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낯설게 느껴집니다. 열대야 속에서 바람 온도가 변하니 몸이 바로 반응합니다. 며칠 전부터 새벽바람이 심상치 않습니다. 습한 기운이 사라진 것 같습니다. 한낮 햇살은 아직 무덥지만, 힘없이 흔들리는 나뭇잎을 보면서 계절이 변하고 있음을 실감합니다.
오늘은 산바람을 따라가다가 쑥부쟁이를 만났습니다.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구별하지 못하는 너 하고 이 들길 여태 걸어 다니는 자신을 발견하고 절교를 선언”한 “안도현 시인”의 《무식한 놈》이라는 시를 되뇌어 봅니다. 쑥부쟁이를 보는 순간 무식한 놈이 떠오르다 보니 금방이라도 웃음이 피식 나올 것 같습니다. 그러나 나는 나에게 어떠한 사람일까? 생각하니 이 시가 무겁게 다가옵니다. 저는 스스로에 관대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조금은 엄격합니다. 그렇다고 조그만 실수를 용서할 수 없을 정도로 냉혹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적당한 실수와 적당한 무식함을 이해해주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구절초와 쑥부쟁이를 구별할 줄 모르는 이 무식한 놈에게도 용서와 배려가 필요할 것 같아 오늘은 거미줄에 걸려 팍팍하게 흔들리는 쑥부쟁이에 안부라도 물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