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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치가 수영에 도전하다 2

어쩌다 1번 회원이 되다

by 윤슬

몸치이지만 수영에 도전한 지 세 달째.

내가 다니는 수영센터는 회원을 분기별(세 달에 한 번)로 신규등록을 받는다.

수영이 인기 있는 강좌이다 보니 기존 회원이 쭉~ 가는 게 아니라 신규등록으로 새로운 회원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다. 나 같은 경우는 지난 분기 두 번째 달 결원 자리에 운 좋게 들어간 케이스라 다른 회원들에 비해 최소 한 달은 뒤쳐지는 진도였다. 거기다가 워낙 개인적으로 운동을 못하는 경우니, 뒷말은 생략하겠다.

그래서 3분기 마지막 날 월요일인 9월 29일에는 신규등록에 성공했는지, 못 했는지 회원들이 서로서로 물어보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꾸준히 나오시는 분들은 대부분 그래도 재등록에 성공했고, 운이 없는 분들은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놀라운 사실은 나 빼고 다들 상급반으로 신청하셨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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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여러 회원님들에게 기초반을 더 연습해도 된다고 했지만, 경쟁률이 높아서일까?

나 빼고 회원님들은 다들 진급하셨다ㅜㅜ

그리하여 나는 기초반 고인 물이 되었다.


2025년 마지막 분기 첫날!

나는 진짜 다른 회원님들이 너~~ 무 궁금해서, 수영 가는 날을 이렇게까지 기다린 적이 없었다.

'제발... 나 같은 몸치 회원님 한 명만 더 들어와라... 그래야 버티지'

'이번 회원들보다 뒤처지면 어떡하지? 그래도 나 두 달이나 먼저 다녔는데'

드디어 6시.

강습 시작 휘슬 소리가 들리기 전부터 신규회원들이 수영장에 나와 몸을 풀고 있다. (준비운동)

체조 후 기초반 레인으로 들어간다.

물에 들어가는 것도 어려워하는 회원들이 보인다.

다행이다. 여기서는 내가 몸치인걸 숨길 수도 있을 거 같다.

울 츤데레 강사 샘은 첫날이라 설명도 자세히 해주셨다.

이렇게 천천히 하다니 내가 우등생이라도 된 거 같았다.

샘은 발차기 연습할 때도 콕 나를 집어서 설명해 주셨다.

마치 체육시간에 체육부장이 된 느낌이랄까? (사실 체육부장을 해 본 적이 없어서 떨리면서 좋았다 ㅎㅎ)

다행히 진도가 느린 학생도 있었고 빠른 학생도 있었다.

선생님은 역쉬나 빠른 학생들은 첫날부터 킥판 잡고 발차기를 가라고 하셨다.

그러더니 또 날 가리키며

"회원님! 회원님이 1번 해요!!"

"네? 저분이 저보다 잘하시는 거 같은데요?"

"그래도 두 달을 배웠는데 회원님 1번!!"


네. 그리하여 꼴찌가 얼떨결에 1번이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배에도 찼던 헬퍼도 빼고 할려니 진짜 1번이지만 가관 ㅠㅠ

조만간 한 5번 정도로 내려갈 거 같은데, 진짜 이번 분기에는 계속 1번 하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이다.

첫날 강의를 끝마치며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회원님들 힘들어도 서지 않고 계속 발 차서 가는 거예요.

우리는 쉬고 그런 거 없어요."

아... 오늘도 선생님 말씀을 들으며 반성 또 반성.

무라카미하루키 아저씨 말씀대로 '육체의 한계를 쥐어짜보자' 오늘도 머리로만 열심히 다짐하고,

자동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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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이미지는 imageFX에서 생성한 가상 사진입니다. 실제로는 모두 수모를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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