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isdom Shine Dec 22. 2022

18. 최애 인간(2)

두 번째 최애 인간 후보인 나는 과연 어떤가. 내가 나를 분석한다는 것이 조금 웃기긴 하지만, 구슬이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면 꽤나 자기 객관화가 가능할 듯 보인다.

먼저 나는 구슬이의 케어를 주로 담당하고 있다. 화장실 청소, 안약 넣기, 목욕시키기, 발톱 깎기, 양치질, 사냥 놀이, 간단한 방 청소 등의 활동이다. 뿐만 아니라 구슬이를 좀 더 잘 돌보기 위해 검색, 고양이 관련 유튜브 시청 등 공부도 함께 해 나가고 있다. 그리고 구슬이와 함께 있는 물리적인 시간이 가장 긴 사람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구슬이의 최애 인간은 바로 내가 되어야 할 것인데 실제로 구슬이가 나를 경계하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그 경계심이 풀어져가고 있긴 하지만, 아직 나를 최애 인간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나는 잠자는 구슬이를 자주 깨운다. 이유는 단순하다. 하루에 4번 안약을 넣어야 하고, 양치도 시켜야 하고, 발톱도 깎아야 하고, 매일 청소기도 한 번씩 돌려야 하니까. 구슬이 입장에서는 내가 꽤나 귀찮은 존재일 것이다. 심지어 내가 하는 일들이 구슬이 입장에서는 썩 유쾌한 일들도 아니지 않은가. 내가 하는 일의 의미를 모르는 상태에서 구슬이에게 나는 이상한 존재임이 분명하다.

어릴 적 나의 부모님께서는 나를 혼내시고는 했다. 밥을 잘 안 먹는다고, 위험하게 논다고, 동생이랑 싸운다고. 솔직히 그때는 그 모습들이 진정 나를 위한 것이라는 것을 체감하지 못했던 것 같다. 머릿속으로는 어렴풋이 알았지만, 그때 부모님의 행동들이 미울 때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나이를 먹어가며, 부모님께서 했던 그 모습들이 진정으로 나를 위한 것임을 알게 되어갔던 것 같다. 그리고 나도 나의 딸들에게 혼을 내고는 한다. 물론 나의 딸들도 지금은 그 의미를 정확히는 알 수 없겠지만.

나는 구슬이가 나의 행동들을 언젠가는 어렴풋이나마 느낄 것이라고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 그래서 누구보다도 나를 믿고 따라주는 존재로 커갔으면 한다. 하지만 구슬이가 그런 느낌을 가지기 전까지 애석하게도 나는 구슬이에게 최애 인간이 되기는 힘들 것 같다.

마지막이다. 내 사랑하는 큰딸. 실은 큰딸 이야기를 하고 싶어 '최애 인간'이라는 주제를 정하고 글을 써 내려갔다. 팔불출 아빠라, 구슬이 뿐만 아니라 우리 딸도 온 동네 소문나게 칭찬하고 싶었던 것 같다. 먼저 구슬이와 관계없이 우리 딸 자랑을 대놓고 한 번 해보도록 하겠다.

초등학교 2학년인 우리 큰딸은 아침형 인간이다. 밤 9시면 잠자러 들어가 10시 이전에 잠들고, 아침 7시경이면 누가 깨우지 않아도 일어나는 아이다. 덕분에 나와 아내는 알람을 따로 맞추지 않고 잠들어도 지각을 하지 않는다. 아침에 일어나면 밤새 끼우고 잤던 드림 렌즈를 빼고 세수를 한 뒤, 학교에 입고 갈 옷을 스스로 찾아 입는다. 주말의 경우에는 빵과 우유, 혹은 시리얼 등을 스스로 챙겨 동생까지 챙겨 준다. 덕분에 나와 아내는 주말에 아이들이 일찍 일어나도 어느 정도 늦잠이 가능하다. 또한, 책 읽는 것을 좋아해서 TV를 보는 것보다 책 읽는 시간이 더 긴 기특한 딸이기도 하다. 대놓고 자식 자랑은 하는 게 아니랬는데, 나도 어쩔 수 없는 딸바보인가 보다. 그런데, 나만 우리 큰딸을 이렇게 바라보는 게 아니다. 바로 구슬이의 최애 인간이 바로 우리 큰딸이니까.


구슬이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gooseul_cat


매거진의 이전글 17. 최애 인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