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A의 생일이다. 축하 메세지를 보낼까 망설인다. 한때는 매주 목소리를 함께 송출했던, 꽤나 가까웠던 사이. 분명 몇 년 아니 몇 달 전 만해도 고민은 필요치 않았는데,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던가.
그를 처음 알게 된 건 4년 전, 가을이었다. 새로 생긴 음성 플랫폼에서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게 된 그와 나. 우리는 각자의 속도에 맞춰 1인 방송을 진행했었더랬다. 마땅히 주제도 없던, 방송이라 말하기 민망한 음성 스트리밍 서비스 속에서. 마치 탐사선처럼 서로의 관객이 되어 주었더니 우주에 흩뿌려진 먼지들이 중력을 갖기 시작했다 결국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 4명이 모이고, 이름을 붙여 하나의 은하가 되었음을 선언한다. 2023년 1월 1일이었다. 매주 금요일 밤 11시, 흔히 '불금'이라 불리는 시간을 철저히 지켜가면서 같은 영화를 보고 다른 감상을 나누는 것. 한 때 정말 사랑했던 나의 일과였고, 나의 금요일은 자부심으로 가득했다. 비록 청취자는 3-4명 뿐이었지만, 그건 중요치 않았다. 같은 궤도에 설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했으니까.
2020년 11월, 코로나의 한 중앙에서 시작했던 우리의 운행. 휴학생이었던 내가 2022년 상경하고 나서도 이어졌지만, 팬데믹의 종식 이후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금요일은 더 이상 우리 만의 것이 될 수 없었다. 매주 한 전파를 탔던 목소리들은 각자의 무게 중심에 따라 부재한 날이 많아졌고 결국 2023년 여름 3년의 여정을 마무리 짓게 되었다. 3년 동안 고생했던 목소리를 나눴던 우리를 기념하기 위해 마지막 만남을 제안했다. 예견된 헤어짐이었어도 우리를 명명한, 같은 궤도에 섰던 그 날 밤처럼 하나의 목소리로 마무리 짓고 싶었다. 물론 그조차도 먼지처럼 흩어져 버렸지만.
물론 나는 알고 있다. 삶의 모든 만남이 각자의 속도가 우연히 맞아 떨어진 사건일 뿐이라는 것을. 그렇기 때문에 작은 만남조차 소중한 빛을 뿜어 낸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럼에도 붙잡고 싶은 건 어쩔 수 없는 나의 욕심이라는 것 또한 알고 있다. 결국 나는, 우리의 종말을 홀로 선언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하나의 은하는 소멸됐다.
이후 나의 금요일은 다른 이들과의 만남으로 바빴고, 매주 필수적으로 봐야했던 영화는 점점 손에서 멀어지고야 말았다. 자연스러운 수순. 일이라는 핑계가 생겨 더 이상 영화에 시간을 투자하기 쉽지 않았다. 고정된 일정이 사라지다 보니 여유가 늘어났다. 우리의 금요일이 아닌 나의 금요일이 되었기에.
그리고 올 여름, 다시 A의 생일이 나의 궤도에 올라탔다. 연락을 해볼까.. 나를 생각에 담궈 보았다. 3년이란 시간이 있었다 해도 이미 지나버린 시간은 힘을 쓰지 못했다. 너무나도 미약한 사건에 지나지 않는, 하나의 정보일 뿐. 일년마다 돌아오는 추억의 신호로 받아 들이려 한다. 그러다 언젠가 우리가 같은 궤도에 오를 날이 온다면. 다시금 빛을 낼 수 있지 않을까 바래 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