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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여자의 교환일기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를 읽고

by 윤슬

10월 무지개모임의 주제 도서가 요조와 임경선 작가가 쓴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라는 소식을 듣고 놀랍고 반가웠다. 일단 요조, 임경선(잠시 존칭은 생략하겠습니다) 모두 내가 평소에 호감 있던 작가들이어서 반가웠고, 요조와 임경선이 서로 교환일기를 쓸 만큼 친분이 있다는 점에서 놀랐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두 분 모두 문학상을 통해 등단하신 분들은 아니고, 작가 외에도 본업이 있(었)고, 방송활동도 하고 있으니 한 번의 인연이 싹 틔어 친분이라는 열매를 맺은 거 같다. 이렇게 친분이 없을 거 같은 두 분이 쓰는 일기는 어떤 내용일지 자못 궁금해졌다.


책을 읽으니 요조와 임경선 작가의 이야기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았다.

일상, 가족, 일, 인간관계, 사랑 등

둘이서 주고받는 이야기들은 지금을 살고 있는 3~40대의 여자들이 주고받는 이야기와 별반 다를 바 없었다.

대부분 다정한 목소리로 상냥하게 가끔은 흥분하여 주고받는 글들을 읽었다.

어떤 문구는 따로 표시할 정도로 공감되기도 했고, 때로는 반대편의 입장이 되어 그들이 기고만장해 보이기도 했다.


읽다가 격한 공감을 불러일으킨 문구와 더불어

어쩌면 나는 내 나이를 여전히 인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같아(31쪽)
뭐랄까, 제가 그동안 일궈놓은 성실함을 증명하는 이런저런 업적들이 운동 앞에서 와르르 무너져버리고, '다 필요 없고 넌 해이해!' 이렇게 정리되어 버리는 거 같아서 약간 심술이 나네요. (58쪽)

40대가 되어가고, 사회생활을 하게 되면서 인간관계에 대한 나만의 룰이 생긴다는 점도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김수다 작가님이 쓴 글에도 나와있지만 나와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으면서

서로의 글을 응원하는 우리라는 문장이 너무 좋았다.

https://brunch.co.kr/@talksomething/121

초등학생때와 청소년 때는 교우관계에 예민할 수밖에 없었고, 대학교 때 친구와 사회생활을 하면서 친해진 사람들은 결혼과 출산으로 인해 강제로 가지치기가 되었다. 결국 현재 남은 인간관계는 지금까지도 나랑 정말 절친이거나 업무적으로는 꼭 연락을 해야 하는 사람이란 뜻이다. 다방면으로 신경 쓸게 너무 많은 현대사회. 결국 필요한 사람만 남게 되는 게 40대의 인간관계인가 보다.


읽다가 조금 화딱지 난 부분이다.

두 분의 작가 모두 프리랜서로 일하는 분들. 그러다 보니 주된 글쓰기 외에도 강연이나 행사 의뢰를 받는다고..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은 바로 이 강연 부분이다.

두 분 모두 유명한 분이고 강연을 너무 자주 하면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힘든 부분이 있을 테니

당연히 똑같은 조건에서 강연료만 비교한다면 강연료를 많이 주는 쪽으로 갈 것이다.

하지만!! 기관에서는 그렇게 돈이 많지 않다.

진짜 담당자를 쥐어 짜내도 기관의 예산이라는 한계가 있다.

그러니 작은 기관일수록 돈 이야기는 가장 마지막에 하고 싶을 것이다.

나도 진짜 같은 공공기관에 근무하면서 유명한 분들 어떻게 그 돈 주고 모셔오는지 궁금하다.

다만 강사도 엄청 부익부 빈익빈

유명한 강사에게는 큰 예산 들어가며 모셔오고, 그렇지 않은 분들은 진짜 말도 안 되는 돈을 주고 일을 시킨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걸 누굴 탓을 할까?

유명한 사람을 모셔오지 않으면 참석자가 모이질 않고, 유명한 분들은 스케줄이 많으니 선택해서 가면 되는 거고.. 결국 예산 없는 작은 기관들만 다른 프로그램만 열심히 기획하여야 한다.

오.. 이런 갑자기 글이 딴 곳으로 빠진 느낌..


서른 번의 교환일기를 주고받고 앞으로도 우정을 쭉 이어가자는 요조, 임경선 작가님의 글을 읽으며

무지개 모임도 쭉 이어나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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