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적인 삶, 평안한 삶, 진실된 삶
Carpe diem. 현재에 충실하라는 뜻의 라틴어, 카르페 디엠은 많은 이들의 좌우명으로 자주 언급되지만 나에겐 지겨운 클리셰 정도에 불과했다. 너무 흔하게 쓰이는 말이어서인지 그 문구를 보면 의미를 떠올리기 이전에 지루함을 먼저 느꼈던 것 같다. 모순적이긴 하지만 문구가 주는 넌더리와는 별개로 '현재에 충실한 삶'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해왔는데, 브랜트 맨스워의 <블랙 쉽>을 읽으며 그 의미에 대해 다시 사색해보게 됐다. 그러면서 'Carpe diem'이라는 문구가 재인식됐고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리는 이유도 이해됐다. 책에서 인사이트를 준 문장들을 소개하며 내가 생각하는 '현재에 충실한다는 것'의 의미를 적어내려 보고자 한다.
현재에 충실한 삶은 의식적인 삶을 의미한다. 우리는 항상 현재를 살아가는 중이며, 현재에만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의식은 종종 과거와 미래, 지금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 있곤 한다. 가령 돌이킬 수 없는 지난 일에 대해 후회한다거나 아직 오지 않은 일에 대해 불안해하고, 업무 중에 집에 가스불을 켜 두고 나오지 않았나 걱정하거나 연예기사, 가십거리에 휘둘리곤 한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고 유일하게 존재할 수 있는 시간과 장소는 오직 '지금, 여기'뿐이다. 따라서 현재에 집중하고 충실한다는 건 '지금 여기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는 분명한 진리를 인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진리에 따른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는 깨어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는 시간을 무의식적으로 흘려보내지 않으며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의식적인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현재에 충실한 삶은 평안한 삶을 의미한다. 생각과 마음이 과거나 미래에 있을 경우 비관적이더라도 낙관적이더라도 결코 평온한 상태일 수 없다. 과거에 사는 경우를 먼저 생각해보자. 비관할 경우 부정적인 기억을 되뇌며 후회와 우울에 잠식되기 쉽다. 낙관할 경우 찬란했던 기억만을 회상하거나 경험을 미화하며 허풍을 떨게 될 수 있다. 미래를 비관할 경우에는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한 성급한 걱정과 불안에 휩싸이게 된다. 미래를 낙관할 경우 보상을 바라며 현재를 희생하거나 혹은 막연한 기대에 차 나태한 태도로 안이해질 수 있다. 네 가지 그 어떤 경우에서도 평온할 수 없다. 현재에 집중하고 충실할 때 비로소 평안한 삶도 가능해진다.
고대 중국의 사상가 노자는 이렇게 말했다.
"우울한 사람은 과거에 살고, 불안한 사람은 미래에 살며, 평안한 사람은 현재에 산다." (<블랙 쉽>, 105p.)
현재에 충실한 삶은 진실된 삶을 의미한다. 현재에 충실하게 되면 과거의 경험에 의존해 속단하거나 미래의 손익을 계산하지 않는다. 현재에서만 유일하게 존재할 수 있으므로 현재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하게 된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하면 자신의 감정과 가치관에 솔직한 선택을 할 수 있다. 주변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 단단해질 수 있으며 남에게 맞추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쓸데없는 힘이 들어가지도 않는다. 타인을 의식하며 바짝 들어간 힘은 부자연스럽고 오히려 자신과 주변에게 불편과 부담을 지운다.
당신의 진실은 당신의 것이지 다른 사람의 것이 아니다. 성공의 열쇠는 현재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 있다. (<블랙 쉽>, 107p.)
또한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게 되면 타인을 향한 시선에도 편견을 내려놓을 수 있다. 편견 없는 시선에는 호오(好惡)가 없으니 감정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고 두려움이나 오해, 기대가 없어 건강한 관계를 쌓을 수 있다. 자신과 타인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진솔한 태도와 쉽게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신념은 사람들을 매료시키고 끌어당기는 힘을 지닌다.
진실된 삶에는 특별한 힘이 있다. 아마 살면서 다른 사람들에게서 여러 번 그런 힘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은 주변 사람들을 자석처럼 끌어당긴다. 그들 곁에 서면, 다른 세계로 끌려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블랙 쉽>, 14p.)
세상에 경외심을 불러일으키는 순간은 당신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줄 때이다. (<블랙 쉽>, 163p.)
사실 이 글은 현재에 충실하지 못해 여전히 과거를 후회하고 불안에 흔들리는 나에 대한 반성의 고백이다. '현재를 산다는 것'은 글자 그대로는 당연한 것처럼 느껴질 수 있으나 실천으로 옮기기에는 결코 쉽지 않다. 소중한 시간을 흘려보내지 않는 깨어있는 의식을 위해, 우울과 불안이 없는 마음의 평안을 위해, 진실된 삶이 주는 특별한 힘을 위해 나는 오늘도 오늘을, 지금 이 순간을, 이곳에서 충실히 살아내고자 한다.
* 인용구를 담은 책, <블랙 쉽>은 드로우앤드류 서포터즈 그린이 1기 활동을 위해 무상으로 지원받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