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서 한 이별, 처음 전해 보는 이야기이다.
단 한 번도 나의 사랑이야기에 대해 외부에 노출한 적 없다. 낯부끄럽기 짝이 없으며 실패한 사람 같아 보였다. 그렇다고 남들의 사랑에 비판하고 함부로 말할 자격 없기도 하며 그러고 싶지도 않다. 나는 누구보다 다양한 종류의 사랑을 존중하며 오히려 더없이 멋있다고 생각한다. 그 어떠한 형태든 사랑은 존중받아야 마땅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사랑이 곧 당신을 행복하게 하는 도파민, 세로토닌이라면 더더욱이. 슬픔마저 행복이라면. 남들의 사랑은 귀한데 내 사랑이라고 귀하지 않으리.
하이틴 영화 같은 순간과 로맨스 영화에서 나올 법한 그런 남녀의 이야기(남남, 남녀, 여여 혹은 젠더 등 다양하지만 그중 나는 Straight 이므로 남녀로 생각해주시길)와 같은 행복한 이야기, 스토리가 분명 나에게도 있었다. 적어도 나는 있었다고 생각한다. 남들 생각이야 뭐가 중요한가. 내가 느꼈으면 그만. 어릴 적 읽은 신데렐라, 백설공주 속 공주와 왕자 이야기는 허상이지만 여전히 꿈꾸기도 한다. 백마 탄 왕자. 작품이 만들어진 시대에 맞게 허구 속 플롯에 그는 백마를 타고 나타난다. 현대물엔 테슬라 타고 나타나려나. 웃자고 한 이야기다. 나는 그저 같이 요트 타고 생전 처음 느껴보는 빛깔의 노을 속으로 항해하고 싶다. 렌트면 어떠한가. 주절주절 의식에 흐름에 맡겨 두서없이 나열했다. 이야기로 돌아가, 영화와 동화 속 주인공의 이야기는 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니 때론 이해할 수 없는 행동과 결론과 실마리를 알 수 없는 게 특징이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안에서 적지 않게 공감할 수 있다. 공감은 곧 인간이 타고난 본능이니까.
몇 계절이나 지난 일. 내가 그를 만나며 배우게 된 '어색한 기류' 그리고 마지막 순간의 소소하고 짧은 해프닝에 대한 이야기를 당신들에게 전한다. 비록 첫 이야기가 꼬물꼬물 거리는 달달한 이야기는 아니다. 그 기억의 온도는 따뜻하지도 차갑지도 않은 층고 높고 큰 공간에서 냄새로 따지자면 플로럴 하지 않은 스모키하고 스파이시한 향기 일이다. 용기 내 적어본다. 내 소중한 순간을 공유한다.
뒤늦었지만 잠시 새로운 페이지를 열어 각자만의 뮤직 플랫폼으로 영화 클래식의 OST로 잘 알려진 '자전거 탄 풍경의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이라는 노래를 함께 곁들여 이 글을 읽어주길 바란다. 가사에 집중하지 않아도 되며 그저 음미해주길.
더 이상 내가 사는 우리집이 아닐, 종종 나를 기다리던 3층 목조주택의 앞마당을 지나 대문 앞. 그 앞에 볼 수 있는 우리의 마지막 모습. 우버에 캐리어를 싣고 나를 배웅해주려 바래다주는 길. 언제나 늘 그렇듯이 시답잖은 소소한 이야기, 지인들 이야기와 추억 회상.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관계가 더 이상 아니니. 그리곤 그저 돌아오는 인사는 고맙고 잘 지내라는 한마디. 마지막이라고 조금 더 많은 인사를 나눌 줄 알았던 기대했던 내가 바보다. 늘 그렇듯 사람은 변하지 않으니.
시뻘게진 눈, 울적해 보인다는 나. 오랜만에 느끼는 감정. 심장이 너무 아파 더 이상 이야기를 나눌 수 없었고 침묵만을 지키기에 다름없었다. 어쩜 이렇게 공항의 모든 상점들은 문을 닫았는지, 몇 없는 출국자들을 간신히 볼 수 있는 공간에서 이내 삭막한 흐름을 느꼈었다. 나는 그를 향한 마음을 참느라 두 눈을 감았고 20년 09월의 어느 날 오후 1시의 15분을 남기고 나는 이내 떠나겠다는 인사를 건넸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 듯 인사를 건넨다고 마음을 추슬렀다. 그가 보기엔 그저 속상한 티 팍팍 내는 인사이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는 담담하게 그저 시간을 체크하고 나를 쳐다보며 일찍, 벌써라는 의문만 갖은 채 시계와 나를 번갈아보았다. 그 의문마저 단순히 시간에 대한 의미인 듯했다. 아니 그 어떤 의미를 갖기는 했을까 무튼 그렇게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두 팔을 벌려 나를 감싸줬고 울음이 터질 것 같던 나는 잠시 그를 끌어안고 재빠르게 밀쳐냈다. 눈을 마주 볼 수 없었다. 그 순간에는 혼자 공항에 왔다면 차라리 편한 마음이었을까 하는 내 앞에 당신에게 배려 없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곧장 출국장으로 들어갔다. 뒤에서 들려오는 잘 가 라는 외침. 잘 가라는 인사가 왜 이렇게 미운지 영원한 안녕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이성적으로 사고하자면 코비드19 시국에 출국장에서의 검역은 필수인데 혹시나 내 눈물에 체온이 올라 출국 거부가 되면 어쩌지 라는 생각도 했다. 비웃어도 핑계 같아 보인다 해도 나는 더 이상 할 말 없다. 15분의 시간을 일정 부분 후회하지만 더 오래 봤더라면 더 오래 앉아있었더라면 아쉬움만 더 커졌을 것이다. 그저 이대로 멈춰야 한다. 어차피 물리적으로 만날 수 없을 테니 그리울 수 없을 테니 말이다. 속상했고 너무 아팠다 어딘지 모르게 사실 내 마음도 잘 모르겠는데 뭐가 그렇게 힘들고 아쉬운지조차 나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내 마음이 자꾸 그랬다.
