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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용수 Sep 11. 2024

아프게 핀 꽃이라야 더 향기롭다(4)

  ◎ 유용수 : 지구별에는 많은 동·식물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계자연기금(WWF)의 ‘지구 생명 보고서 2022’의 발표에 의하면 1970년부터 2018년까지 

전 세계 5,230종의 생물 종을 대표하는 31,821개의 개체군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 전 세계 야생동물 개체군 규모가 평균 69%가 감소한 것으로 발표했습니다. 

  감소의 주된 원인은 서식지 황폐화와 과도한 자원 이용, 환경오염과 기후변화, 질병 등을 이유를 들고 있습니다. 학자들은 금세기 안에 절반 가까이 멸종할 거라고 합니다. 풀인지 꽃인지 모를 연복초 하나가 피지 않는다고 지구는 멸망하지 않습니다. 또한 계곡에 물이 흐르지 않는다고 지구의 물이 당장 고갈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쌓이고 쌓이면 어느 봄날 하얀 목련이 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어느 순간 저 넓은 호수에 물이 말라 거북등처럼 쩍쩍 갈라지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요즈음 자연을 공부하거나 자연보호 강의를 들어보면 인디언의 삶의 지혜를 이야기합니다. 인디언의 지혜는 자연으로부터 터득된 삶이기 때문입니다.     

      

  ◇ 스님 : 현대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삶이 노마드적 삶이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도 캠핑 문화가 빠르게 발전한다고 합니다. 길도 잘 뚫렸고, 자동차도 좋아서 어느 곳이든지 주차하고 텐트 치고 자연을 더 가까이 할 수 있는 문화가 발전한다니까 좋습니다.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매우 자유스럽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연과 하나 되는 순간을 즐기는 것 같습니다.

   몇 해 전 겨울에 울릉도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울릉도는 겨울이면 눈이 많이 옵니다. 특히 깍개등이라는 곳이 있는데 겨울에는 눈이 많이 와서 자주 고립되곤 하나 봅니다. 그해에 폭설로 며칠간 육지로 나오지 못했는데 배낭을 메고 눈 쌓인 깍개등을 오르는 분을 만났습니다. 그분은 눈을 헤치고 올라가 눈 속에 파묻혀 하룻밤을 자고 내려온다고 하더군요. 그분이 눈을 헤치고 홀로 들어가 춥고 무서운 밤을 이겨내려는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바로 자연과 하나 되겠다는 일념이겠지요. 그분은 오늘 하루만이라도 자연과 함께하지 않으면 일주일이 힘들다고 합니다. 그분이야말로 자연에서 치유하고 유 작가가 말하는 델라웨어족이 자연에서 세상을 배우며 살아가듯이 그분도 험한 눈밭으로 들어가 하루를 보내는 삶이 노마드적 삶이 아닐까요? 

  지금은 웰빙well-being 시대를 거쳐 힐링Healing의 시대를 지나고 이제 휘게Hygge의 시대이며 정신과 신체를 건강하게 만들어가는 웰니스Wellness의 시대입니다. 지금은 물질이 넘치고 부족함이 없지만, 외롭고 쓸쓸함이 남아 영혼이 가난한 세상입니다. 이것은 남을 이해하는 세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세상이 아닙니다. 자신이 최고여야 하고, 자신이 일등이어야 하는 시대입니다. 

그러다 보니 지친 영혼이 가슴으로 내려오지 못합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자비와 기독교에서 말하는 사랑이라는 글귀를 까맣게 잊고 있습니다. 뜨거운 가슴이 머리로 솟구쳐 오르지 않기 때문에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자연을 가까이하는 사람들을 보면 생활의 여유로움이 있습니다. 그리고 비움을 생각하고, 자비를 생각하고, 이타심을 생각합니다. 그분들의 노마드적 삶은 거창하고 화려한 것이 아니라 자연이 주는 소소한 행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행복의 비결은 더 많은 것을 찾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세존께서 아란과 함께 숲길을 걷다가 나뭇잎에 맺힌 물방울이 떨리는 모습을 보고 눈물을 흘리시며 말합니다. “아란아 듣거라. 너는 저기 숲속 키드나무 잎새에 어리는 물방울이 떨고 있음이 보이지 않느냐? 나는 작은 풀잎, 하찮은 나뭇잎 하나에 어리어 무심히 떨리는 한 방울의 물빛 속에서 전 우주의 떨림, 그 진한 고통을 느낀다. 아란아, 작은 풀잎 하나에서 개화되는 생명의 씨, 그것들의 흔들림은 우주의 고통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이것이 생명의 연민이며 자연에 대한 경외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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