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0 - 마음에 따라 달라지는 무게

‘지금 내 마음의 무게는 얼마일까?‘

by 사막의 소금



지난 10일 동안 남부 지방을 여행했다.

한 달간 유지하던 새벽 운동 루틴은 깨져버렸고,

숙소에서 간단히 홈트를 하긴 했지만

여행까지 와서 나를 몰아세우고 싶진 않았다


지난 두 번의 스위치온 경험을 통해 깨달은 바,

너무 자신을 몰아세우면 될 것도 안된다는 것.

그러니 편안한 마음으로 즐기자고

하고 싶은 거 먹고 싶은 거 다 편하게 하자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저녁이면 맥주를 마시고,

아침 조식부터 저녁까지 꼼꼼히 챙겨 먹었다.

불쑥 검열하고 비판하는 내가 고개를 들이밀면

‘여행 중인데 괜찮아’라며 스스로를 타이르곤 했다.


하지만 최근 나를 심란하게 하던 문제들 때문인지

장거리 여행을 와서도

여전히 하루에 한두 시간 겨우 눈을 붙였다.

깨어 있는 스무 시간 동안 계속 움직이다 보니

몸은 점점 야위어가는 것 같았다.


사진 속 내 모습이 그 증거였다.

예전보다 눈코입이 제자리를 찾아가 있었고,

전체적으로 슬림해진 분위기가 났다.

어쩐지 몸은 피곤한데,

덕분에 조금 자신감이 생기기도 했다.


문득 편의점 앞의 1바트 체중계에 올라가 봤다.

“오!”

짧은 탄성이 절로 나왔다.

태국에 와서 처음으로 몸무게가 줄어 있었다.

무려 4킬로.

절망했던 최고점에서 4킬로가 줄어든 것이다.

이 기쁨은 혼자만의 비밀이었지만,

내 안에서는 조용한 환호가 터져 나왔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맞지 않던 청바지가

아직은 끼이지만 지퍼가 채워진다.

매일 신던 샌들도 헐거워진 기분이었다.

괜스레 웃음이 났다.


그렇게 여행을 하다가 남쪽 끝까지 내려왔을 때,

우연히 내 마음에 꼭 맞는 동네를 발견했다.

조용하고 평화롭고, 사람들은 다정했다.

이사 오고 싶을 만큼 좋았다.


마음이 편안해서였을까ㅡ

이상하게 그곳에서는 한없이 졸렸고

모든 게 맛있었다.

아침마다 바닷가를 세 시간씩 걷고도

지치지 않았고 대신 배가 자꾸 고팠다.


‘기분 탓이겠지’ 하며 여유를 즐겼는데

공항으로 가는 날 아침,

미리 챙겨둔 청바지에 허벅지가 들어가지 않았다.

순간 식은땀이 흘렀다.

‘이렇게 며칠 만에 바지가 안 맞는다고?’

대답 없는 질문만 이어졌다


그래, 기분 탓이 아니었던 거다.

마음의 무게가 무거웠던 날엔

가만히 있어도 체중이 줄더니,

마음이 가벼워지자

몸의 무게가 되려 늘었다.


방콕으로 돌아오니

다시 새벽 다섯 시에 눈이 떠진다.

세 시간만 자고도 일상이 시작된다.

이제 문득 궁금하다.

지금 내 마음의 무게는 얼마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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