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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으른 참고래 Nov 06. 2021

입사 한 달 차. 경상도 출장을 가다. -1-

울산, 구미

출신지가 울산이라는 이유로 시작된 경상도 출장.. 신입사원 6명과 매니저님 한 명이라는 대책 없는 구성으로 팀이 결성되었는데, 상무님의 판단으로 즉흥적으로 생긴 업무라 시간이 맞는 숙련된 인원이 없었다는 듯하다. 연고지가 울산인 나는 자연스럽게 경상도 출장에 내몰리게 되었다. 첫 출장이라 조금은 기대가 되었는데... 매일매일 지역을 옮겨 다녀야 하는 출장은 생각보다도 너무 험난했다..



울산


취직이 확정된 이후 집으로 내려갈 일이 잘 없을 것 같아 부모님도 뵐 겸 울산 출장을 갈 일이 많았으면 했다. 물론 벌써 울산에 내려갈 일이 생길 줄은 몰랐다만. ㅎㅎ.


일요일 아침 대학 동기들과 졸업 기념 스냅 촬영이 끝나고 바로 울산으로 향했다. 방 정리를 하나도 하지 않고 내려가는 바람에(문도 제대로 안 닫아놓고 갔다더라..) 내 방에 잠시 들린 친구가 도둑이 든 것 같다며 착각한 해프닝도 있었다.


월요일 아침 일찍 택시를 타고 목적지로 향했다. 원래 버스를 타려고 했는데 조오금 늦게 나오는 바람에 버스를 타면 시간에 맞추지 못할 것 같았다. 택시를 탔더니 너무 일찍 도착해 버렸다. 동기에게 먼저 들어가 있겠다고 연락을 하고  클라이언트에게 전화를 했다. 


업무를 할 공간으로 안내받은 뒤, 노트북을 꺼내 업무를 준비했다. 클라이언트가 준비해 둔 자료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2년 분량의 결의서와 급여대장, 4대보험 관련 서류 등등.. 이 많은 서류를 사무원 선생님 혼자서 다 관리한다니.. 회계업무가 생각보다도 더 힘든 일이구나 싶었다. 나라면 못할 것 같다..


곧 동기도 도착했다. 동기는 이미 매니저 선생님과 둘이서 다른 지역의 클라이언트를 방문했기 때문에(과외를 받고 왔다고 봐야..), 업무 숙련도가 상당한 상태였다. 동기에게 가볍게 인수인계를 받고 업무를 시작했다.


이번에 하게 된 업무는 회계점검 업무다. 회사에서 받은 체크리스트를 기반으로, 클라이언트가 장부관리를 제대로 하고 증빙을 잘 보관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업무다. 무거운 결산서를 이리저리 옮기고, 뒤적거리고... 머리도 아팠지만 체력적으로도 조금 힘들었다.


다른 지역의 지부를 방문했던 동기는 맛있는 간식을 잔뜩 줘서 배가 너무 불렀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간식을 주는 것이 당연한 게 아님에도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기대를 하게 되는 게 사람의 본능인지라 조금 기대를 했다. 하지만.. 이하 생략. 조금 아쉬웠다 ㅎㅎㅎ

고래빵

점심시간에는 잠시 나가서 단디만쥬(고래빵)를 사 왔다. 동기랑 먹으려고 10개들이를 하나 사고, 또 서울에 올라가서 본사에 있는 동기들한테 하나씩 먹여주려고 세트 하나를 예약해두고(토요일에 찾아가기로 했다) 왔다. 원래 KTX역에서 사서 가려고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특산물 판매장 영업을 안 한다고 하더라.


.. 일주일 동안 돌아다니면서 본 바로는 다른 지역은 다 특산물 판매를 정상적으로 하고 있던데 말이다. 그리고 고래빵은 안 팔면서 경주빵은 멀쩡하게 팔고 있더라. 대체.. 이건 시 차원에서 너무 신경을 안 쓰는 게 아닌가 싶다. 요즘 울산 기념품으로 배빵이 유명하다는데 난 이걸 서울 사람한테 들었고 지인들에게 물어봐도 아무도 모르더라. 이번에 산 단디 만쥬도 아무도 모르더라... 가게가 고객사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데도 클라이언트도 존재조차 모르고 계셨다..ㅋ


첫 업무다 보니 요령도 없고, 요령도 안 피우고 하다 보니 7시까지 야근을 하고 퇴근했다. 우리 때문에 늦게까지 붙잡혀 계신 고객님들께 죄송할 따름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울산의 사무원 선생님이 가장 노련하셨다. 인터뷰 시간에 질문을 드릴 때마다 바로바로 찾아보지도 않으시고 대답히시는데, 이게 정말 얼마나 엄청난 경지인지는 일주일이 지나고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구미

업무가 끝난 후 바로 구미의 숙소로 향했다. KTX 특실을 처음 타 봤는데, 정말 편했다. 물이랑 간식(오트밀 쿠키랑 견과류)도 주더라. 신기했다. 일주일 동안 특실을 타고 다녔더니 이제 일반석을 타지 못하는 몸이 되어버린 것 같다..(물론 법카 아니면 안 타겠지만..) 도착하니 9시였다. 이 시간에 손님을 받는 식당을 찾는 것도 일이었다. 카카오 맵으로 식당을 찾고 하나하나 전화를 걸어 아직 손님을 받는지 확인했다. 결국 양꼬치집으로 낙점. 법인카드로 인당 3만 원까지 식비를 지원해 주기 때문에, 6만 원짜리 세트메뉴를 주문했다.

향라새우

향라 새우, 양꼬치, 양갈비로 구성된 메뉴였다. 향라 새우는 정말 맛있었다. 치킨처럼 바삭바삭한 식감에 내용물은 새우인 느낌? 양갈비는 그냥 그랬다. 술 없이 양꼬치를 먹으니 조금 허전하긴 했다만, 내일도 일해야 하니까..


구미는 친구가 대학교를 다니고 있다는 것 빼고는 정말 아는 게 없었다. 아마 평생 올 일이 없었을 것 같기도 한데, 이 일을 하다 보면 정말 생각지도 못한 전국 방방곡곡을 모두 가보게 될 것 같다는 예감이 강하게 든다..


간식으로 주신 샌드위치


구미 지역의 클라이언트는 다른 지부들에 비해 가장 최근에 생긴 곳이라서 그런지, 시설이 너무 좋았다. 간식도 많이 주셨고, 참 좋았다. ㅎㅎㅎ. 하지만 전날의 피로가 풀리지 않은 상태여서 너무 피곤했다..


업무가 마무리되자마자 바로 KTX역으로 향했다. 업무가 늦게 끝나서 시간대를 변경하려고 했는데, 다음 기차가 2시간 뒤에나 있었다... 7시 43분 기차였는데 딱 7시 43분에 기차역에 도착해서, 열심히 뛰어서 겨우 기차에 탈 수 있었다. 다행히 기차가 조금 늦게 들어온 것 같았다...ㅎ KTX에서는 업무를 마무리하면서 포항에서 먹을 저녁을 찾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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