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잃어버린 편지

편지의 시대, 장이지

by 하리


편지는 마음이다. 전하기 어려운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가장 낭만적인 방법. 편지를 쓰는 순간에는 오롯이 당신만을 생각한다. 이 편지를 읽을 당신의 눈빛을 떠올린다. 편지는 당신에게로 가고 다시 내 손에 쥘 수 없으니 되돌려 받지 못하는 나의 진심이다. 그래서 나의 편지들이 당신들의 서랍에서 사라지지 않기를 바란다. 나의 마음이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라진 나의 편지에 애도를 보낸다. 그러나 보낸 마음은 내 안에 있으므로 괜찮다. 순정한 나의 진심이 흐려졌을지라도. 꾹꾹 눌러쓴 진심의 문장이 지워졌을지라도. 하지만 당신에게도 그 마음이 남아있을 거라고. 전부 지워낼 수는 없을 거라고. 그렇게 오해하고 착각하는 건 내가 가장 잘하는 일이니까.




외워버린 편지


편지를 태우기 전 거듭 읽는다 당신이 부탁한 대로 거듭

읽어 외운다 편지는 불타고 재와 연기가 난무한다 매캐한

위치에서 홀로 나는 당신을 이해해보려 하지만 당신은 내

곁이 아니라 내 안에 있다 오, 나의 당신, 귀 안에 느껴지는

당신의 필압(筆壓), 나는 당신의 편지를 거의 외우다시피 한

다 타버린 편지는 난분분히 어두운 목소리 되어 창백한 해

를 살라먹는다 이 얻두워가는 세계로 당신은 삼켜진다 귀

안으로 흘러드는 잉크, 귀 안의 독, 귀 안의 잇자국, 나는 당

신 목소리만큼 무거운 당신의 필압을 느낀다 곁이 아니라

당신은 내 안에 있다 심장을 누르는 보라색 필기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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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