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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군가의 일기장 Jan 29. 2023

나의숲 3화

소설

 사범대 필수교양인 글쓰기수업. 전공교수님이  진행하시는 수업인데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유명한 책들을 많이 집필하셔서 다른 과에서도 인기가 많은 수업이다. 학생들은 무리를 지어 의자를 드르륵 거리며 앉고 현경은  어수선한 강의실에서 뭔가를 골똘히 쳐다보고 다.

'이게 뭘까...?'

적어도 10년은 넘어 보이는 낡은 종이. 투박한 크레파스로 그린 그림 같은 것이 그려져 있었다. 어젯밤에 흰색 물체가 두 손에 남겨주고 간 종이조각인데 묽게 번진 글씨는 강아지침 때문인지 형체를 알아볼 수가 없었. 누군가의 일기장을 찢어놓은 듯한 종이쪼가리는 알 수 없는 수수께끼를 남겼다.

현경_해윤아 이게 뭐인 것 같아?

          이 그림은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

책을 배게 삼아 누워있던 해윤은 상체를 기울어 현경과 함께 종이조각을 쳐다봤다

해윤_음 글쎄..

해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낡은 종이를 만지작거렸다

한참을 쳐다보며 둘은 깊은 생각에 빠졌다가 해윤이 말을 꺼냈

해윤_ 근데 이건 어디서 났어?

           주인을 알면 알기 쉬울 것 같은데

현경_흠.. 그게..

현경은 누가 들어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망설이다 말을 꺼냈다.

현경_ 어제 나무 위에 앉아있는 강아지를 봤는데  갑자기 주변에 있는 풀들을 공중에 뛰우는 거야. 그러더니 입에 물고 있던 종이를 내 손에 놓고 사라졌어

해윤은 말을 잃었지만 현경의 굳세고 진실된 표정에 일단 믿기로 했다. 그때 해윤과 현경의 등 뒤에서 낭랑하고 놀란 목소리가 들렸다.

"너네 혹시 도깨비 본거야??"

 둘은 몰래 과자 먹는 것을 들킨 듯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봤고 뒤에는 서원이 서있었다.

서원_너 어디서 봤어, 대학교 뒷 산에 있는 숲 속에서 봤지?

서원은 내가 본 것을 모두 안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서원 이 마을에 오래 살았던 아이로 이번에 대학동기로 같이 입학한 친구이다. 한 달 전 신입생 ot이후에 처음으로 만나는데 동기들이 함께 있는 메신저로 간간히 연락하는 사이이다.

현경_으응.. 어떻게 알았어?

서원_ 후.. 그렇구나 지금부터 내 말 잘 들어..

무슨 일이 있어도 뒷 산에 있는 숲에는 절대로 들어가면 안 돼

서원은 여름에 무서운 얘기를 들려주는 할머니처럼 얼굴을 오밀조밀 모으며 속삭였다. 해윤과 현경은 서원이 거짓말을 하지는 않는 듯한 모습이 보여 기울여 이야기를 들었다

서원_숲은 마을 사람들도 피해서 돌아다니고 발길이 닿지 않아 풀이 무성이 자라 있어서 들어가기도 어려워, 그리고  들어가도 도깨비를 만나면 살아 나올 수가 없어. 도깨비는 인간을 만나면 사정없이 영혼을 빼먹고 몸을 버려버리거든

현경_무서워..

해윤_...

서원은 무서워하는 둘의 모습에 내심 뿌듯해하며 어제  악몽을 회상하듯 목소리를 떨며 말을 이어갔다.

서원_하지만 처음부터 도깨비들이 이렇게 못된 아이는 아니었어...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마을은 농사나 밭을 가꾸던 작은 시골이었는데 이곳에 한 젊은 여인과 아들이 이사를 오게 되었어.  마을 귀퉁이인 숲 근처에 작은 집에 살면서 이웃을 도와주고 늘 선한 모습주민들도 둘을 가족처럼 잘 대해주었지. 마을은 예전보다 웃음이 많아졌고 다들 좋은 사람이 이사 온 것에 대해 감사함을 느끼고 있었어. 그런데 어느 날 여인에 대한 이상한 소문이 들려오게 돼...

현경_이상한 소문...?

해윤_(침을 삼키며) 꿀꺽..

서원_모두가 잠든 매일 밤에.. 홀로 호롱불 하나를 들고 어두운 숲 속을 올라간다는 거야. 그리고 그  속에는 마을사람의 것인지 영혼들이 살고 있는데 하늘을 떠 다니는 커다란 물고기와 함께 인간의 영혼을 파먹으며 지내고 있는 걸 보았데... 선한 얼굴 뒤에서 영혼을 수집하며 마을 사람들을 좀 먹고 있었던 거지. 이 사실에 화가 난 마을 사람들은 산에 불을 질렀고 갈 곳을 잃은 여인과 아들은 이곳을 떠나게 되었어. 하지만 그때의 원한이 남았는지 여인은 숲에 도깨비들을 남겨두었고 지금도 근처에 가면 사람들을 괴롭혀서 가까이 가지 않고 있어.

이야기를 들은 해윤과 현경은 등골이 오싹해졌다. 마냥 평화로운 줄 알았던 마을에 이런 무서운 일이 있었다는 것이 다소 충격으로 다가왔다.

현경_앗 근데.. 산에 불이 났다고 했잖아. 내가 본 숲은 몇 년간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우람하고 번창하던데

해윤_그러네, 저긴 어딜 봐도 불 난 흔적이 안 보이는데 거짓말하는 거 아니야?

둘은 서원의 허점을 발견하여 안도감과 뿌듯함을 느꼈다. 서원은 당황하며 항변을 하듯 말을 꺼냈다.

서원_아니야, 내가 한 말은 전부 진실이야. 하지만..

서원은 이야기를 숨기는 듯 어물쩡하며 말을 멈추었다.

해윤과 현경은 더 이상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는 서원의 모습에 찝찝한 기분이 들었지만 때마침 교수님이 강의실에 들어오셨고 모두 자리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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