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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에서 김나지움 가기

by 바카 Mar 03. 2025

 독일은 주마다 교육 시스템이 다르다. 


 베를린을 제외한 다른 주는 초등학교 4학년에 졸업을 하지만, 베를린은 2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에 졸업하고 상급학교에 진학하거나, 초등학교 6학년까지 다닌 후 7학년에 상급학교에 진학하게 됩니다. 후자는 우리나라와 같습니다. 이때 성적에 따라 김나지움, 레알슐레, 게잠트슐레로 나눠지게 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전 글에서 다루었으므로 필요하신 분은 해당 글을 참고해주세요.


 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까지 다니고 5학년에 상급학교에 진학하고자 결정했다면, 거주하는 지역에 있는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셔서 schnelllernerklassen 5학년을 운영하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고, https://www.gymnasium-berlin.net/schulliste 에서 학교를 클릭하면 역시 5학년 운영여부가 기재되어 있으므로 집 근처 혹은 희망하는 학교가 있다면 미리 확인하세요.


 또한 학교마다 커리큘럼이 다르므로 꼼꼼하게 살펴보고 아이와 같이 오픈데이에 참석해서 둘러보고 결정하면 됩니다. 혹 오픈데이가 겹치는 학교가 있을 수 있을 수 있으므로 아이가 졸업하는 해에 방문하기 보다는 2년 전부터 관심있는 학교에 방문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리고 학교 축제에는 외부인도 방문할 수 있으므로 방문해서 축제 구성이나 선생님과 학생들의 관계를 보면 학교 분위기를 조금은 파악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꼭 조기입학이 아니더라도 오픈데이에 참가해서 학교 분위기를 살펴보는 것도 향 후 도움이 될 것입니다. 매년 가다보면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도 하고, 여유가 있는 상태라면 안내하시는 선생님에게 이런 저런 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적극 참여를 권장드립니다. 


 김나지움은 일반학교와 특수학교로 나뉘어집니다. 일반 김나지움의 경우에는 시험없이 내신 성적으로만 입학여부를 결정하지만, 몇몇 특수 학교의 경우에는 입학 시험도 치룹니다. 우리나라에서는 90년대에 사라진 학력고사 제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위해서 시험을 치뤄야했던 그 제도가 베를린 특수 학교에서 현행되고 있는 셈이지요. 특수 학교에서는 수학특성화학교, 과학특성화학교, 음악특성화학교, 발레특성화학교 등이 있습니다. 


 아이가 특수 학교에 진학을 희망한다면, 내신 성적 1~1.5등급과 시험 점수 3등급 이내여야 충분히 합격이 가능합니다. 특수 학교는 내신 성적도 중요하지만, 학교 자체 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순서대로 합격여부가 결정되므로 내신 성적이 좋아도 학교 자체 시험을 못봤을 경우에는 확률이 낮아질 수 있습니다. 


 특수 학교(수학&과학)에 시험을 보러 가면, 학교 정문 입구에서 이름을 호명하면 본인이 속한 조에서 대기한 후, 선생님의 지도하에 시험교실로 이동하게 됩니다. 이 때 부모대기실은 따로 없으므로 집에 갔다가 오거나 밖에서 시간을 보내시면 됩니다. 시험은 약 한 시간정도로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시험이 종료된 후 선생님 지도하에 다시 교실에서 정문까지 이동하여 부모와 함께 집으로 귀가합니다. 시험결과는 2주정도 걸리는데 집으로 합격통지서가 날아옵니다. 합격통지서에는 시험점수와 합격 여부가 적혀져있습니다. 시험에 합격했어도 점수가 낮다면 합격후보자에서 밀릴 수 있으며, 입학 원서 접수 날 해당 학교 행정실에 가면 지원가능 여부를 그 자리에서 바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예체능 특수 학교의 경우에는 특기 실기 시험을 치룹니다. 악기라면 악기연주 시험을 보고, 뮤지컬이나 연극, 스포츠는 오디션을 보게 됩니다. 당일 아이 컨디션에 따라 합격 여부가 달라질 수 있어서 평소에 컨디션, 멘탈 관리를 잘 하고 연습을 꾸준히 잘 하는 것이 당락을 결정짓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저의 지극히 주관적인 의견이므로 참고만 하세요. 


 4학년을 마치고 5학년에 상급학교를 진학하고자 할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가 어느 학교를 갈 것인가 보다는 왜 빠른상급학교로 진학을 할 것인가를 아이와 함께 충분히 고민해보시기 바랍니다. 독일은 또래 관계를 굉장히 중요시하는 문화라서 반 분위기가 좋고 또래 관계도 원만하다면 보통 6학년까지 같이 초등학교에 다닙니다. 혹은 친한 친구들이 다같이 빠른 상급학교에 간다면 또 다같이 우르르 지원하기도 합니다. 입학 서류에 같은 반을 희망하는 친구란이 있어서 큰 이변이 없는 한 같은 반에 배정이 됩니다.(같은 학교 출신끼리도 같은 반으로 배정합니다.) 물론 아이가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상관없겠지만, 내 아이가 또래 관계가 좋지 않을 경우에 새로운 분위기에서 새로운 친구를 사귈 수 있도록 빠른 상급학교로 진학을 시키기도 합니다. 모든 것은 부모와 아이가 함께 충분히 대화하고 결정해야 아이의 원망을 사는 일이 없겠지요.


 관계를 중시하는 독일은 이사를 자주 하지 않는 환경인 탓에 한 곳에 터를 잡으면 그 곳에서 성인이 될 때까지 쭉 자랄 수 밖에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유치원때 친구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함께 하니까요. 유치원은 입학부터 졸업까지 같은 반이고, 초등학교도 입학부터 졸업까지 즉 6년동안 같은 반이고, 상급학교 또한 5학년부터 졸업 할 때까지 반 이동이 없습니다. 학교 선생님또한 유치원은 한 선생님이, 초등학교는 2년에 한번, 3년에 한번 많게는 4년에 한 번 바뀌고, 상급학교의 경우에는 5~6학년 첫번 째 담임선생님을 거쳐 7학년부터 졸업까지 두번 째 선생님이 담임을 지냅니다. 그렇기 때문에 관계가 학교 생활에 8할을 차지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여기서 더 중요한 것은 아이의 기질입니다. 아이의 친구 관계가 고만고만하고 친구에게 크게 영향받지 않는 성향이라면 크게 걱정되지는 않겠지만, 친구 관계에 예민한 편이라면 성적과 상관없이 친한 친구와 함께 진학을 결정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변수는 친한 친구의 성적과 아이의 성적이 비슷해야겠지요.) 하지만 다행일수도 있는 점은 우리는 외국인이라는 점입니다. 어차피 이방인의 모습을 하고 있고 독일에서 죽을 때까지 살 마음이 아니라면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입장이기도 하므로 타인과의 관계에 연연해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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