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이 휴일일 때
19. 보통의 하루가 특별한 하루가 되는 순간
#나의무해한글쓰기
목요일에 일찍 퇴근하면서 설연휴가 시작됐다. 갑자기 금요일 오전까지 서류 처리할 게 생겨서 사무실에 들러야 했지만 괜찮다. 늦잠 자고 여유롭게 가서 처리하고 나오는데 햇살이 따뜻하다. 일을 안 하는 평일 오전은 이렇게 평화롭구나.
휴가를 얻었으니 카페투어를 하기로 한다.
주말에 몇 번 갔는데 사람이 많아서 들어가지 못했던 한옥카페 카페 해영에 갔다. 곶감이 유명한 동네라 곶감디저트가 유명한 카페다. 주문을 하고 나서 카페를 둘러보며 사진을 찍었다. 주문한 커피를 받으러 가니, 사장님이 아는 체를 하신다. 날이 풀리고 봄이 오면 바깥 평상에 누워 책을 보면 좋을 거라고 알려주셨다. 오랜만에 왔는데도 반갑게 맞아주시는 친절하신 사장님. 혼자서 분주하신 터라 대화를 많이 나누진 못했지만 언제나 밝고 기분 좋은 웃음으로 응대해 주셔서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밀린 다이어리를 쓰다가 사장님이 쌓아둔 책 중에 마스다 미리의 책이 보여서 읽다 보니 두 시간이 훌쩍 지났다.
봄햇살 아래 누워 책 읽으러 또 올게요.
두 번째 카페는 평일에 6시에 마감이라 못 가고 토요일에는 사람이 많을까 봐 못 가는 곳이다. 녹색평야라는 카페인데 테이블 네 개가 전부인 아주 작은 카페다. 입구에 쓰여있는데 문구가 아주 마음에 든다.
숲, 오래된 것, 책, 커피, 그리고 쉼.
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뿐이다. 쉴 때 두 번인가 와보고 정말 오랜만에 갔다. 사람이 없어서 편하게 넓은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주문을 했다. 커피와 테린느를 기다리는 동안 카페 사진을 찍고 카페스탬프를 발견해서 다이어리를 꺼내 찍어두었다. 그사이 주문한 커피가 나왔다. 자리에 앉아 또 사진을 찍는데 사장님이 조심스레 부른다.
저, 그... 맞죠? 하리님?
놀란 눈으로 바라보자 다이어리에 스탬프를 찍을 때 보고 알았단다. 전에 왔을 때 아이유 가사필사집을 사두었다고 했는데 아직도 쓰지 못하고 있다면서 써달려고 하셨다. 펜글씨는 잘 쓰지 못해서 덜덜 떨면서 썼다. 글씨보답으로 사장님이 직접 만드신 스티커를 선물 받았다.
그림을 잘 그리시는 사장님, 부럽습니다.
글씨를 쓰고 스티커를 받으며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내가 한창 빠져있는 책방 하나의 시선에 다녀오셨다길래 또 한 번 놀라고 말았다. 인연이라는 게 이렇게도 연결되는구나. 착하게 살아야지. 그렇게 책방 얘기에 대구맛집얘기, 책얘기, 다이어리얘기, 녹색평야 방명록노트(무려 미도리) 얘기, 녹색평야가 얼마나 예쁜지를 이야기하다가 녹색평야를 어떻게 하게 되었는지까지 수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카페 마감시간이 다가온다. 달리는 차 안에서 해가 지는 풍경이 아름답게 보였다. 차츰 어두워지는 풍경을 아쉬워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하루 종일 사장님만의 취향이 드러나는 아름다운 공간들을 다녀오고 나니 마음이 평온하다. 퇴근만을 기다리며 지루해하는 금요일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공간에서 보내는 특별한 하루, 평일을 휴일로 보내는 하루가 주는 행복이다.
#하리에세이
그냥 씁니다. 매일 단조로운 일상이 지루하고 답답한 날들에서 벗어나 일상의 반짝임을 찾고 싶습니다. 특별할 것 없어 보였던 하루를 나의 무해한 글쓰기로 오롯이 나를 돌보는 특별한 하루로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저와 함께 사뿐사뿐 걸어보아요 우리.
#안녕나의하루 #글쓰기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