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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원의 빛 강성화 Oct 26. 2023

아픈 노모가 챙겨 준 달걀 두 개와 단팥빵

언제나 자식 먼저인 엄마의 사랑

추석 연휴 직후 부모님 모두 코로나에 걸리셨습니다. 고령이라 제발 무탈히 지나갔으면 했는데 엄마는 폐렴 증세가 있어 입원을 해야만 했습니다.  코로나에 같이 걸렸던 둘째 언니가 며칠 동안 엄마를 챙기느라 고생이 많았습니다.


며칠 후 폐렴 증세가 괜찮아져 퇴원했지만 입맛이 없어 거의 드시지 못했던 엄마의 건강상태가 좋을 리 없었습니다. 엄마는 이제 괜찮다고 했지만 곁에서 지켜본 언니는 괜찮아 보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 사실 멀쩡하지 않으면서 자식들 걱정할까 봐...난 그것도 모르고.. >


부모님 걱정에 기운이 없는 엄마를 보며 딸이 슬며시 다가와 말했습니다.


엄마~!
내 걱정 말고 다녀와요.
엄마가 가서 할아버지 할머니 챙겨드려요.
난 괜찮아요.


어린 줄만 알았는데 언제 이렇게 컸는지. 아이의 말에 순간 코끝이 시렸습니다. 대학원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니 밤 10시 15분. 다녀오라고 먼저 말은 했지만 막상 며칠 동안 엄마를 보지 못한다는 생각에 아이는 결국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우는 아이를 품에 꼭 안고 등을 토닥이며 재우고 나니 11시 5분. 그제야 씻고 엄마의 부재동안 먹을 밑반찬을 준비했습니다. 다 만들고 나니 시계는 새벽 2시를 향해 있었습니다.

< 딸, 고마워. 잘 다녀올게 >




전날 울다가 잠든 딸은 아무렇지 않은 듯 밝은 얼굴로 환하게 웃으며 잘 다녀오라 인사하며 등교를 했습니다. 아이가 나간 후 집안 청소와 빨래를 마치고 장을 봐서 고향으로 출발했습니다.


고향에 도착하니 엄마는 제가 온 줄도 모르고 잠을 자고 계셨습니다. 아버지는 엄마가 한두 숟가락만 먹고 하루 종일 누워서 잠만 잔다고 걱정하고 계셨습니다. 대화소리에 잠이 깬 엄마는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나 앉으셨습니다.


온다는 얘기도 없이 먼 길 온 막내가 깎아 준 사과 한 조각을 받아 드시는 부모님을 가만히 바라보았습니다. 열흘 전 추석연휴에 봤을 땐 두 분 다 얼굴이 좋으셨는데.. 제대로 드시질 못한 부모님의 얼굴을 보니 가슴이 아려왔습니다.


잠시 후 저녁 준비를 위해 주방으로 갔습니다. 전날 통화할 때 흰 죽을 먹었단 얘기를 들었는데 먹다 남은 흰 죽이 냄비에서 말라가고 있었습니다. 그 흰 죽조차도 한두 숟가락 겨우 먹었을 당신을 생각하니 울컥해 금세 눈물이 고였습니다.


몽글몽글한 순두부를 끓이고 불고기를 볶고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배추 생채를 무쳐 얼른 저녁을 차렸습니다. 입맛이 금방 돌아올 리가 없을 텐데.. 어린 딸 두고 온 막내의 마음을 생각해서인지 두 분 모두 잘 넘어간다며 밥 한 공기를 말아 다 드셨습니다. 다음날 아침도 잘 드시는 모습을 보니 어찌나 좋던지.


다음날 영양수액을 맞기 위해 아침 일찍 서둘러 병원에 갔습니다. 혈관이 얇아 터진 적도 있고 그동안 너무 먹지 못해 혈관상태도 좋지 않아 혈관주사 위치를 두 번이나 바꾸고 5시간 30분 동안 누워있어야만 했습니다. 병원에 머물 시간이 길어 곁에서 말동무를 해드리다가 아버지 점심을 차려드리고 허기질 엄마를 위해 간단히 먹을 걸 챙겨왔습니다.


< 엄마품처럼 따뜻한 엄마손 >


두 끼의 식사와 영약수액으로 기력을 조금 회복한 엄마는 우동을 먹고 가자 하셨습니다. 그 말이 어찌나 반갑던지. 몸도 아프고 늦은 점심이라 배고프실 텐데도 언제나 자식 먼저인 당신. 언제나 그렇듯 가위질조차도 자식 밥그릇에 먼저 자동으로 손이 가는 모습에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 언제나 자식 먼저... >




아이가 어리다 보니 자식의 도움이 필요할 때 부모님을 챙기는 일은 항상 언니오빠들이 대신해 주었고 전 주말에 찾아가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것이 항상 마음에 걸렸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자식 역할 제대로 하고 온 것 같았습니다.


