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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벼락 Oct 01. 2024

[덕터뷰] 너는(점 45억개를 찍을)다 계획이 있구나?

인터뷰를 빙자한 덕질, 덕터뷰 김영진 2편

안녕, 나 양벼락이야.


하이루 (^ㅡ^)/ 저번 편에서 우리 김최애가 체대 갈 뻔했다가 화가가 된 썰 잘 읽었어? 스스로를 망나니라고 부른 부분도 충격적이지만, 남들은 상상하지 못할 널찍한 자유 속에서 자라다가 어머니의 조언을 바로 받아들이고 '앉아서 하는 일'을 하기 위해 그림 그리는 길로 들어선 내 최애의 결단력은 지금 생각해도 놀랍다구. 자유 속에서도 자신을 잘 지켜온 아들이 이렇게 멋진 아티스트로 살고 있다는 걸 알면 하늘에 계신 어머니께서도 정말 흐뭇하실 거야.


다들 김최애 부지런한 건 알고 있을테니까, 오늘은 내 최애가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작업을 하는지, 얼마나 철저하게 인생을 고민하고 무덤덤하게 실천하는지에 대해서 좀 더 정리해볼게. 이 썰까지 풀고 너에게도 최애가 될 거 같아서 벌써 신난다!


<인터뷰를 빙자한 덕질, 덕터뷰> 김영진 편



2000개의 작품을 목표로 하는 개부구족開敷具足의 아티스트


50점씩 40년만 그리면 된다

형수님: 저나 남편이나 같은 80년대 생인데 서로 자라왔던 이야기를 하면 너무 다른거에요. 저는 전형적인 집안에서 커서 전형적인 루트를 타고 자랐어요. 공부를 해서 대학을 가고, 취직을 하고, 결혼도 하고, 그 다음에 집도 사고... 그런 것들이 저의 목표인데 김영진 작가의 목표는 달라요. 하고 싶은 것 자체가 달라요. 이 분은 본인이 하고 싶은 걸 하더라고요.

김최애: 저는 그림만 열심히 그리는 게 목표에요. 그게 끝이에요.

형수님: 아니잖아요, 동아시아 그거 이야기해야지!


동아시아...? 형수님 나이샤!!! 역시 형수님을 모신 건 신의 한 수였어. 무슨 동아시아냐고 안 여쭤볼 수 없지!


김최애: 우리가 전쟁을 겪기도 해서 아직까지 우리나라 미술 시장이라는 것이 초기 단계에 해당해요. 그래서 드로잉이 아니라 페인팅으로 2000점을 그린 사람이 많지가 않아요. 아마 10명도 안 될 거에요. 그래서 저는 2000점을 그려보자라는 목표를 세웠어요. 어느 날 심심해서 이 목표를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계산을 해봤거든요. 그랬더니 1년에 50점씩 40년만 그리면 되더라고요. 한 달에 4점만 그리면 되는 거에요.


응...? 50점씩 몇 년이라구? 최애야, 왜 때문에 이렇게 간단한 것처럼 말하는 건데?

엘디프 광화문 본사에 찾아와서 경복궁 뷰를 보며 즐거워하는 김최애☆


점 45억 개를 찍기 위한 장기 플랜


아니 정말 그렇잖아. 너무 별 거 아닌 듯이 이야기하잖아. 우리 김최애 작업은 심지어 몇 겹에 걸쳐서 색깔을 얹고 맨 마지막엔 캔버스 전체적으로 점 몇 백 개, 몇 천 개를 찍어서 마무리 짓는 스타일이라서 시간이 많이 걸릴 수 밖에 없는데 말야. 내가 같이 올린 사진 봐봐. 이거 34.8x27.3cm 밖에 안되는 사이즈 작품인데도 점이 대체 몇 개냐구!


엘덕후: 근데 작가님 작품이 되게 공들여서 그리는 건데, 한 달에 네 점을 꾸준히 그리는 게 가능한가요? 주말까지 작업하셔서 가능한 건가요?

김최애: 한 달에 네 작품은 충분히 할 수 있어요. 그건 최소에요. 제가 제 작업 스타일을 반영해서 계산해보기도 했는데, 하루에 10시간씩 점을 찍는다 치면 평생 점을 45억 개 정도 밖에 못 찍더라고요. 점 하나가 1원이라고 치면 평생 찍어도 45억 밖에 못 버는 거에요. 그런데 살다 보면 불의의 사고가 일어나기도 하고 인생의 굴곡을 만날 수도 있다 보니 2000점을 못 채우는 경우들이 생기는 것 같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주변에 불필요한 것들을 많이 정리하게 됐어요. 술 마시거나 하는 것들을 정리하고 나면 충분히 가능한 숫자인 것 같더라고요.


얘들아 봤어? 내 최애가 이런 사람이야. 꿈꾸듯 사는 소년이라고 생각했는데, 평생 점을 45억 개밖에 못 찍는다는 걸 계산해내서 평생의 작업 계획을 세우는 사람이라구! (내가 한 것도 아니면서 괜히 내가 뿌듯한 이 기분 뭔데)


나 딱 한 가지만 더 자랑하고 다음 챕터로 넘어갈게. 내 최애 작업은 흰 색 액자에 표구될 때도 있지만 원목 띄움 액자에 표구될 때도 있거든. 띄움 액자는 김최애가 직접 만드는거다? 아버지가 목수셨다고 하시기에 그 영향을 받은 거냐고 여쭤봤는데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수줍어해서 나 또 뒷목 잡았잖아. 왜 때문에 이렇게 겸손한거야 ><!!


연꽃은 반드시 열매를 맺고, 그런 사람을 개부구족(開敷具足)의 특성을 가졌다고 한대. 우리 연꽃 김최애가 좋은 열매를 맺기 위해 하는 고민과 실천은 여기서 끝나지 않아. 다음 편을 기대하라규 ><!



김영진의 작업노트

그리고 <자유소생도>의 모체가 된 <이야기가 있는 풍경> 연작은 유년기의 희로애락을 거시적 풍경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개인적 일대기를 회상함으로써 자연스레 무색 또는 여러 파스텔 톤으로 표현된 경우가 눈에 띄며 2010년을 기점으로 유년기의 체현(體現)에서 시기의 전후를 아우르는 서사적 구조로 차차 변화한다. 풍경에 담겨진 여러 대상 중 식물이라는 형상적 가능태(dynamis)를 집중적으로 관찰하여 <자유소생도> 연작을 시작하게 되었고 두 연작은 ‘다까무라 코오다로’의 글을 기초로 하여 다시 한 번 감성적 관계인 연작으로 발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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