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든 영정사진

내가 기억하는 내 할머니♡

by kim ssun
"어머니 조금만 기다리지 다훈이가 오고 있는데..."


할머니의 임종이 명확해지자 제일 큰소리를 내며 울부짖은 사람은 큰 외숙모였다. 할머니와 가장 애증의 관계였던 고부사이. 아직 도착하지 못한 사촌동생이 할머니 임종을 못 지켜 안타까운 외숙모의 맘이 전해졌다.


할머니의 영순위 손주, 내 사촌동생은 어려서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나와 내 동생이 할머니의 예쁨을 받는 것과는 다른 의미. 언제나 할머니의 아픈 손가락이자 최고의 사랑. 그런 나의 사촌 동생은 할머니의 임종 선언 5분 뒤 상기된 얼굴로 요양병원에 도착했다.


흐트러진 머리, 벌게진 얼굴, 바짝 마른 입술, 혼이 빠진듯한 눈빛, 자꾸만 비벼 되는 손....

차 시동도 끄지 못하고 헐레벌떡 뛰어와 이미 숨을 거둔 할머니 앞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동생에게 나와 내 동생은 엄마를 보내본 선배로서 다독이며 말했다.

"아직 귀는 살아있어. 할머니한테 하고 싶은 말 해.. 손잡아... 나중에 이 손이 그리워지더라..."


장례지도사 마냥 나와 동생은 마지막 인사를 안내하였다. 그렇다. 진짜 마지막 인사였다.



그렇게 할머니의 임종과 함께 장례식이 시작되었다.

임종사진을 고민하는 삼촌들은 나에게 사진을 찾아보라고 했다. 분명 10여 년 전에 찍어놓은 증명사진이 있었는데. 그 파일은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 없는 모양이다.


나는 클라우드에 저장되어 있는 내 사진첩을 뒤졌다.

많고 많은 우리들 사진 속 나이 먹은 할머니는 왜 찍어대냐며 손을 내저어 흔들던 할머니와 나의 사진이 있었다.


좀 더 많이 찍어둘걸....

매번 지나고 보면 아쉬운 부모님과의 사진들...

내 아이 사진은 그렇게도 열심히 찍으면서 어른들의 사진 이젠 나의 사진과 남편과의 사진도 보이지 않는다.


다행히도 사진을 찍는 걸 즐겨하던 내가 찍은 할머니의 사진이 내 사진첩에 남아있었다. 지금 저 침대에 누워 차가워진 이가 하나도 남지 않은 동화 속 할머니 같은 모습이 아니라 내가 제일 사랑하는 나와 농담 따먹기를 좋아하던 소녀 같은 내 할머니의 사진이 마지막 할머니 가는 길을 추모하는 장례식장에 꽂혔다.

한 땀 한 땀 누끼를 따고 어플로 빨갛게 립스틱도 칠해드렸다. 평상시 나보다 더 화장을 열심히 하던 할머니 그 예쁜 소녀 모습 그대로 모두가 할머니를 기억하게 되었다.



하얀 국화 속 할머니는 예쁘게 웃고 계셨고 나는 그런 할머니를 보며 하염없이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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