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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rchid Oct 12. 2023

듣지만 말고 너의 이야기를 해봐: <컴온 컴온>

   영화 <컴온 컴온>(C’mon C’mon)은 우리에게 주변의 아이들과 교감하면서 순수의 세계를 느껴보라고 말한다. 그리고 소심한 우리에게 괜찮으니 웅크리지 말고 세상을 향해 속마음을 외치고 몸을 움직여 행동하라고 용기를 준다. ‘컴온 컴온!’ 자 이제 주눅 들지 말고 떠들어봐, 소리쳐봐! “블라블라...” 의미 따위랑 잊고 그저 되는대로 외치세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사실을 말하지 못해 병이 날 것 같은 이발사가 흙을 파고 그 안에 소리를 묻었다는 동화는 말하는 존재인 인간에 대한 은유이다.

  조니(호아킨 피닉스)는 미국 전역을 돌며 아이들이나 청소년들이 생각하는 삶과 미래에 대해 인터뷰하고 녹음을 기록하는 라디오 저널리스트이다. 어느 날 자유롭게 혼자 살던 그에게 어머니 죽음 이후로 소식을 끊고 지냈던 여동생 비브(가비 호프만)에게 전화가 온다. 떨어져 있는 조울증이 있는 남편을 돌보기 위해 집을 비우는 동안 어린 아들 제시(우디 노먼)를 돌보아 달라는 부탁이다. 여동생과 사이가 서먹해진 이후로 아이가 9살까지 성장할 때까지 거의 본 적이 없는 조카이다. 

  모든 것이 그렇듯 내의 생각과 세상은 엇박자로 어긋나기 일쑤이다. 그러나 이 어긋남이 내가 얼마나 나만의 좁은 상상력 속에 갇혀 있는가를 되짚어 보게 한다. 조니는 그저 어른이 아이를 돌보는 일이려니 하고 조카를 임시 맡았지만 영리하고 조숙한 이 아이가 도통 다루기가 쉽지 않다. 결혼한 적도 아이도 키워본 적이 없으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때때로 부모가 없는 고아가 되는 상상력으로 삼촌을 당황하게 만들거나 주말 아침이면 모차르트의 레퀴엠을 커다랗게 틀어놓고 거실을 뒹굴거리고 맘에 안들면 내키는 대로 사라져버리는 아이의 엉뚱함에 조니는 당황하기 일쑤이다. 심지어 그동안 아이들의 대답을 얻기 위해 질문하는 사람의 역할만을 하였던 조니에게 제시는 마이크와 녹음기를 빼앗아 대신 조니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제 묻는자에서 대답하는 자로 조니의 역할이 역전된다.

시작은 어거지 였지만 내 안의 마음을 꺼내어 마주하는 순간. 자신을 대상으로 깊이 들여다보게 되는 순간. 나에 대한 질문과 대답의 시간을 조카가 마련한다. 아이는 혼자 사는 삼촌이 외롭지 않은지, 왜 엄마와 사이가 멀어졌는지 등, 제시는 조니가 미뤄왔던 혹은 대답을 찾지 못했던 문제들을 질문한다. 지금까지 혼자만 묻어두었던 이야기에 생명력이 붙는다. 

 자신이 외면해 왔던 문제들을 대답하는 자신의 마음을 알게 된다.  조니는 묻어두었던 기억들을 흑백 사진처럼 떠올려본다. 되짚어보니 그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헤어진 여자 친구, 멀어진 여동생은 서로 다른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었고 그 다름 때문에 서로 대화를 포기해 버린 쉬운 마음들이었다. 순수한 아이가 마음속에 숨은 어른을 구한다.

  그렇다고 영화는 가족이 다시 화해하고 성장하는 낭만적 가족 영화에 머물지 않는다. 아픈 만큼 성장한다고 하지만 움직이는 만큼 성장하기도 한다. 작은 슈퍼마켓부터 넓고 복잡한 도시, 뉴욕의 아름답고 넓은 센트럴 파크 그리고 섬세한 펜화로 그린 듯한 아름답고 넓디 넓은 나무 숲속, 아니면 조그만 삼촌의 아파트 어두운 밤, 한 침대에 누운 삼촌과 조카가 괴물놀이를 하고 질문을 하고 대답하는 시간을 보낸다. 몸을 함께 했던 기억은 말로 기억되는 순간보다 훨씬 진하게 서로에게 스민다. 

  이제 엄마가 집으로 돌아오고 제시도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러나 다시 시작되는 일상은 이전의 일상과는 다르다. 남매 조니와 비브는 서로 ‘사랑한다’고 말하며 화해의 허그를 하고 제시는 좀 더 밝고 의젓한 아이로 변화했다.  헤어지면서, “우린 다 잊어버려”라고 단언하는 조니에게 당차게 제니가 말한다. “난 아니에요”. 그래서 그들은 일기를 쓰듯 마음에 담았던 생각들을 녹음기에 목소리를 넣어 서로에게 이야기를 남긴다. 당신과 함께 했던 순간이 좋았다고 그리고 사랑한다고...그러니 기억하라고... 서로를 기억하는 추억이 진짜 가족을 만든다. 

 이제사 서로 이해하게 된 조카와 헤어지기 전, 조니는 제시를 데리고 숲으로 들어간다.  마침내 자연 속에서 자유로워진 조니가 제시에게 말한다. “안 괜찮아도 돼. 회복 구간에서 벗어나 있을 때 화나도 되고, 슬퍼도 낙담해도 당황해도 돼. 발차기도 하고 화를 내고 소리를 질러도 돼. 그게 자연스러운 거야.(I’m not find. C’mon. resonable response). 그러니 모든 것이 “괜찮아 괜찮아”(C’mon C’mon). 아마도 이 말은 조니가 자기 자신에게 보내는 자기 최면의 말 일수도 있다. 그렇게 조니가 세상에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아이가 소심했던 어른을 성장시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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