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만나서 좋겠다

나의 엄마에게 나의 할머니가 갔다.

by kim ssun

시댁과의 해외 여행 중 제일 신나는 쇼핑시간이였다.

다낭 한시장의 넘쳐나는 사람들 다양한 언어의 혼재 어색한 한국어의 말투

나는 신이나서 이것저것을 들었다놨다하며 사기 당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집중해서 가격을 듣고 적고 있었다. 다리아프다는 딸을 끌고 이곳 저곳에 들렸는데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중에 굳은 남편의 표정이 보였다.

그의 손에는 핸드폰이 들려져 있고 눈은 날 바라보고 있었다.

"어...처남 잠깐만.....썬!!"

핸드폰을 내 손에 들려주며 내가 잡고있던 아이의 손을 남편이 잡고 한손으론 나의 등을 두들겨 주었다.

"누나 놀라지말고 들어. 할머니가 위독하시데.. 사실 전화 온지 좀 됐고...누나가 여행중에 굳이 속상할 것 같아서 말 안했어. 내일 한국오면 ..."

모든 순간이 멈추었다. 그렇게 시끄럽던 시장이 고요해지고 온세상이 나를 빼고 돌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할머니의 죽음이 갑작스러운 것도 아니였고 할머니는 20년전부터 하늘나라 가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사람이였다. 그래서 할머니의 죽음은 슬픔만이 있는 것은 아닌 것이였다. 그런데 나에게 할머니의 위독이 가슴을 져미는 아픔이였다. 아직 일어난 일이 아니였지만 할머니의 장례식에 내가 가지 못하게 될까 두려운 마음도 있었다.


새벽 6시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남편은 출근해야해서 아이는 시댁에 맡기고 아빠와 남동생을 태우고 군산으로 달려갔다.


나와 동생에게 한없이 다정한 외할머니!

아빠를 누구보다 존중해주던 장모님!!


새벽비행에 졸렸지만 잠들수 없었다. 오로지 할머니에게 한마디라도 전달하고 싶은 마음 뿐이였다.

아직도 엄마의 죽음을 알지 못하는 할머니에게 나는 걱정말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

아픈 엄마를 항상 걱정했을 할머니, 나의 엄마의 엄마!!

요양원에서 정신이 혼미해서 였을지도 모르지만 엄마의 상황을 알고 있는듯 엄마의 안부는 묻지도 않았던 할머니의 속 마음은 아파서 못오는 것은 아닐까 하고 마음 졸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후 1시. 예약된 면회시간에 만난 할머니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산소 마스크에 의지하고 있었다.

쌕쌕 소리만이 할머니의 존재를 나타내고 있었다.

"할머니 나왔어"

대답이 없을 것을 알면서도 할머니의 손을 잡고 할머니 귀에대고 말했다. 자주 오지 못해서 미안한 맘이 몰려왔다. 내생활이 바쁘다고 멀다는 이유로 찾아뵙지 못했다는 생각에 계속 눈물이 흘렀다.


"지금은 표현이 안되고 감각이 소멸 된 상태예요"

요양사가 할머니의 가슴을 꼬집으며 말했다. 제일 예민한 부분을 꼬집어도 얼굴에 미동하나 없는 것을 보여주며 말하셨다.


엄마의 죽음과는 또 다른 느낌이였다. 엄마는 호스피스에서 죽음을 판단할 이것저것 줄을 달고 있었는데 할머니는 산소통하나로 심플했다. 할머니의 숨소리에는 힘이 있었다. 그래서 동생과 할머니 아직 정정한거 같다며 그래도 오늘 뵈러 오길 잘햇다고 말했다.


"할머니 엄마 보여? 곽미영(외할아버지 성함)씨 보여? ... 그럼 따라가도 괜찮아. 여기 걱정하지말고 엄마랑 할아버지 따라가. 아프지말고 편하게 따라가"


할머니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보니 큰삼촌과 작은 삼촌 내외가 요양원에 도착했다.

아직 할머니가 좀더 버티실거 같은데라는 생각했는데 할머니의 숨소리가 작아졌다.

그리고 산소통의 산소가 부족한가?하는 생각과 함께 할머니의 숨소리가 사라졌다.

엄마의 죽음을 몰랐던 할머니에게 처음으로 말해본 나의 엄마의 존재 여부였다. 나의 말이 끝나자마자 할머니의 숨소리의 소멸과 함께 나의 슬픔은 극대화 됐다.


할머니의 나이 95세.

세상의 모든 풍파를 겪은 꽃다운 나이.

자식들과 손주들이 다 커서 증손주를 본 나이.

자식들에게 아낌없이 사랑을 준 나이.

그럼에도 아쉬움이 많았던 나이.

나이가 먹어도 항상 소녀같았던 나의 할머니.


그렇게 나의 할머니가 나의 엄마를 만나러 떠났다.

엄마는 엄마만나서 좋겠다 .

너무 평온히 하늘로 가신 나의 할머니가 나의 엄마가 참 보고싶다.

날씨마저 푸른 하늘이 할머니의 천국입성을 환영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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