마음이 가는 데에는 이유가 정말 없다. 그저 흔들리는 그 눈빛이 좋았고 가끔 진심으로 웃어주는 그 눈빛이 좋았다. 마주 본 시간보다 나란히 걷거나 나란히 앉아 이야기한 시간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아무래도 내 상상으로 그 눈빛을 그렸던 것 같아서 홀로 사랑에 빠졌었나 보다.
나는 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랜딩 한 시간을 남겨두고 이제 와서 다시 한번 마음 정리를 하는 바이다. 지난 추억을 빨리 잊고 내 삶을 살자. 늘 그렇듯 이별이 잡아먹는 시간은 너무 아깝고 세상에 더 멋지고 좋은 그런 사람들 만나고 또 사랑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날 더 성장시키고 바우고 경험하며 그런 나를 사랑하자. 지금도 충분히 멋지니까.
위 이야기는 공항에서의 헤어짐을 뒤로한 채 한국을 향하는 비행기에서 와인 한잔하며 창밖의 파란 태평양을 한없이 바라보다 메모장에 적었던 짧은 내 마음속의 이야기다. 시간은 흘렀고 지금은 추억이 되었지만 이 글을 통해 그때의 감정을 종종 느껴보곤 한다. 오랜만에 느껴본 사랑이란 감정이었다. 행복하고 슬픈 감정 모두 나에게 소중한 감정이다. 기쁘고 아픈 일 모두 추억이고 잊고 싶지 않다. 기억이란 것은 쌍방이 아닌 일방적 그리고 아주 주관적인 개인의 조각이다. 내가 기억하는 순간은 시간이 지날수록 미화되기도 혹은 악화되기도 한다. 그때의 그리고 현재의 내 감정과 상황에 따라서 변화되는 것이다. 가장 객관적 관점으로 기억하고자 인상 깊고 나에게 자극적인 추억을 글로 적는 습관이 생겼다. 모든 관계에서는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다 전할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며 나는 내 속이야기를 다 전할 수 없는 부끄러움이 많고 표현하는 데에 서툰 사람이다.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전해도 될 혹은 전해서는 안 될 이야기로 나뉘어지는데 대부분 내 감정을 정리하고 어딘가에 묻어두고자 끄적이다 마음 편히 잠들기 위함이다. 평소 고민으로 밤을 뒤척이다 글을 적는데 다 적고 다시 한번 읽어보며 나를 위로하고 공감하고 이해해주고 나면 비로소 온전히 잠에 빠질 수 있다. 혹 그대가 심란한 마음에 잠이 오지 않는다면 메모장에 끄적여보는 게 어떨까.
사랑이란 축복이 찾아온다면 더 많이 표현해보고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 잠 못 드는 새벽녘에는 분위기에 맞는 플레이리스트에 따뜻한 조명 하나 켜놓고 지난날을 추억하기도 미래를 꿈꿔보기도 하고 싶다. 어색한 기류를 참으로 좋아하는 나. 그 묘한 공기의 흐름은 당신과 함께하는 이 순간에 더 많은 상상을 자극하고 당신에 대해 꿈을 키워나갈 수 있다. 관계의 시작 단계에서만이 가질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면 우리는 그 분위기에 취할 수 있다. 늘상 우리는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안부를 묻고 날씨에 대한 이 이야기를 하며 안타깝게도 우리의 이야기가 아닌 세상살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어색한 기류에 대한 낭만에 젖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연습이 필요할 것이다. 굳이 이 기류를 깨기 위해 애쓰지 않아도 되며 되려 시답지 않은 시시콜콜한 이야기들로 감정이 공유되는 그대들의 소중한 시간이 빼앗기지 않기를.
이 글은 누군가를 위로하는 글이 아닌 그저 각자의 방식대로 물 흐르듯 지날 수 있는 다른 이의 삶에 일부분에 대한 이야기다. 관음은 '관세음보살'의 준말이라고 한다. 긍정적 효과의 관음으로 내 삶을 엿본 당신에게도 사랑이 있다면, 사랑을 하고자 한다면 혹은 사랑의 끝에 서있다면 나의 이야기가 어느새 당신에게 새로운 경험이지 않을까. 사람들의 괴로움을 치유해주거나 소원을 들어주는 자비로운 부처님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글을 읽으며 잠시나마 그 어떠한 감정이라도 느꼈다면 너무도 감사하겠다.
위의 이야기가 공감이 된다면 사랑을 가진 당신에게 소중한 라이킷 꾸-욱, 주변의 소중한 지인과 나누고 싶다면 공유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