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cklist
01. 정말 사랑해요
02. 정말 사랑해요 (A Cool Boy Remix)
03. 정말 사랑해요 (Music Track)
할 얘기가 있어. 커피라도 마시면서 얘기하고 싶어요
역사를 통틀어 한반도와 일본 열도는 '가깝고도 먼 이웃'이었습니다. 생긴 것도 언어도 비슷하지만 사고방식이나 문화가 크게 다르고, 결정적으로 20세기 초 식민 지배 이후로는 좋게 말하면 라이벌, 나쁘게 말하면 숙적으로 서로를 인식해 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느 쪽이든 상대국에 대한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만으로도 자국인들에게 격한 비난을 듣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웃인 터라 한국과 일본은 계속 교류하고 있으며, 두 나라의 유명인들 중에서도 서로에 대해 호감을 갖고 공식적으로 친한 또는 친일을 표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21세기에 들어서 가장 친한파 일본 연예인을 꼽자면 쿠사나기 츠요시(초난 강)가 가장 먼저 거론이 될 것입니다. 한국에서 음악과 영화로 활동하기도 했으며, 자국인 일본에서의 방송에서도 한국어를 당당히 사용하고 한국에 대한 애정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본작은 일본의 최장수 그룹이자 엄청난 인기를 얻어온 SMAP의 멤버인 그가 이웃나라인 한국에 전하는 진심 어린 한 마디라 생각됩니다.
Ah 사랑해요 Woo 사랑해요
이 곡의 일본어 제목은 '사랑의 노래~정말 사랑해요~(愛の唄 〜チョンマルサランヘヨ〜)'입니다. '정말 사랑해요'라는 한국어 제목을 일본인들도 알 수 있게끔 카타카나로 표기했습니다. 그리고 가사는 쿠사나기가 직접 한국어로 번역했습니다. 그래서인지 가사는 다소 귀엽고 한국어 어법상 어색한 부분이 있지만, 자세히 보면 종성(받침)이 없거나 다음 음절로 연음이 되어 발음할 수 있는 표현들로 이뤄져 있습니다. 종성이 없이 자음과 모음이 결합된 표음문자를 사용하는 일본어 체계상 한국어의 받침이 꽤나 까다로웠을 텐데, 크게 전달에 문제없도록 고심한 흔적이 엿보입니다.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
곡의 내용만 보면 전형적인 사랑 노래입니다. 여자 친구가 무서운 꿈을 꾸어 전화하는 데서부터 노래가 시작하고, 연인과의 소확행을 생각하고 다짐하는 내용이 주를 이룹니다. 크게 눈에 띄는 부분 없이 무난 무난한 곡이지만, 뮤직비디오를 보면 여자 친구는 한국인이며, 한국에서 만났다가 일본으로 돌아간 쿠사나기를 찾아 여자 친구가 일본으로 오고, 그녀와 재회한 쿠사나기가 한국에 가 여자 친구 가족을 만나 결혼을 승낙받는다는 내용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몇 가지를 간략히 이야기하면
여자 친구는 한국인이다.
모종의 이유로 쿠사나기가 일본으로 돌아갔다.
여친이 쿠사나기를 찾아 일본으로 왔다.
쿠사나기가 여친을 만나고, 한국으로 가 여친 부모님께 결혼을 승낙받는다.
여기서 눈여겨본 부분은 쿠사나기가 뮤비에서도 한국어를 쓴다는 것과, 후반부에서 직접 여자 친구의 부모님을 찾아가 결혼 승낙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필자가 일본 문화를 잘 알지 못하여 일본에서는 어떤지 모르겠으나, 남자가 여자 쪽 부모님을 뵙고 결혼 승낙을 받는다는 부분이 다분히 '한국적'인 것으로 느껴졌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쿠사나기가 한국에 대해 말 이외에도 여러 부분 관심을 갖고 알아왔다고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데도 굳이 한국어를 쓴다는 것 역시 한국에 대한 'respect'라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생각하게 됐습니다. 어쩌면 이 싱글은 일본의 최고 아이돌 그룹 멤버가 한국에 보내는 러브 레터가 아닐까 하고요. 에바 쎄바 참치일 수도 있겠지만, 이후 쿠사나기의 행보를 보면 그의 한국에 대한 애정은 찐이라는 게 보입니다. (당장 영화 <기생충>이 대박을 치자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짜파구리를 만들어 먹는 콘텐츠를 선보이면서 깨알같이 한국어를 쏟아냅니다) 그런 점에서, 하필 2000년대 초반 한국에서 소위 '엽기' 문화가 성행하던 때 나타나 하필 유치한 캐릭터를 콘셉트로 나타나서 저평가를 받았던 점이 상당히 안타깝습니다.
돌아보지 마라 후회하지 마라
Yeah Yeah 앞에 앞에 나가자
계기가 어땠든 지금까지 한국을 사랑하고 이를 자연스럽고 당당하게 내보이는 일본인 연예인이 있다는 것은 참 감사한 일입니다. 최근에도 한일 무역 분쟁, 무비자 정책 중단, 위안부 재판에서의 일본 측 패소 등으로 한일 관계는 그다지 좋지 못한 상황입니다. 물론 국가 간의 관계에서 우리가 늘 양보하고 호구 잡히기보다는 당당하게 우리의 것을 요구하고 지키고 쟁취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삐걱거림은 불가피합니다. 그러나 그런 삐걱거림이 우리가 일본을 무조건적으로 배척하는 이유가 되어선 안될 것입니다.
20년 전에 나온 노래 한 곡으로 해묵은 감정과 작금의 대립이 해소되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이런 양국 간 대립 속에도 한국을 좋아하고 한국의 것에 애정을 표하는 일본인이 있으니, 그를 통하여서든 우리의 주체적인 노력에 의해서든 또 다른 '초난강'이 등장하고 계속해서 선순환으로 이어진다면, 진정으로 한일 양국이 '이웃'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