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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에필라 Mar 19. 2023

유화부인이 되다

질정과의 사투

난자채취 이틀 전


이젠 나름 능숙하게 배주사도 다 놀 줄 안다고 생각했는데 복병이 나타났다.


오늘과 내일 밤 자기 전에 넣으라는 질정이다.



인공수정 과정에서 넣었던 유트로게스탄을 생각하고 넣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자기 전에 넣으려고 하니 크기가 훨씬 컸다.



질정 넣기 좋은 자세라는 한쪽 다리를 변기에 올리고 넣는 자세로 낑낑대며 질정과 사투를 벌였다.


안 되겠다 싶어서 누워서도 넣어봤는데 안으로 안 들어가고 질정이 빼꼼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간호사선생님이 손가락 두 마디만큼 넣으라고 했는데 큰일이다.


남편에게 SOS를 보내고 싶었지만 곤히 자는 남편을 깨우고 싶지 않았다.


질정을 반절만 끼운 채로 젤을 찾아 헤맸다.

과배란약을 먹으며 자연임신을 시도했을 때 샀던 베이비댄스젤은 임신확률을 높여주는 젤이어서 해외구매대행으로 2개나 사놨다가 시험관을 하면서 박스에 처박아뒀었다.


베이비댄스젤을 손가락에 바르고 질정 근처를 미끌거리게 만들었다. 질정이 끼어서 빠지지도 않고 들어가지도 않아서 당황스러웠다. 유트로게스탄과는 달리 잘 녹지도 않았다.


젤을 바르고 손가락으로 쓱 밀어 올렸더니 질정이 찌그러들면서 안으로 겨우 들어갔다. 손가락이 끈적거리는 걸 보니 질정을 누르면서 터진 거 같다. 어쨌든 넣었으니까 반만 넣은 것보단 어느 정도 흡수되겠지 싶어서 침대에 누웠다.


"휴. 오늘 하루도 시험관 일정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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