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원의 빛 강성화 Mar 31. 2023

친정 엄마와 나, 그리고 딸 삼대가 함께 부른 노래

봄날의 추억

지난 주말 부모님 댁에 다녀왔습니다. 항암 주사 6개월 과정을 무사히 잘 마친 엄마는 방사선 치료 6주 과정을 앞두고 있습니다. 82세 고령이시라 많이 걱정했는데 감사하게도 병마와의 싸움에서 잘 견뎌 주고 계십니다.


삶에 대한 의지로 매 끼니 밥과의 싸움을 하셨을 당신. 그동안 항암 주사로 면역력이 많이 약해진 엄마의 입맛이 좋을 리가 없습니다. 처음에는 괜찮으셨는데 나중에는 고기류가 도저히 넘어가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어르신, 이제부터 고기 많이 드셔야 합니다.
이제 항암 주사 과정 끝났으니
방사선 치료하고 건강하게
회복할 일만 남으셨어요.


고기 냄새도 맡기 힘들다고 하셨던 당신인데 담당 선생님의 말씀 한마디에 그날 진료 후 엄마는 점심으로 뚝배기불고기를 한 그릇 다 드셨다고 합니다. 언니에게 그 말을 전해 듣던 전 금세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순간 지난해 수술을 마치고 난 뒤 제게 하셨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엄마가 미안하다.
우리 성화 50살까지는
건강하게 있어주고 싶었는데..

엄마는..
지금까지 우리 곁에
건강하게 곁에 있어 준 것만 해도 고마운 걸..
수술 잘 끝났으니 잘 치료받으면
나 60살까지도 건강하게 살 거야..


평소 속마음을 잘 표현하지 않으셨던 당신이 하셨던 그 말. 불을 끈 어두운 방 안에서 엄마를 꼭 안고 아무렇지 않은 듯 대답했지만, 눈가에서 흐른 눈물은 이내 베갯잇을 적셨습니다. 항상 주고 또 줘도 모자라고 미안해하시는 당신이었습니다.


방사선 치료받기 전 소고기 한번 구워드리고 싶어 부모님을 모시고 식당에 갔습니다. 89세의 아버지, 82세의 엄마. 육회 한 접시를 맛있게 잘 드시는 아버지가 고마웠고, 맛이 아니라 견뎌내기 위해 고기를 드시는 엄마가 너무나도 고마웠습니다.


부모님과 함께하는 따뜻한 식사 한 끼가 얼마나 눈물겹도록 감사한 것인지 처음으로 느꼈던 날이었습니다.

< 엄마, 아버지~ 다음에 우리 또 먹으러 가요~♡ >




엄마는 제가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하셨습니다. 초등학교 입학 후 첫 소풍 가는 날, 친구들 앞에서 노래를 불러 담임 선생님이 칭찬을 많이 해주셨나 봅니다. 엄마는 아직까지도 선생님의 이름을 기억하고 계십니다.^^


우리 성화는 어디서 이 노래를 배웠니?


생일도 늦은 제가 7살에 입학하다 보니 친구들보다 한참이나 작았습니다. 그런 제가 학교에 가서 잘 적응할까 걱정하셨던 엄마는 선생님의 칭찬에 기분이 좋으셨던가 봅니다.


75년이 지나도록 엄마의 기억에서 잊히지 않는 그 노래는 바로 '기러기'입니다. 부를 때마다 엄마의 얼굴 가득 미소 짓게 만들었던 그 노래. 삼대가 함께 부른 노래를 남겨야겠단 생각이 들어 녹음을 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 삼대가 함께 부른 노래, 기러기 >
< 35년 후면 저도 엄마처럼~♡ >


부모님이 계신 고향에서 보내는 시간은 언제나 힐링 그 자체입니다~

< 남편과 딸은 무슨 소원을 빌었을까요?^^ >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짐을 챙기고 있는데 아버지가 슬며시 방문을 열고 들어오셔서 용돈을 건넸습니다. 식당에서 계산 후 식탁 위에  꼬깃꼬깃 접어 두었던 영수증을 슬쩍 가져가 펼쳐 보셨던 아버지...


손녀에게 이미 용돈을 주셨는데 기어이 딸의 손에도 용돈을 쥐어 주신 아버지의 마음. 아버지의 사랑도 엄마의 그것과 같았습니다. 주고 또 줘도 모자란 그 마음. 그 큰 사랑을 항상 가슴에 새기며 더 많이 사랑하고 나누며 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ps. 집을 나서기 전 딸과 함께 아버지 앞에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산에 피어도 꽃이고~ 들에 피어도 꽃이고~ 길가에 피어도 꽃이고~ 모두 다 꽃이야~♬♪"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노랫소리에 아버지의 얼굴은 함박웃음으로 가득했습니다. 노래 부르는 동안 얼마나 많이 그렇게 웃으셨는지 모릅니다. 만개한 벚꽃보다 더 활짝 피었던 아름다운 웃음꽃이었습니다. 열 살 손녀와 마흔일곱 막내의 재롱에 웃음 짓던 아버지. 결혼 늦게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던 순간이었습니다.^^

< 아버지의 마음, 그 큰 사랑>

written by 초원의 빛

illustrated by 순종

그림 속 사귐 - Daum 카페 :  '그림 속 사귐'에서 순종님의 다양한 그림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Always be happy!*^_____________^*




* 오늘의 추천곡 *


에피톤 프로젝트의 '봄날, 벚꽃 그리고 너'
https://www.youtube.com/watch?v=48QW6bVmTaI


316의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0NTfVRGlN0s



매거진의 이전글 어머님이 주셨던 결혼 10주년 선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