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 황인찬
마음에도 정해진 규칙과 법이 있는 것일까.
사랑과 마음과 슬픔에 대해 생각해 본다.
시로서 당신을 쓴다.
현실에는 당신이 없으니까.
없는 당신을 불러내기 위해 나는 쓴다.
마음을 쓰는 게 시라면
내가 쓰는 문장도 시가 될 수 있을까.
마음에는 규칙도 법도 없잖아요.
무너져내리는 마음도
바닥에 나뒹구는 마음도
조각나버린 마음을 파헤친다 한들
허상에 사로잡혀 보이지도 않는 빛을 본다 한들
여전히 비는 내리고
흙탕물이 되어버린 바닥
집채만 한 파도처럼 밀려와
꼬르륵 가라앉고 만다
여기가 내 마음이구나
축축하고 뿌예서 보이지 않는
깨진 유리병 사이에 앉은 슬픔과
마당에 내려앉은 한줄기 빛이 슬퍼지는 것,
겨울비가 계속 내리고,
혼자 흔들리는 그림자를 보며 밤새 우는 사람.
영원히 반복되는 꿈 속에 갇힌 사람의 꿈.
사람이 사람으로 보이지 않고
사랑이 사랑으로 보이지 않는 것.
그 사실이 못내 슬프다.
당신의 시에는 현실이 없군요
현실에는 당신이 없는데요
(왼쪽은 창문 오른쪽은 문, 14쪽)
슬픔은 바닥을 뒹구는 깨진 유리병 사이에 앉아 돌아올 너
를 상상하고 있었다(마음, 23쪽)
사진 속에 남아 고정되고 기억 속에서 영원히 반복되는 이
미지들 사랑한다고 생각하며 사랑하고 너무 좋다고 생각하
며 너무 좋아하면서
(아는 사람은 다 아는, 27쪽)
그 여름은 뭐였을까, 자꾸 생각하게 되고
우리의 생활은 여름밤의 반딧불이 점멸하다 사라지는 것
처럼 갑작스럽게 끝나게 된다
(인화, 3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