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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로에필라
Mar 29. 2023
게토레이도 돼요?
난자채취 후 복수가 차다
난자채취 후 '세트로타이드'라는 주사와 여러 가지 알약을 처방받았다.
저녁밥을 먹고 알약을 챙겨 먹었다.
항생제,
복수예방에 좋은 '
커버락틴'
, 혈전예방용 '
아스피린'
이다.
난자채취 당일 저녁은 생리통 정도의 통증이 계속되어서 참을만한 정도였다.
"난자 채취 할 만 해~ 별로 안 힘들어."
남편에게 한껏 뻐기기도 했다.
생리통의 통증은 익숙해서 아무리 지속이 된다 해도 진통제를 안 먹고도 견딜 수 있을 정도로 친숙해진 친구이다.
다음날에도 조금 아랫배가 불편했지만 이온음료를 많이 마시면서
'내 몸이 생각보다 강하구나. 이 정도까지는 괜찮지.'
라고 생각했다.
아픔은 점점 커졌다.
어렸을 때 피아노를 치다가 나오면 점점 소리가 커지는 느낌을 잘 살리려고 노력했던 크레셴도처럼 첫날보다는 둘째 날, 그리고 그다음 날이 더 힘들었다.
늦은 밤, 자기 전이되면 속이 울렁거리고 토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화장실까지 가길 여러 번, 토하지는 않고 배 속이 정상이 아니다.
난자채취 후 3일간은 항생제를 먹었는데 그 이후로도 계속 속이 안 좋은 걸 보니
커버락틴의 부작용인 것 같았다.
복수예방하려다가 변비와 멀미 메스꺼움을 얻었다.
변은 일주일 넘게 보지 못하고 임신도 안 했는데 입덧처럼 속에서 욱- 나올 것 같은 느낌이다.
"나 포카리나 토레타 많이 사줘요. 더 많이 마셔야 하나 봐요."
인터넷주문으로 한 박스 시켰던 포카리스웨트의 배송이 늦어지면서 남편이 계속해서 편의점에서 이온음료를 사 왔다.
-Rrrrrrr
"게토레이도 돼요?"
뭐지? 이 귀여움은?
게토레이를 물어보는 남편이 너무 귀여워서 아프다가도 웃음이 나왔다.
"네. 당연하죠."
-달칵.
빈 손으로 온 남편을 보는 나의 동공은 매우 흔들렸다.
'왜 없지?'
남편은 주머니에서 500ml짜리 이온음료 3개를 차례대로 꺼냈다.
작은 이벤트 같았다.
꽃다발을 숨겨놓고 줬던 모습이 생각이 났다.
"고마워요."
이온음료 2통을 다 마시면 남편은 다시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또 세 개의 이온음료를 사 왔다.
나는 좀 괜찮아져서 걸어 다닐 수 있었지만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면 얼른 침대에 누워서 방문이 열리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남편의 관심을 받는 게 좋아서 더 아픈척하니깐 남편도 눈치를 챈 것 같았지만 정성껏 나를 간호해 줬다.
나의 오버가 심해져서 절정에 이르렀을 때, 남편이 완전히 눈치채서 어이없는 웃음을 지었다.
이온음료를 하루에 3리터 정도 계속해서 마셨다.
복수가 찰 거라고 예상한 의사 선생님의 말씀이 생각나서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복수가 차는 게 어떤 기분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다음 주가 되니 아랫배가 찢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건 생리통과는 엄연히 다른 처음 겪어보는 부위의 통증이었다.
볼록 튀어나온 뱃가죽의 아랫부분이 찢어지는 기분이어서 덜컥 무서워졌다.
통증은 계속되는 게 아니라 간헐적으로 찾아왔다.
의사 선생님께서 캘린더에 손가락으로 집어주시면서 말씀하셨었다.
"월, 화, 수요일에 복수가 차서 힘들 거예요."
그렇다면 이게 복수가 차서 아픈 건가?
그 통증은 다행히도 한 이틀정도만 지속되고 멈췄다.
그 와중에 너무 이온음료수를 많이 마셔서 그런지 복수 때문에 그런 건지 밥을 안 먹어도 배가 고프지 않았다.
"오. 복수가 차니깐 좋은 점이 있다. 다이어트가 되겠어! 배가 안 고파!"
찢어지는 통증이 사라졌다.
아마도 복수 차는 증상이 사라진 것 같다.
하지만 울렁거리는 기분은 여전해서 밤에 누우려고 하면 웩- 하는 느낌이 나서 다시 앉기도 했다.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잘 들었었던 나는
임의로 커버락틴을 마지막 며칠은 먹지 않았다.
커버락틴을 안 먹자마자 컨디션이 너무 좋아져서 친구를 만나서 맛있는 파스타와 피자를 먹었다.
난자채취 후 9일 만에 정상컨디션으로 먹는 식사는 꿀맛이어서 먹으면서 내내 맛있다고 감탄을 했다.
"남은 약 안 먹어도 괜찮겠지 뭐. 난 생각보다 강한 사람이야."
쉿! 의사 선생님께는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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