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가 누리는 가장 큰 즐거움
20년 차 사서 이야기를 하면서 어찌 보면 힘들거나
독자들이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을 이야기했다면,
이제는 정말 독자들이 궁금해 는 사서라서 좋은 썰도 풀어볼까 한다.
도서관 안에서도 사서가 하는 업무가 여러 가지인데
그중 내가 자주 했던 업무는
도서관에 좀 와봤어 했던 분들은 한 번쯤은 들어본 '작가와의 만남'이다.
사실 이 '작가와의 만남'이 취지는 굉장히 좋은데, 담당자로서 난감할 때가 많다.
'한강'처럼 유명 작가분이 아니고서야 이용자들이 신청하지도 않고
유명 작가와 연락이 닿아도 강연료가 예산과 맞지 않으면 섭외 불발이고,
이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잘 진행했는데, 신청한 이용자들이 당일 노쇼로 다 증발될 때
등에서 땀이 절로 난다.
빈자리는 간신히 직원들로 때우지만, 어린이나 청소년 대상일 때는?
이미 중년의 나이로 들어선 내가 변신할 수도 없고 작가님께 사과의 말씀만 백번 드릴뿐이다.
(이런 또 옆길로 샜네... 지금부터 부러운 이야기 좀 펼쳐 봐야겠다.)
국회에서 일하는 사람은 정치인을 볼 테고, 방송국에서 일하는 사람은 연예인을 보듯이,
작가와의 만남을 담당하는 사서는 '작가'를 만난다.
그래서 대상이나 주제가 나의 관심사랑 겹치면 내가 평소 만나 뵙고 싶었던 작가님께 연락을 드린다.
(작가님의 연락처는 출판사에 연락해서, 어디 도서관 직원임을 밝히고 받는다. 요즘은 출판사에 대신 일정을 조정해주시기도 한다.)
무사히 행정적인 절차가 매끄럽게 진행되어 강연날이 되면 관람석 맨 앞줄 1번은 열혈 독자 분들께 양보하고 나는 뒷줄에 앉아서 행사 진행도 하고, 강연도 열심히 듣는다.
그리고 모든 강의가 끝나고 이용자 분들이 돌아가면
수줍게 작가님의 책을 내민다.
(도서관에 빌려서 읽었다가, 작가님께 사인받기 위해 읽은 책을 종종 사기도 한다.)
대부분의 작가님들은 정성스럽게 사인을 해주시며,
특히 동화작가님들은 그림까지 그려주신다 ㅠㅠ
내 이름과 가족의 이름이 들어간 사인은
리미티드 책으로 절대 당근과 중고서점에 팔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우리 집 책장에서 그 부피를 늘리는 것이
내 직업의 소소한 즐거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