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원의 빛 강성화 Sep 16. 2022

81세 노모의 사랑이 담긴 라면 한 그릇

내 생애 잊지 못할 시간들(feat. 모교 특강)

지난 7월 15일, 작가로서 첫 강연이 있었습니다. 바로 모교 초청 특강이었습니다. 지난봄 출간 후 좋은 일들이 많이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모교 특강은 제게 가장 의미 있고 소중한 선물이었습니다.


후배들 앞에서 강연을 한다는 벅찬 감동에 많은 준비를 하고 싶었지만 사실 그러질 못했습니다. 6월 말 엄마가 유방암 진단을 받고 7월 말 수술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언니들은 수술을 열흘쯤 앞둔 시기라 코로나 감염에 대한 우려가 있어 제게 조심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특강 하러 오면 부모님은 마당에서 인사만 드리고 특강 마치면 고향에 있는 언니 집에서 자고 가라는 것이 그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마당에서 인사드리고 준비해 간 선물만 전해드리고 오려했습니다. 그런데 부모님 모두 괜찮다고 들어와서 뭐라도 먹고 가라고 하셨습니다. 마음은 당장 들어가고 싶었지만 선뜻 들어가기가 망설여졌습니다.


부모님은 먼길 혼자서 운전하고 온 막내를 그냥 보내기가 못내 마음에 걸렸었나 봅니다. 이른 점심을 먹어 밥 생각이 없었지만 엄마는 한사코 뭐라도 먹이고 싶어 하셨습니다.


그럼 라면 끓여줄까?


엄마가 끓여준 라면이라니. 언제 먹어봤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지만 순간 그 라면이 먹고 싶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라면에 파나 고추 정도만 들어간 깔끔하고 꼬들한 라면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엄마가 끓여준 라면에는 항상 달걀과 채소가 들어가 있었고 면도 푹 익혀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라면이 참 맛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엄마의 사랑이 함께 담겨 있기 때문이겠지요.


함께 있으면 안 되니 엄마가 끓여놓으면 내가 먹고 설거지하고 나오겠다고 말하며 라면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부모님과 거리를 두고 있었습니다. 엄마를 꼭 안고 싶었는데.. 코로나가 참으로 원망스러웠습니다.


혹여나 걱정되는 마음에 주방 중문을 닫고 혼자 라면을 먹었습니다. 라면을 한 젓가락 먹자마자 눈시울이 이내 뜨거워졌습니다. 기억 속 그 맛이었습니다. 아니 평생 기억될 잊지 못할 제 생애 최고의 라면이었습니다.

< 81세 노모의 사랑이 담긴 라면 한 그릇 >


라면을 먹고 설거지를 마치고 나와 잠시 부모님과 대화를 나눴습니다. 엄마는 모교 특강을 가게 된 막내가 대견했는지 함께 가서 그 모습을 보면 참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흐뭇하게 웃으시는 부모님 얼굴을 보니 무거웠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엄마는 언니 오빠들에겐 집 안에 들어왔던 건 비밀로 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집에 갈 때 맛있는 거 사 먹으라고 주머니에서 10만 원을 꺼내어 제 앞에 내미셨습니다.

< 주고 또 줘도 항상 아쉬운 그 마음, 그 사랑 >


어제 문득 엄마가 끓여주셨던 그 라면이 생각나 똑같은 재료를 넣고 끓였는데 그 맛이 안 났습니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요. 수술을 앞둔 81세 노모가 당신보단 자식을 걱정하며 끓여준 그런 사랑이 담긴 라면인데 어찌 비교할 수 있을까요.


그 사랑에.. 그 무한하고 한결같은 사랑에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특강을 2시간여 앞두고 카페에 들러 연습을 했습니다. 인생 라면을 든든하고 먹고 부모님의 환한 얼굴을 보고 와서 그런지 마음도 가벼웠습니다.

< 인생을 바꾸는 독서, 그리고 글쓰기 >


오랜만에 찾은 모교. 주차를 하고 계단을 올라가려는데 순간 눈에 띈 현수막. 가슴이 벅찼던 순간이었습니다.

< 소중한 기회 마련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


강연을 마친 후 10여 명의 학생들이 제 명함을 받기 위해 줄을 섰습니다. 강연 중 과거 에피소드를 말하며 웃으면서 강연이 마음에 들면 마치고 조용히 명함을 받으러 오라고 했던 까닭입니다.

https://brunch.co.kr/@alwaysbehappy/209


강연 내내 맨 앞자리에서 초롱초롱한 눈으로 경청하던 어여쁜 후배에게 아주 귀하고 소중한 미니북 선물도 받았습니다.


< 감동적이었던 미니북 선물 >


그리고 방문 기념 선물까지..

< 제가 더 고맙습니다 >


모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던 여고 동창생과 조우해 생각지도 못했던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 여고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던 즐거웠던 시간 >


제게 아주 귀하고 소중한 시간으로 남은 모교 특강. 그래서 작으나마 그 마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 감사의 마음을 전하다 >


모교 특강과 관련된 기사가 지역 신문 여러 곳에도 기사화되기도 했습니다.


< 내 생애 특별한 선물 >


특강 가기 전 엄마가 끓여주셨던 라면처럼 제 생애 잊을 수 없는 아주 특별하고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그 모든 것에 감사합니다~♡



written by 초원의 빛

illustrated by 순종

그림 속 사귐 - Daum 카페 :  '그림 속 사귐'에서 순종님의 다양한 그림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Always be happy!*^_____________^*





* 오늘의 추천곡 *


박종성 님의 '가장 중요한 건 마음이니까'

https://youtu.be/zVt24ES96eE



박규희&김현규 님의 '편지

https://youtu.be/6U9H1lNhBOg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가 챙겨 온 자두 다섯 알(feat. 엄마의 사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