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종 Mar 21. 2024

4. 저자님의 명상이 연령대별로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당신도 잠 못 들고 있었군요> 18문 18답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명상은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를 의문하며 배우며 성장하는 전 과정이라고 볼 때 명상은 일상의 모든 변화와 상황을 정확히 반영해요. 그래서 20대에는 모든 것이 희망적이었어요. 뭐든 하면 할 수 있을 것 같았죠. 젊고 어리니까 뭘 잘 못해도 다시 잘하면 되니까 하는 심경으로 도전적이고 시도를 많이 하죠. 젊음이 갖는 힘이 있으니까, 뭘 하면 달려들듯이 하죠. 저는 명상도 그렇게 했어요. '몇년 열심히 해서 깨달아 버려야겠다. 빨리 깨달아서 나머지 인생은 걸림없이 자유롭게 살겠다.'하는 의욕과 희망이 있었어요. 그래서 막 달라들었죠.


20대 중반에는 하루에 4시간씩 거의 4년간을 출퇴근 시간과 잠자는 시간 빼놓고 깨어있는 시간을 거의 명상에 할애했어요. 아침에 1시간, 점심 빨리 먹고 30-40분, 저녁 퇴근 후 1시간, 잠자기 전 1시간 거의 이런 식으로 매일 명상을 밥 먹듯이 했어요. 대학원 다닐 때에는 방학 때 아예 호흡수련하는 도장에 가서 1달 살기도 했죠. 이런 식이었어요. 그래서 오매불망 명상을 해서 빨리 깨달아버려야겠다. 이 마음으로 진짜 열심히 했어요. 몸은 정말 군살도 없고 건강해졌는데 깨달음이라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더라구요.


그래서 어느 시점이 되니 '눈 감고 앉아있는다고 뭔가 특별한 것을 얻는 것은 아니구나.' 생각을 하고 아예 앉아서 하는 명상을 거의 졸업하다시피 열심히 안해버렸어요.


그랬더니 의문이 생기더라구요. 도대체 세상은 어떻게 돌아가는지, 나는 도대체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남들은 잘 살고 있는 건지,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건지. 너무 의문이 강해져서 보는대로 듣는대로 그 의문들을 풀어보려고 늘 생각을 했었죠. 그러면서 30대를 맞이하게 되었어요.


30대는 20대와 차원이 다르더군요. 30대에는 손에 쥔 것을 자꾸 생각하고 남과 비교를 하게 되더라구요. 뭔가를 이루어야 한다. 또는 뭔가를 이루었어야 한다. 남들은 잘 하고 있는데 나만 뭔가 잘못하고 있는 것 같다. 도대체 뭐가 잘 못된건가. 심지어 화도 났어요. 학교 다닐 때 나보다 공부도 못했는데, 저 친구는 뭔가 인생이 술술 풀리는 것 같고. 나는 열심히 사는데도 아무 것도 이룬 것이 없는 것 같고. 사람들도 나를 높이 평가하지 않는 것 같고, 세상이 너무 불공평한 것 같고, 남녀차별도 있는 것 같고. 그래서 속으로 화가 많이 나기도 하고 우울했어요. 누구한테 말할 수 없는 그 불편함이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게 하더라구요.


그래서 저의 30대는 치열했고, 넘어졌고, 아팠다. 이렇게 몇 마디로 요약을 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명상도 내 감정 문제, 삶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집중잘이 되었죠. 혼자 외로운데 어떻게 해야 하나. 속에서 끓어오르는 화를 어떻게 삭혀야 하나. 남들과 비교를 하는 것이 옳은가. 비교를 안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잘 산다는 건 뭘 의미하는가. 사실 의문만 많고 답은 찾기가 어려운 힘겨운 애씀의 명상이었다고나 할까요. 그러면서 스스로 방법을 터득하는 거예요. 감정이 소용돌이 치거나, 말할 수 없는 불편함 힘겨움이 느껴지면 무조건 걸었어요. 걸으면 해결이 되더라구요. 집을 나설 때만 해도 마음이 복잡하고, 우울하고, 답답하더라도 한 3시간 정도 걷고 오면 해결이 되었어요. 돌아오는 길은 늘 행복하더라구요. 세상이 온통 내 것 같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예뻐보이고 사랑스러워 보이더라구요. 그래서 그걸 저는 걷기 명상이라고 이름붙였죠. 때때로 이유없이 마음이 심난할 때에는 청소를 깨끗하게 했어요. 그러면 또 내 공간이 깨끗해지면서 머리도 맑아지더라구요. 청소명상이죠. 그러니까 30대 때에는 일상에서 부딪히는 감정 조절과 삶의 문제해결을 중심으로 하는 명상을 개발하면서 성장해 온 것 같아요.


40대가 되면서는 많은 것이 정리가 됐어요. 될 일은 되고 안 될 일은 안되는 구나. 그렇게 애써서 살 일도 아니구나. 그러면서 동시에 아팠어요. 컴퓨터로 업무를 보는 일을 할 수 없게 된 거죠. 이대로 살아서는 이 병이 나을 수 없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았어요. 그래서 모든 걸 놓고 태평양을 건너 캐나다로 떠났어요. 거기서 8년이라는 세월을 보냈어요. 컴퓨터 보는 일을 많이 못하니까, 농사짓고 풀뽑고 산책하면서 많은 시간을 보냈어요. 명상도 많이 했어요. 아침에 명상 한 번, 저녁에 잠 자기 전에 명상 한 번. 하루에 두차례 명상하며 보냈죠.


삶 자체가 명상적인 삶으로 변하기 시작했어요. 처음 밴쿠버에서 혼자서 3년을 지냈는데 고요한 삶이 너무 좋았어요. 풀을 뽑다가 한 번씩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천국이 따로 없다고 느끼기도 했고, 아침에 혼자 차를 마면서 창밖 나뭇잎에 매달린 이슬 한 방울에 햇살이 반짝 비치는 모습을 보며 그 고요하고 일없는 시간들을 통해 제 삶에 고요가 축적되기 시작했어요.

명상의 중요한 몇개의 개념이 있는데, 고요는 중요한 핵심 중에 하나예요. 그런데 저는 밴쿠버 사는 8년이라는 시간동안 그 고요를 축적하는 명상을 할 수 있는 행운의 시간을 보낸거죠. 아무튼 40대부터는 명상이 삶 속으로 깊이 들어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동시에 그 고요한 마음으로 다시 '나는 누구인가? 세상은 어떻게 돌아가는가? 어떻게 살 것인가?'하는 문제를 더 깊이 사색하는 명상에 빠져든 것 같아요. 결국 조금 더 많이 알게 되었고. 많이 자유로와졌죠. 그 모든 경험들이 숙성되면서 이번 <당신도 잠 못 들고 있었군요> 같은 책이 쓰여질 수 있게 된 거죠.

매거진의 이전글 3. 명상을 하기 전과 후에 저자님께 일어난 변화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