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원의 빛 강성화 Sep 16. 2023

폭풍 눈물을 흘리게 한 81세 엄마의 카톡 메시지

그동안 표현하지 않았던 자식들을 향한 엄마의 진심


내 아들 딸들


조용하던 가족 단톡방에 엄마의 메시지가 올라왔습니다. 평소 감정 표현을 아끼시는 당신의 다정함이 느껴지는 짧은 메시지에 휴대폰을 한참이나 들여다보았습니다.

< 사랑하는 우리 엄마 >

지난해 수술 후 8개월간의 항암주사와 방사선 치료로 인해 면역력과 함께 인지력도 떨어진 엄마. 팔순 넘어도 스마트폰도 곧잘 하셨는데 가끔씩 휴대폰 기능이 이상해졌다고 연락이 오는 걸 보며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전보다 가족 단톡방에 좀처럼 메시지를 올리지 않았습니다. 그랬기에 엄마의 메시지가 다른 어느 때보다 반가웠습니다. 그런데 농담반진담반으로 한 말에 잠시 후 생각지도 못한 메시지가 올라왔습니다.


사랑하는 아들딸
키울 때 좋은 것도 못 먹이고 키워도
다들 흐뭇하구나.
내 생애 있을 때까지 건강만 하여라.
엄마의 소원.

강씨집에 육십 년 살아온 보람.


< 엄마 딸로 태어나게 해 줘서 고마워요~♡ >


엄마가 우리에게 이런 말을 하다니.. 엄마의 메시지를 읽고 또 읽었습니다. 그동안 표현하지 않았던 당신의 진심이 고스란히 담겨있었습니다. 평생을 우리 자식들을 위해 고생했는데 그렇게 못해준 것만 가슴에 남는.. 그것이 바로 우리 어머니들의 마음이겠지요.




강씨집에 육십 년 살아온 보람


5남매 키우며 힘들고 고단했을 당신의 삶이 60여 년을 살아온 보람으로 느껴질 수 있어 얼마나 감사하던지. 그 마음을 전하기 위해 한 글자 한 글자 쓰기 위해 핸드폰과 싸움했을 당신의 모습이 떠올라서, 가슴에만 품지 않고 그 마음을 표현해 줘서 얼마나 감사하던지..


그 마음을 제 가슴에도 깊이 간직하기 위해 읽고 또 읽다가 결국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전 한참을 엉엉 소리 내어 울었습니다. 너무나 감사해서, 너무나 행복해서.


엄마가 메시지를 보내기 며칠 전 아버지의 생신을 축하하기 위해 온 가족이 모였습니다. 그날 모임이 참으로 좋았었는지 며칠 후 저와 통화할 때 그 마음을 표현하신 적이 있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지난해 큰 수술을 했던 엄마에겐 감회가 남달랐을 것입니다.


< 엄마, 아버지 아직까지 우리 곁에 함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지난 아버지 생신 때 둘째 언니와 오빠가 가족들을 위해 멧돼지 통바비큐를 준비했습니다. 7월 말 가장 더울 때라 따로 음식 준비하지 않고 편히 먹고 즐길 수 있도록 출장 바비큐를 불렀습니다.

< 아버지 생신 축하해요~♡ >


전국 대회에서도 상을 받았다는 장인의 솜씨로 만든 바비큐였습니다. 오빠가 지인들과 식당에 갔다가 맛을 보고 부모님 생각이 났나 봅니다. 효자도 이런 효자가 없습니다.(개인적으로 오빠지만 존경스러운 점이 많습니다. 그래서 제 이상형은 오빠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둘째 언니와 오빠가 서로 돈을 낸다 했다가 결국 언니가 100만 원, 오빠가 60만 원을 냈다고 합니다. 덕분에 20여 명의 가족이 배부르게 맛있게 먹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 경기도 의왕에서 경북 영주까지 온 바비큐, 언니&오빠 고마워~♡ >


그날 저녁 식사 후 온 가족이 강가 산책을 했습니다. 노을이 지기 시작하는 그 시각, 가족들이 나란히 걸어가는 뒷모습을 찍기 위해 천천히 걸어가는데 순간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이보다 아름답고 행복한 풍경이 어디 있을까 싶어서.

<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만난 우리의 인연에 감사하며.. >




마음을 진정시키자마자 아무렇지 않은 듯 환하게 웃으며 엄마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엄마, 메시지 정말 감동이었어~!
어떻게 그런 메시지 쓸 생각을 했어?
언니, 오빠들도 다 감동받았을 거야~!


원래는 할 말이 더 많았는데
그 정도만 썼어.


그럼 다음에 또 해줘야 해.
엄마~ 고마워, 사랑해~♡



다음에 또 그날과 같은 엄마의 진심을 느낄 날이 올지 안 올진 중요하지 않습니다.  우리 5남매를 향한 엄마의 깊고 진한 사랑을 느끼기엔 그날의 메시지만으로도 이미 충분하니까요. 아니, 엄마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지금 이 순간 감사하고 행복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니까요.



written by 초원의 빛

illustrated by 순종

그림 속 사귐 - Daum 카페 :  '그림 속 사귐'에서 순종님의 다양한 그림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Always be happy!*^_____________^*





* 오늘의 추천곡 *


이소라 님의 '가을시선'

https://youtu.be/HvedFGW8skY?si=3im9wvnjpco2KtZr


https://youtu.be/2n6qJJwd9B8?si=C_q9dXoalIia2_n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