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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의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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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군가의 일기장 Jan 23. 2023

나의숲 1화

소설

거대한 숲이 뒤덮고 있다. 풀과 나무들이 구름처럼 덮여있어서 저 너머에는 어떤 사람과 일들이 있을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그래서 저 깊고 어두운 숲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주하게 될 많은 일들에 대해 상상에 빠지게 된다. 현경은 눈앞에 있는 작은 땅들을 밟으며 손전등으로 어둠을 밝히듯 걸어간다.

찌르르- 무릎까지 뻗은 풀들과 작은 꽃들이 바지에 스친다. 두 손에는 상체를 덮일 정도 크기의 가득 찬 상자를 들고 큰 가방을 메고 있다. 앞으로 한 학기 동안 대학교에서 지낼 기숙사 짐을 옮기고 있는 중이다. 처음으로 대학생활을 앞두고 있어 어젯밤 잠을 새 가며 고민하여 담은 소중한 보따리이다. 앞에 조용히 흐르는 도랑 사이에 놓인 돌들을 밟으며 넘어질까 조심히 발을 내딛으며 건넌다. 물속에는 돌에 붙은 이끼를 먹는지 작은 피라미들이 떼를 지어 모여있다가 한 순간에 흩어진다. 투명하게 맑아서 돌을 뒤집으면 가재를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돌다리를 반쯤 건너고 있는데 짐들 사이에 끼워져 있는 작은 편지가 눈에 들어온다. 차를 타고 마을로 오고 있을 때 엄마가 몰래 짐 사이에 숨겨놓은 것 같다. 현경은 턱으로 짐들을 옮겨 종이에 적힌 정성 어린 글자를 읽었다.

"이해 없는 세상에

 나만은 언제라도 네편임을 잊지 마라"

(이상 시인이 여동생에게 쓴 편지 중)

낯선 공간에 있다 보면 너 자신이 소중하다는 사실을 잊을 때가 있단다. 그럴 때마다 항상 너를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마렴. 사랑하는 엄마가.

편지를 보니 방금 헤어졌는데도 떨어져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뭉클하다. 방학 동안 하루종일 학교 얘기를 하며 걱정하는 모습이 내심 마음에 걸리신 모양이다. 작은 오리가 둥지를 떠나 강물에 떠내려가는 것을 보는 기분이 드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새로운 사람을 만나 사랑을 하고 서로를 소중히 여기는 관계가 생겨나겠지만 부모와 고향을 떠나 삶을 살아가는 것은 또 하나의 외로움과 힘든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새로운 일들이 일어날 것에 대한 기대감과 설렘. 그리고 오랜 시간 머물게 될 나의 공간을 찾아간다는 생각이 들어 기쁘고 산뜻한 기분이 든다. 아침을 기다리는 자에게 햇빛이 비춘다는 말이 있듯이 봄 초의 쌀쌀한 날씨에 따뜻한 햇볕이 내 몸을 따뜻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해윤_ 야 현경~ 돌다리 위에서 뭐해

            너 그러다 물에 빠진다. 얼른 건너와-


도랑 너머 그늘막 아래서 한 아이가 소리치고 있다 그녀의 이름은 . 고향에서 함께 올라온 고등학교 친구이다. 취미나 성격이 잘맞아 금세 친해졌었는데 지금은 절친한 친구가 되어 같은 학과에 같은 기숙사도 신청하게 되었다. 해윤은 무거운 짐들을 앞 뒤로 매고 힘겹게 건너오는 현경에게 마중을 나가 커다란 박스를 옮겨 받는다


해윤_ 상자는 나한테 넘겨줘

현경_ 읏차 고마워


해윤은 자신의 신발이 얕은 물가에 젖혀지는 것도 모르는채 현경의 상자를 옮겨받는 데에 정신을 집중하고 있다. 둘은 열매를 옮기는 개미처럼 나란히 서서 기숙사에 먼저 도착했던 해윤을 뒤따라 풀과 나무로 이루어진 동굴같은 길목의 계단을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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