매끼 식사도 차려드리고 간식도 챙겨드리고 부모님이 잘 드시는 식당에도 모시고 갔습니다.

< 잘 드시는 모습을 보니 어찌나 감사하던지..>


싱크대 안에 있는 많은 약들을 보는 마음이 편할리 없을 터.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수납함을 사 와 가지런히 정리하는 것뿐이었습니다. 그게 뭐 그리 대수라고 싱크대와 냉장고를 정리하는 딸이 힘들까 봐 몇 번이나 그만하라고 하시다가 말을 듣지 않자 결국 주방 전등을  끄는 당신.  

< 엄마 아프지 말아요~♡>


엄마의 부재에 유난히 일찍 일어나 아침 인사를 하는 딸의 문자를 보며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그저 해야 할 일을 한 거라고 말하는 딸이 어찌나 기특하던지. 아직 어리기만 한 줄 알았던 9살 아이는 엄마가 모르는 사이 그렇게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 언제 이렇게 컸니~♡ >


기력을 조금 되찾은 엄마는 움직여야 한다고 산책을 가자고 했습니다. 두런두런 대화를 하며 엄마와 팔짱을 끼고 함께하는 산책길이 어찌나 좋던지. 문득 이렇게 건강한 모습으로 함께 걸을 날이 얼마나 남아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니 그 시간들이 너무나 소중하고 감사하게 느껴졌습니다.


< 엄마와 함께하는 지금 이 순간 오래오래 가슴 깊이 간직할게요 >


집으로 돌아오는 날 아침, 엄마는 아침부터 분주해졌습니다. 이것저것 뭐 하나라도 더 줄 것 없나 싶어서. 그리고 가방 옆에 슬며시 용돈 봉투를 놓고 갔습니다.


사과 맛있는 거 사 먹어라


사과 좋아하는 딸을 생각해서 하는 말이었을 것입니다. 평소보다 용돈이 조금 늘어난 걸 보며 엄마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팔순 넘은 노모에게도 마냥 어리게만 보였을 늦둥이 막내. 아픈 엄마를 위해 어린 딸을 두고 혼자 달려온 자식을 향한 고마움과 사랑이 용돈 안에 담겨있었습니다.

< 용돈에 담겨있는 엄마의 마음 >


그리고 용돈 옆에는 또 언제 준비하셨는지 삶은 달걀 두 개와 단팥빵이 놓여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소풍 때마다 사이다와 함께 준비해 주셨던 것처럼 꼬깃꼬깃 접은 종이에 담은 소금도 잊지 않고서. 엄마가 챙겨준 달걀과 단팥빵은 혼자 먹기 아까워 집으로 돌아와 딸과 나눠 먹었습니다.


엄마, 오늘은 달걀노른자도 참 맛있어요.


어린 시절에 제가 그러했듯 달걀노른자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딸의 말에 전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린아, 맛있지?
그럴 수밖에 없을 거야.
할머니 사랑이 가득 담긴 특별한 달걀이거든.


< 엄마의 사랑은 참...>




헤어지기 아쉬워 차에서 몇 번이나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딸을 보며 환하게 웃으시는 부모님의 모습에 돌아오는 발걸음이 조금은 가벼웠습니다.


일요일 오후, 장시간 운전으로 피곤했지만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가까운 공원으로 나들이를 갔습니다. 어머님을 비롯한 가족들의 배려가 없었다면 그렇듯 3박 4일 동안 편히 다녀올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었기에.

< 하늘도 맑고 바람도 적당했던 연날리기 최적의 날 >


어머님은 부모님이 자식의 도움을 정말 필요로 하는 시기에 맞춰 잘 다녀왔다고 따뜻하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어머님~!
제 빈 자리 채워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다음에 또 맛있는 거 먹어요~♡

< 어머님. 감사합니다~사랑합니다~♡>



written by 초원의 빛

illustrated by 순종

그림 속 사귐 - Daum 카페 :  '그림 속 사귐'에서 순종님의 다양한 그림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Always be happy!*^_____________^*






* 오늘의 추천곡 *


카이 님의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https://youtu.be/f4BPcoxFThs?si=W5m0quEy_DXSLiTP


양희은 님의 '엄마가 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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