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어떤 혼잣말

중얼중얼

by 하리

20. 어떤 혼잣말

#나의무해한글쓰기




쓰는 일도 쓰지 않은 일도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도 불행하게 하는 것도 기쁨에 날아오르는 일도 무기력에 빠지는 일도 기대하는 것도 체념하는 것도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것도 아무것도 모르겠는 마음도 너무나 알아차린 마음도 마음과 마음 사이에서도 나는 그저 한걸음 물러나지 나는 내가 아닌 타인의 마음으로 나를 보곤 해

자꾸만 주저앉는 나를 일으키는 일이 행복도 두려워하던 요조 같은 마음이 되어 숨으려는 나를 꺼내는 일이 때로는 지겹고 버겁기만 한데 어린아이처럼 마냥 즐겁고 궁금한 것 투성이에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고 함께하는 공기마저 따뜻해지는 순간도 있으니까 공기의 흐름에서도 날 선 기운이 느껴지는 나의 예민함이 피로하면서도 무던하게 넘어가지 못하는 내가 징그럽기도 하고 그래서 그런데 우리가 함께하는 시간이 어색하지 않았을까 너무 좋았다 싶으면 복기하는 밤 나의 발자국을 기어이 다시 밟고서 되돌아 걸어가 내가 했던 모든 말과 행동을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보는 건 나 자신일지도 모르지

다정한 나도 나고 무심한 나도 나지 부지런하고 계획적인 모습도 있지만 한없이 게으른 모습도 있거든 어떤 경우에 왜 저러나 싶을 정도로 예민한데 의외로 눈치 없거나 매정할 때도 있더라 낯(짝?)가리고 경계모드 장착하면 특히 더 쌀쌀맞지 좋아하는 사람에게 다정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지만 좋아하는 건 제 마음입니다? 조용하고 사람 없는 곳 좋아하고 취향이 비슷한 사람만 좋아해서 일대일이 편해 좋은 게 좋은 거지 두루두루 잘 지내야지 그런 말 싫어해 나는 그렇게는 못하겠거든 내가 좀 꼬였지 다정한 척도 한계가 있어서 주머니 속 송곳처럼 자꾸만 누군가에게 상처를 줬는지도 모르겠어 그런데 그거 아니 가장 상처 입은 건 나 자신이라고 믿는다는 거야 그게 나는 너무 끔찍해서 자꾸만 뒷걸음질 치고 말아 바라지도 않던 마음을 활짝 열어놓고 금세 닫아버리고 싶어져 그런데 닫으려는 문틈 사이에서도 빛이 새어 들어오잖아 희미한 그 빛이라도 붙들고 싶어서 문을 쾅 닫지 못했어 쏟아지는 빛은 감당할 수도 없는데 캄캄한 어둠은 더 무서워 그렇게 문고리를 잡고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애초에 내가 문고리를 잡고 있기는 했었나

빛으로 나아가려 한 거야 어둠으로 들어가려고 한 거야? 이상하게 발밑이 푹푹 꺼지고 질척하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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