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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재 Jan 08. 2024

취향의 재발견

무엇을 좋아하시나요?


좋아하는 게 뭐냐는  질문에 선뜻 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게 무엇이든 말이다. 바닐라라테를 좋아하지만 즐겨 마시는 커피는 아메리카노. 고기를 좋아하지만 샐러드를 먼저 챙기고, 파스텔톤을 좋아하지만 옷장 안에는 죄다 어둠의 그림자들 뿐이다. 사람들과의 소통을 좋아하지만 현실은 혼자 있는 시간에 비중을 더 두는 편이다. 시간이 쌓여 갈수록 자주 찾는 것을 좋아한다고 착각하고 사는 느낌이 든다. 자기 계발에 진심이지만 에세이와 시를 좋아하는 것처럼 말이다.


사진출처_온재캘리


캘리그라피 강의를 하다 보니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자연스러운 수다가 이어지는 환경에 살고 있다. 대화도중 수강생분들의 질문에 눈동자를 굴리며 고민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 날은 취향에 대한 생각에서 정체성의 고민으로까지 생각이 뻗어나간다. 그래서 나는 진짜 좋아하는 게 뭘까? 좋아하는 척하면서 살고 있었던 걸까? 진짜 나의 취향에 대해 고민을 해 보게 되었다.




자기 계발에 진심이고 배움과 성장이 없는 삶은 잿빛이라는 인생관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촉촉한 감수성도 함께 공존한다. 쉬어가듯 감성 충만한 에세이도 읽고 시도 읽는다. 성장을 위해 달려다가 숨이 차는 날엔 쉬어가도 괜찮다고 다독여 주는 에세이로 셀프위로를 하며 충전을 한다. 그것도 부족할 때는 스케줄러에 일정이 없는 날을 체크해서 빈둥거리는 날로 플랜을 세운다. 늦잠을 자고 아점과 불량식품으로 끼니를 때운다. 세수도 하지 않고 소파와 이불속을 오가며 죄책감 1도 없이 유튜브를 보고 인스타로 시간을 때운다. 그것마저도 질리면 책을 보다 낮잠을 자기도 한다.


사진출처_온재캘리


시간을 분단위로 나눠 데일리플랜을 짜고 주단위로 해야 할 일과 목표를 세워 움직인다. 한 달, 일 년, 최대 5년까지 인생계획을 세워두고 목표를 실행하는 계획형 인간이다. 이런 내가 빈둥거리는 일상을 이야기하면 대부분 첫마디가 ‘그런 거 안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 , ’그런 사람들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라는 반응을 보인다. 이런 리액션에 당황은 온전히 나의 몫이다. 좋아한다. 안 좋아한다. 그런 개념으로 생각 자체를 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주변에서 A를 좋아하고 B를 싫어하는 줄 알았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 지난 시간 동안의 행동을 돌아보게 된다.




무채색의 사람이라 생각했던 시간도 있었지만 어느 순간 컬러가 분명하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었다. A를 좋아하고 B를 싫어하는 호불호가 확실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좋아하는 것이 있지만 즐기는 것은 다르다. 하지만 언제든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는 마음의 준비는 되어있다. 그래서 아쉽다거나 결핍이 있다고 느끼지 않았던 것 같다.


사진출처_온재캘리


아메리카노를 주로 마시지만 마음이 동하는 날은 언제는 시럽 듬뿍 들어간 라테를 마시고, 클래식을 메인으로 듣지만 운동할 땐 클럽음악으로 텐션을 높인다. 독서의 대부분은 성장과 성공을 생각하며 자기 개발서를 읽지만 에세이와 판타지 소설에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A도 좋아하고 B도 좋아한다. 적절히 섞여 있는 C는 더 좋아하는 것 같다. '그럼 딱히 취향이 없는 거 아닌가?'라는 반문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두루두루 좋아하는 것 자체가 취향이라고 말하고 싶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딱 떨어지게 말할 수 있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이 더 많지 않을까 짐작해 본다. 취향 잡식러들에게 좋아하는 것이 없다는 말보다는 다양한 취향을 소장하고 있는 능력자들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사진출처_온재캘리


확고한 취향이 있으신가요? 아니면 저처럼 둘 다 좋아서 한 가지만 선택하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인가요?

취향의 다양성을 인정하기로 했다. 취향이 꼭 하나여야 할 이유는 없으니까.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리며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다 보면 살아온 시간과 살아갈 시간에 대해 사색할 시간이 많아서 좋다. 아직 늦지 않았다. 새해에는 안 하면 후회할 것 같은 일. 언젠가는 꼭 할 것 같은 일. 일단 시작하자. 취향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하다 보면 알게 되는 것들이 더 많으니까.


사진출처_온재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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