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 먹을 때 쳐다보지 말아라'
'남들 먹을 때 쳐다보지만 말고, 너도 꼭 사 먹어라'
할머니께서 항상 나에게 용돈을 주시며 하시던 말씀이다.
우리 외할머니는 6.25 전쟁을 어린 시절에 겪고,
미군이 던져주는 초콜릿을 받으러 뛰어다니며
가난한 대한민국에서 누구보다 가난한 시절을 보냈다.
그러다 그 아이도 어른이 되어
딸 둘에 아들 둘이 있는
한 가족의 어머니가 되어 버렸다.
요즘 아이들은 일부 노인분들의 성격이 괴팍하다 생각하는 것 같다.
혹은 예절이 없다는 생각이 들것이라는 점도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그들은 먼 과거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자신의 어떠한 가치를 버리고 미래를 위한 선택을 한 것임을 난 알 수 있다.
우리 할머니도 마찬가지이다.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지만,
그 역시 소중한 무언가를 지켜내기 위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우리 어머니의 어릴 적 이야기다.
할머니가 길을 가다 나의 어머니를 본 적이 있었다고 한다.
다른 아이들은 모두 간식을 사 먹고 있는데
우리 어머니 혼자 돈이 없어 그 모습을 쳐다만 보고 있었다 하더라.
우리 어머니는 어린 시절이라
어떤 감정을 느끼셨을지 모르지만,
우리 할머니는 그것이 두고두고 한이 되셨나 보더라.
가난한 시절
그 모습을 화로 숨겨가며
슬픔을 감내한 것은
이루 그 감정을 헤아릴 수가 없다.
가난과 교육의 부재는
극복해 내기 힘들었을 것이다.
더욱이 과거에는 말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내가 태어나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제가 좋아진 덕분인지
우리 할머니의 눈물과 할아버지의 땀 덕분인지
나 역시도 가난한 환경이었지만
나 만큼은 부족함 없이 살아왔다.
할머니가 수십 년 동안 원하던 꿈,
남들 먹을 때 같이 어울려 먹는다는 소박한 그 꿈이
나부터 비로소 이루어진 것이다.
난 부족함 없이 자랐다 생각하는데
할머니는 오랫동안 그 마음이 남아있었나 보더라.
혹자는 먹고 싶은 거 다 먹여가며 키우면 안 된다 하지만,
매번 맛있는 것을 먹으며,
또 누구에겐 당연한 음식을 먹으며,
가족을 먼저 떠올릴 수 있다는 것은 아주 큰 축복이라 생각한다.
가난, 교육의 부재...
결국 모두 사랑을 가르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나 어린 시절, 할머니에게
사달라는 말 대신
사랑한다는 말을
더 아끼지 말걸 그랬다.
난 오늘 쳐다만 보지 않았는데,
여전히 할머니는
남이 먹을 때 쳐다만 볼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