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앓이]

복잡한 마음 때문에 몸이 아픈 것인지 혹은, 그 반대인지

by 사막의 소금


저녁 내내 눈이 내렸다.

얼마 만에 맞아보는 함박눈인지 온 거리가 하얗게 뒤덮이고도 남을 만큼 눈이 왔다.

눈이 설레고 눈이 좋을 때에는 아마도,

이 순간이라는 시간을 나누고 싶은 누군가가 있을 때가 아닐까 싶다.

함께 눈을 맞으며 다시없을 이 순간을 공유하는 특별함.

하나, 그 특별함이라는 감정이

내 것과 네 것이 별반 다르지 않을 때에야 비로소

그 설렘이라는 방정식이 성립된다.


어른이 되고는 눈이 특별하지만 설레지 않았다.

보기에는 좋았지만 걱정이 되었고 이야깃거리는 되었지만 그저 녹아 없어지고 말듯 순간이었다.

그런데 지금, 눈을 보자마자 자신에게 의문이 들 만큼 가슴 한편에 생경한 그 감정이 올라온다는 것은

어쩌면 나도 이 특별함을 나눌 상대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여느 시간들과는 달리 기다려지고 부풀어지는 마음에 한달음 너에게 달려갔다.

굵게 내리는 눈 덩이가 투둑 하고 어깨에 내려앉는 소리가 내 심장을 울려대는 소리 같아서

잠시 서서 숨을 골라야 할 만큼 마음이 커지고 있었다.

이 기쁨과 설레는 순간을 함께 마주할 순간이 기대되었다



하나 너는, 아무런 답이 없다.

가벼운 발걸음만큼 사뿐하던 눈송이가 어느새 짙은 어둠과 함께 무거워졌을 때에도,

이제는 발끝이 손끝이 시려 더 이상은 네 집 앞을 서성이기 힘들다 느껴질 때까지도.

너에게 닿은 내 마음은 지나치게 고요하다.


부풀었던 마음은 차가운 공기를 닮아 작게 쪼그라들었고,

날리는 눈발처럼 한걸음에 달려온 길은

어느새 발아래 엉겨 붙은 먼지처럼 무거웠다.


그 밤에는 심하게 몸을 앓았다.

열이 나고 몸이 떨려와 온몸이 멍투성이인 것만 같았다.

그래서인지 마음까지 아픈듯했다.

아니, 제일 심한 멍이 가슴 안쪽 어딘가에 든 것만 같이 아파왔다.


무엇이 서러워서인지, 아니면 몸앓이를 너무 심하게 해서인지

이유 모를 눈물도 흘러내렸다.

하지만 이 마음을 입 밖으로 내고 싶진 않아 그저 소리 없이 배겟잎만 적셨다.


그렇게 흘려보내면, 정말 아무 일도 아닌 듯 지나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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