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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카 Apr 03. 2024

수채화 너.. 나랑 친구 해줄래??

행복했던 날 중 한 날


 2살 터울의 아이들은 태어났을 때부터 유독 우애가 깊었다. 둘째 아이 출산을 첫째와 같이 해서 그런 게 아닐까 생각했는데 베를린 와서 둘 사이는 더 깊어지게 되었다. 아마도 낯선 외국의 유치원에서 두 해를 같은 반에서 보내며 서로 의지하다 보니 더욱 돈독해진 것 같다.


 그림은 재작년 드레스덴에 즉흥 여행 갔을 때다. 처음 유럽 생활을 하기 전에는 유럽에 살면 여기저기 여행을 자주 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현지의 삶은 녹록지 않았고, 생각보다 여행을 자주 가기란 쉽지 않았다. 한국에서 유럽 여행 가는 것보다는 저렴했지만, 그렇다고 월급의 일부를 매달 여행으로 지출하기에는 부담이 되었다. 그러다 갑자기 힘든 외국 생활에 여행이라는 달콤함도 없으면 뭔 재미로 사나 싶어 즉흥적으로 여행을 계획했던 것이다.


 아이들이 생기고부터는 계획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선호하게 되었는데, 이번 여행은 즉흥이 계획이다라는 생각으로 아무 계획 없이 무작정 떠났던 여행이었다. 갑자기 떠났고 먹고 싶은 식당에 가서 밥을 먹었고 특별히 뭔가를 하지 않아도 생활권을 벗어난 것만으로도 충분히 힐링되었다. 외국 생활에 적응하느라 고생한 우리 가족에게 주는 깜짝 선물 같은 여행이었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의 표정도 밝고 참 많이 웃었다.


 이런 날이 있기에 힘들어도 살아가는 게 인생인가 보다. 매일 매 순간이 행복할 수는 없는 게 인생이지만, 가끔 이런 행복한 순간들 덕분에 또 힘을 내어 살아간다. 아이들과 행복하게 웃었던 게 언제인가 싶을 정도로 그동안 너무 팍팍하게 살아왔음을 깨닫는 여행이기도 했다.


 큰아이가 한 말이 생각이 난다. "엄마 한국에서는 참 좋은 엄마였는데 독일 와서는 화를 잘 내는 엄마가 된 거 같아요." 이 말을 듣고 가슴이 먹먹해졌다. 베를린의 삶에 찌들어 소중한 내 아이들이 성장하는 것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것도 억울한데 화를 내는 엄마로 기억되는 건 더더욱 억울했다.


 아이들이 태어나 베를린으로 이사하기 전까지만 해도 나의 온 관심은 아이들에게 집중된 삶이었다. 아이들의 성장 과정을 기록하고 아이들이 하는 말과 행동을 기억하려고 애썼다. 그런데 베를린으로 오고부터는 내 시선이 아이들보다는 낯선 삶에 더 집중하여 살았다.


 그래서인지 이번 그림을 그리는 과정은 나에게 특별했다. 아이들을 그리면서 아이들의 얼굴을 오랜 시간 자세히 보게 된 게 얼마만인지 마음 한켠이 시큰해졌다. 고단했던 베를린에서의 세월이 느리게만 느껴졌는데 아이들을 그리면서 보니 6년의 시간이 순식간에 사라진 것처럼 아이들은 정말 많이 성장해 있었다. 사느라 바빠서 힘들어서 놓친 모습들이 아쉬웠고 더 많이 교감하지 못해 미안했다. 나도 엄마가 처음이라 힘들다고 아이들에게 하소연할 때도 있었고 독일생활이 힘들어 한국으로 돌아가려고 짐을 몇 번이나 쌓았다 풀었다 했었다. 여전히 나는 비슷한 삶을 살고 있지만, 아이들에게 화를 잘 내는 엄마가 아닌 열심히 사는 엄마로 기억되기를 바라며 이 그림을 마무리 한다.




 자신들의 그림을 보고 행복해하는 아이들, 좋아해줘서 고마워. 이런 엄마라도 사랑해줘서 고마워! 나의 보물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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