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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글 Jan 07. 2022

삶은 흉내내기에서 시작한다

삶은 흉내내기에서 시작한다.     

지인으로부터 엽서크기 두 배정도 되는 색도화지를 30장 받았다. 필사시화엽서를 부탁받은 지가 2개월을 넘기는데 영 손에 잡히지 않았다. 뭘 그려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문득 내가 그리고 싶은 것만 찾고 있었다는 걸 알아차렸다.

   

월간지에 어느 화가의 그림이었다. 꽃을 재해석한 단순한 느낌이 내 어지러운 마음을 정돈해 주는 것 같았다.  '그래. 꼭 사실화로 그릴 필요는 없지.'


오늘 엽서 한 장을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따라 그렸다. 보이는 걸 따라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그림 따라 다르겠지만. 사실 보고 그린다 해도 복사판을 그릴 순 없다. 내 손의 한계이기도 하지만 내 손에서 재탄생? 된다고 할까. 흉내 내면서도 내 생각을 집어넣어 보았다. 다음엔 더 다르게 그려보리라.     


사람은 본시 고유함을 지향하는 존재다. 남을 부러워하고 똑같은 것을 소유하고 싶으면서도 종국에는 특유함을 자기 안에서 찾고 싶은 욕망이 있다.  

   

화병 옆에 아직 꽂지 않은 꽃대를 몇 개 그려 넣었다. 그런대로 만족스럽다. 시 한 소절 쓰는 일은 그림에 비하면 그리 어렵지 않다.

어떻게 할지 막막할 땐 따라하기가 좋다. 누군가의 삶에 자꾸 눈길이 간다면 한 가지라도 흉내내기에서 시작하자. 그 곳에 내 길도 보인다.  

    

좋아하는 꽃그림을 더 많이 그려보고 싶은 마음이 부풀어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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