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 강도 어제 내린 비에
발밑까지 차올랐고
그리움의 마음도 강물처럼
바닥을 메우며 턱까지 차오른다
해등은 넘어가고 달등이 켜지는데
가을밤 강물 위에 반짝이는 윤슬들이
대낮 세상의 이야기들을
까만 강물 속에 몰래 숨긴다
강은 알아도 모르는 척
밤새 품고 노닐다가
아침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제 자리로 되돌려 놓는다
어떤 게 먼저인지
어떤 게 진짜인지
이것 같기도 저것 같기도 한
이야기들이 안개처럼 사라진다
낮이면 태연한 척 섰다가도
밤이면 불빛을 벗 삼아
강 속에 살포시 몸을 담갔다가
아침이면 남몰래 빠져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