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당신도 그러하듯이
마치 봄에 피는 벚꽃이 그러하듯이
달콤한 시공간을 한사코 못 느끼다
결국 그 벚꽃이 한가득 바닥에 떨어져 쌓일 때쯤이야
비로소 봄이 왔었다는 것을 느끼고야 만다.
매년 돌아오는 봄임에 안심한 탓일까
혹은 나도 인간인지라 그 마음이 약은 것일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땅에 떨어진 벚꽃을 바라보다
기어코 마지막으로 떨어진 벚꽃하나에
머리 눌려 주저앉아버렸다.
손에 한가득 벚꽃을 주워 담고는
언젠가 다시 봄이 찾아와
당신이 이곳에서 피어난다면
나 그땐, 봄을 한가득 느끼며
흩날리는 봄바람에
당신과 함께 그 기억의 온도를 감싸 안으며
한없이 춤을 추려한다고
또다시, 스쳐가는 한 날의 봄에서
색 바래는 벚꽃에 나지막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