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시로서 존재하는 당신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 황인찬

by 하리

마음에도 정해진 규칙과 법이 있는 것일까.

사랑과 마음과 슬픔에 대해 생각해 본다.


시로서 당신을 쓴다.

현실에는 당신이 없으니까.

없는 당신을 불러내기 위해 나는 쓴다.

마음을 쓰는 게 시라면

내가 쓰는 문장도 시가 될 수 있을까.


마음에는 규칙도 법도 없잖아요.

무너져내리는 마음도

바닥에 나뒹구는 마음도


조각나버린 마음을 파헤친다 한들

허상에 사로잡혀 보이지도 않는 빛을 본다 한들


여전히 비는 내리고

흙탕물이 되어버린 바닥

집채만 한 파도처럼 밀려와

꼬르륵 가라앉고 만다


여기가 내 마음이구나

축축하고 뿌예서 보이지 않는


깨진 유리병 사이에 앉은 슬픔과

마당에 내려앉은 한줄기 빛이 슬퍼지는 것,

겨울비가 계속 내리고,

혼자 흔들리는 그림자를 보며 밤새 우는 사람.

영원히 반복되는 꿈 속에 갇힌 사람의 꿈.

사람이 사람으로 보이지 않고

사랑이 사랑으로 보이지 않는 것.

그 사실이 못내 슬프다.




당신의 시에는 현실이 없군요

현실에는 당신이 없는데요

(왼쪽은 창문 오른쪽은 문, 14쪽)


슬픔은 바닥을 뒹구는 깨진 유리병 사이에 앉아 돌아올 너

를 상상하고 있었다(마음, 23쪽)


사진 속에 남아 고정되고 기억 속에서 영원히 반복되는 이

미지들 사랑한다고 생각하며 사랑하고 너무 좋다고 생각하

며 너무 좋아하면서

(아는 사람은 다 아는, 27쪽)


그 여름은 뭐였을까, 자꾸 생각하게 되고

우리의 생활은 여름밤의 반딧불이 점멸하다 사라지는 것

처럼 갑작스럽게 끝나게 된다

(인화, 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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