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니]

‘이름만큼 예쁘지만 나를 지독히 아프게 했던 ‘

by 사막의 소금


‘그거 알아?

사랑니는 진짜 사랑을 할 때 나는 거야.’


이제 막 이른 사랑니가 나면서

잇몸을 뚫고 나오는 고통에

매일 밤을 설치던 나에게

엄마가 해주었던 말.


신기하게도, 살아가면서

엄마의 그 말은

마치 점장이의 예언처럼 느껴질 때가 있더라.


내 나이 열여섯,

너무 아픈 첫사랑에

삶의 의미가 사라진 듯 울어대던 날들.

그 사랑이 희미해져 웃음으로 마주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내 첫 번째 사랑니가 빠져나갔다.


이제 갓 스무 살,

일 년 넘게 사랑을 주고

동시에 나를 아프게 했던 그는

두 번째 사랑니가 되었다.

‘더 이상 휘둘리지 않겠다’는 다짐과 함께.


그리고 너를 만났을 때,

장난처럼 웃으며 말했다.

“내 사랑니, 이제 하나 남았는데

너를 진짜 사랑하면 나올 거야.”


그 사랑니를 뽑으며

나는 네가 마지막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부어오른 볼을 두드리며 웃었던 날,

인생의 온점처럼 느껴졌지.


그런데 신이 준 사랑은

그렇게 네 번으로 끝났던 걸까.


마지막 사랑니를 뽑은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너를 보내야 했고,

나는 심장이 죽은 사람처럼 살았다.


사랑니는 불완전한 치아라

때로 도움은 될지언정

관리도 까다롭고,

발현부터 발치까지 고통이 따른다.


그때는 아프고 신경 쓰여

발치하면 시원하고 개운할 줄 알았다.

하지만 종종 느껴지는 허전함과 아쉬움은

이미 아문 자리에

가만히 혀를 대어보듯

너의 빈자리를 조용히 가늠하는 것과 같다.


그땐 나를 괴롭히던 마음과 감정이

왜 자꾸만 불현듯 차올라

아직도 나를 흔드는지.


내게 주어진 사랑은

이미 끝났는데,

그 흔적만 남아

여전히 나를 붙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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