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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민 Oct 14. 2024

강 둑에서


양산 강도 어제 내린 비에

발밑까지 차올랐고

그리움의 마음도 강물처럼

바닥을 메우며 턱까지 차오른다


해등은 넘어가고 달등이 켜지는데

가을밤 강물 위에 반짝이는 윤슬들이

대낮 세상의 이야기들을

까만 강물 속에 몰래 숨긴다


강은 알아도 모르는 척 

밤새 품고 노닐다가

아침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제 자리로 되돌려 놓는다


어떤 게 먼저인지

어떤 게 진짜인지

이것 같기도 저것 같기도 한

이야기들이 안개처럼 사라진다


낮이면 태연한 척 섰다가도

밤이면 불빛을 벗 삼아

강 속에 살포시 몸을 담갔다가

아침이면 남몰래 빠져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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