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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4시간전

다이어리를 사지 않을 결심

n년째 고정 중인 새해 다짐

극  P형인 나는 다이어리를 사지만 끝까지 써본 적은 거의 없다. 다이어리를 쓰는 게 주목적이 아니라 음... 사는 게 주목적이라고 할까나..


요즘 다이어리 시장은 뭐가 급한지 10월부터 면 새해 다이어리와 캘린더들이 나온다. 그럼 그때부터 어디 회사가 다이어리가 이쁜가, 작년에 샀던 그 회사 제품을 살까? 아님 1+1 다이어리를 살까? 아님 조금이라도 할인되는 다이어리를 살까 한참을 망설이다.

결국 나의 낙점을 받는 다이어리는 할인폭이 큰 다이어리다 ㅎㅎㅎㅎ


중고등학교 때는 저렴하고, 가벼운 다이어리를 샀고

거리에는 깔끔하고 귀여운 글씨체로 친구들의 연락처, 쪽지 편지 스티커 사진들이 가득 차 있다.

내 사진과 마니또의 사진


대학교 때부터는 수강신청한 과목들과 과제 일정들이 차 있고,  

하지만 막상 다이어리에는 잡다한 일정만 적혀있다


해외여행을 몇 번 다녀왔던 20대에는 감성이 담긴 포토 다이어리를 들고 다녔다. 현재는 맘에 드는 포토다이어리가 없어 그냥 깔끔한 다이어리를 쓰고 있다.


그런데 다이어리를 휙휙 넘기다가 중간 정도에 남겨둔 일기를 보면  한결같이 마치 짜듯이 비슷한 내용의 글귀들이 가득하다는 것이다. '한심하게 놀고 있다''이룬 건 없는 거 같다' 등의 자아성찰과 비판 등...


물론 지금도 딱히 이룬 건 없지만

지금의 내가 과거의 동생에게

'너 성실하게 잘 살았어.

그래서 지금 가정도 안정적이고 회사도 이십 년이나 넘게 꾸준히 다니고 있어'

' 스스로가 너무 미미해서 걱정했지만,

모든 과정에서 열심히 살아온 너를 알기에  현재까지 이룬 걸 기특해' 하고 쓰담쓰담해주고 싶다.


단 하나..

매년 최근 3~4년 사이 다이어리 1순위 화두로 등장한  '빚 갚기'  

'지금의 나야... 뭐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그렇게 사니.. 미래의 나를 위해.. 인제 쇼핑은 그만 집어치우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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