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
너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랬던 것 같다. 너는 수조 안에 있는 물고기 같았다. 상대는 다른 쪽을 보고 있는데도 여전히 그의 꼬리만 하염없이 바라보는 가련한 물고기. 바위 속에 숨어, 수초 속에 숨어 그를 바라보기만 하는 바보 같은 물고기. 가끔 그 물고기가 네 쪽으로 고개만 기울여도 꼬리를 흔들며 바짝 다가갔다가, 지느러미를 뜯기곤 하는 물고기였다.
그런 네가 가여워 손을 잡고 더 나아가지 못하게 하고 싶으면서도, 순진한 네 사랑이 예뻐 그저 지켜보기만 했다. 매일 수조 곁에 서서 먹이를 주고 청소해 주는 이처럼. 또 바위가 되고 수초가 되어, 네가 쉴 수 있게 곁을 내주고, 자신을 숨기고 싶을 때는 가만히 자리를 내주었다. 수초 안의 모든 풍경은 너를 사랑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 넌 많이 울었다. 차마 말하지 못했던 내가, 용기 없던 내가 미리 그려본 미래였다. 나는 마치 멸망을 전하는 비극의 예언자가 된 것 같았다. 하나둘 그 그림이 현실이 될 때마다 내 마음도 함께 찢어졌다. 서리를 참아낸 선홍빛 감이 바람에 맞아 땅에 떨어져 뭉개지듯, 예쁜 너는 하염없이 무너져 내렸다. 너만큼이나 사랑스러웠던 오랜 네 사랑도 형체 없이 녹아내려, 진한 눈물이 되어 넘쳐흘렀다.
사람을 좋아하고 웃음이 많던 너는 그날부터 모든 소리를 줄여 나가기 시작했다. 서서히 줄어드는 라디오의 볼륨처럼, 소리는 점점 희미해졌다. 언제든 주파수만 맞추면 다시 들려올 거라 생각하던 이들과 달리, 나는 네 아주 작은 영혼의 소리까지 귀 기울였다. 그 소리를 쥐어짜기 위해, 너는 지금 무엇을 갈아내고 있을까.
어느새 너의 수조는 깊고 깊어졌다. 다행히 귀까지 담그고 손을 최대한 뻗자, 네 등이 닿았다. 그래서 조용히 쓰다듬어 주었다. 토닥거려 주었다. 너는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이젠 쉬고 싶다고 말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조용히. 사람을 좋아하고 수다를 즐기던 네가, 그곳에 홀로 있으면 그 적막한 밤이 너를 얼마나 외롭게 할까. 네 마음은 얼마나 색을 잃어갈까. 나는 걱정이 되어 여러 번 너의 집까지 달려갔다. 안전운전이라는 말을 네게 못이 박히게 하던 나였는데, 그날은 수백 킬로였지만 한걸음처럼 너에게 그저 달려갔다.
이제는 귀를 담그고 팔을 뻗어도, 심지어 숨을 참고 고개를 수조에 박은채 너를 찾아도 그 손끝에 걸리는 게 없다. 나는 너무 무섭고, 너무 아프다. 네 수조가 더 깊어진 것인지 마음이 아프다가도, 그저 내 눈이 닿지 않는 곳에 놓여 있을 뿐이길 바라본다. 그것도 아프지만, 너를 완전히 잃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비교할 수 없는 아픔이니까.
오늘도 닿지 않는 내 마음은 저 하늘 어딘가로 날아오르다, 지난날 우리의 대화와 함께했던 순간들을 담은 사진첩으로 향한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들어 속삭인다. 제발, 제발 잘 지내고 있어 달라고. 나는 여전히 여기 그대로 있으니, 다시 누군가가 필요할 때면 그저 조용히 나를 향해 눈빛 한 번 보내 달라고. 소리를 내지 않아도 되니, 애써 힘을 내지 않아도 되니, 그냥 그렇게 있어 달라고.
사랑하는 내 친구야, 그리운 내 친구야.
나는 이렇게 늘 여기서 너를 사랑하고 기다리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