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보고플 땐 눈이 온다 고명재
눈이 오면 이 책을 떠올려요.
#나의무해한글쓰기
폭설 예보가 있었다. 아침에 나오기 전에 이 책을 챙겼다. 점심을 먹으러 나가는 길에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밥을 먹고 카페에 가는 길, 머리와 어깨에 눈이 수북이 쌓인다. 세상은 하얗게 변하는 순간이 아름답다.
카페 창가는 커다란 테이블인데 사장님께 양해를 구하고 앉았다. 눈 내리는 풍경을 바라본다. 오늘은 전국에 눈이 오는 것 같으니까 당신도 나와 함께 눈을 보겠지. 이 아름다운 풍경을 우리가 함께 보고 있겠지.
"제 눈을 보세요. 제 눈 속에 무척이나 아름다운 경치가 한가득 보일 거예요." (눈 오는 밤 이야기, 다자이 오사무)
책을 읽을 때는 우스웠는데 지금은 아름답게만 느껴진다.
눈이 오면 늘 이 책을 떠올린다. 이번 겨울에는 눈을 자주 마주하지 못했다. 이렇게 겨울이 끝난 줄 알았는데. 함박눈이 펄펄 내린다.
무채를 쓰다 보니 글이 아니라 사랑이 곳간이 열려버린 시인의 문장들을 사랑한다. 아무도 보지 않을 시를 쓰고 홀로 쓰다가 사라질 시를 쓸지라도 괜찮다는 시인의 시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며칠 동안 자꾸만 쓰는 일이 어렵기만 하고 쓰지 않으면 아무것도 없으니 차라리 그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쓰는 일이 별 볼 일 없게 느껴지는 날들이 이어졌다. 함박눈과 함께 시인이 스스로에게 말해주었던 괜찮다는 말이 내 천천히 걸어 들어와 마음 안에 쏟아진다. 그게 나에게 해주는 위로 같아서 나는 또 울컥 눈물을 쏟을 뻔했다.
여전히 눈이 내린다. 오늘은 하루 종일 눈이 내리려나 보다. 머지않아 눈은 그칠 것이다. 눈은 금세 녹아 사라질 것이다. 구겨진 마음이 아니라 빳빳한 새것 같은 마음을 주고 싶었다. 그리운 것은 눈이었을 뿐 당신은 아니라고 믿고 싶었다. 당신이 그리운 눈처럼 쏟아진다. 언제든 사라져 버릴 눈을 바라보는 일이 더 애틋하다. 나의 눈사람. 내내 그립고 보고 싶은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이제 나는 눈사람을 만들지 않는다.
#하리에세이
그냥 씁니다. 매일 단조로운 일상이 지루하고 답답한 날들에서 벗어나 일상의 반짝임을 찾고 싶습니다. 특별할 것 없어 보였던 하루를 나의 무해한 글쓰기로 오롯이 나를 돌보는 특별한 하루로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저와 함께 사뿐사뿐 걸어보아요 우리.
#안녕나의하루 #일상하리 글쓰기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