사진관 아저씨가 '여자애'라고 써 놓았었다. 딸이라는 오해를 무수히 받으며, 딸처럼 애교도 있고 징징거림도 일상적인 어린이가 되었다.
세상에 당연한 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형보다 더 절실히, 깊이 가르쳐준 아이. 신생아집중치료실에서 매 순간 온몸을 들썩거리며 자가 호흡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숨 쉬는 것이 그토록 위대한 과업임을 알았다. 학교 공개 수업 때 자신의 특기로 '숨 쉬기'를 발표해 웃다가도 생각해 보니 맞는 말이어서 끄덕끄덕했던 기억이 난다.
비록 난청, 소이증, 발달 지연…여러 가지 어려움을 갖고 자라고 있지만, 하얀 꽃이 상징하는 아들만의 예쁜 삶이 펼쳐지는 모습을 기대하며 응원한다. 이 글을 쓰는 지금 뒤에서 스티커와 초콜릿을 위해 억지 독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