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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에필라 Jan 13. 2023

낙관주의는 나를 더 슬프게 할 수 있어

인공수정 시술일 일기

대망의 인공수정일이다.

남편과 함께 아침 9시까지 병원에 방문해야 했다.


일주일 내내 남편이 연가를 써서 하루종일 나와 함께 있겠다는 것을 말리고 또 말렸다.

인공수정을 하면서 임신의 가능성이 올라가는 것은 기뻤지만 우리의 소중한 휴가는 놀러 가는 데 쓰고 싶었다. 내 마음속의 기대감과는 별개로 인공수정을 별 거 아닌 일상으로 취급하고 싶었다.


남편이 정액채취가 끝나면 바로 출근할 수 있게 아침 8시 30분쯤 도착했다.

다행히도 남편은 도착즉시 정액채취실로 갔고, 정액채취만 끝나면 귀가할 수 있다고 했다.


나는 초음파를 보고 나서 시술준비를 하고 대기를 했다.

남편의 정액채취가 끝나고 처리시간은 두 시간 정도 소요된다고 쓰여 있었다.

남편은 9시 전에 끝나서 바로 출근을 했으며, 나는 대기하고 있었다.


10시쯤 인공수정실로 들어갔다.

개별 자리마다 베드와 커튼이 있었으며 꽤나 편안한 분위기였다.



눈을 감고 편안하게 기다리다 보니 의사 선생님께서 오셨다.

남편의 이름을 부르고 맞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고 시술에 들어갔다.

아래에 큰 통증이 와서 '윽'하는 신음소리가 절로 났다.


시술은 10분 안에 끝난 것 같았다.

10분 정도 쉬다가 나가면 된다고 안내를 받고 조금 더 올라가서 쉬라는 간호사의 말에

"너무 아파서 바로 못 움직이겠어요"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20분 정도 쉬고 나서 병원을 나섰다.


약국에서 '유트로게스탄'이라는 질좌제를 처방받고 병원 건물을 나섰다.




인공수정 시술을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따뜻한 국밥이 먹고 싶어서 동네의 국밥집을 다 헤맸다.


인터넷에는 안 아팠다는 후기가 즐비했지만 나는 아랫배가 너무 아파서 엉거주춤 걸었던 것 같다.

집에 가서 밥을 차려먹을 몸상태가 아니어서 이왕이면 따뜻한 국물음식을 먹고 들어가고 싶었다.


검색했던 추어탕집을 지도를 따라갔지만, 없어져서 간판도 남지 않았다.

마침 생각났던 순두부찌개집을 갔더니 오전 11시 30분에 문을 연다고 쓰여 있었다.


밖에서 기다리느니 집에서 누워서 쉬고 싶어서 집으로 들어갔다.

이불속으로 바로 들어가서 누워서 잠이 들었다.

아침은 안 먹었고, 점심은 먹은 기억이 없다.


오후부터 몸이 괜찮아져서 남편이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는 순간 몸이 매우 가뿐해졌다.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고 오순도순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눴다.






잘 되지 않아도 덤덤하게 받아들이자.

낙관주의는 나를 더 슬프게 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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