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명사 남에게 어떤 물건 따위를 선사함. 또는 그 물건.
매주 한 곡의 노래 가사를 필사하는 필사모임이 일주년을 앞두고 있다. 일주년을 기념하여 마니또이벤트가 열렸다. 마니또가 정해지면 마니또를 위한 선물과 손편지를 준비해서 보내기로 했다. 오랜만에 편지를 쓰려니 낯설다. 손편지라는 필사모임을 하고 있고 손편지이벤트도 두 번이나 했고 손편지를 좋아해서 편지로 이어진 인연도 있다. 인스타그램으로 알게 된 사람이지만 어느 정도 친분을 쌓고 좋아하는 취미를 함께하며 가까워진 사이도 꽤 있지만 이번 마니또는 1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 낯선 사람들도 많다. 다행히 나의 마니또는 아주 낯선 사람은 아니었다. 어떤 선물을 할까 고민하는 시간은 즐겁다. 선물을 준비할 때면 오롯이 그 사람을 생각하게 된다. 상대방에게 어울릴만한 선물은 무엇일까. 상대방이 좋아하고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적당한 가격대와 취향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쉽게 고르기는 어렵다. 마니또에게는 필사모임에 맞는 선물을 준비해서 포장해 두었다. 손편지는 함께했던 시간을 떠올리며 감사의 마음을 담아 썼다.
선물을 받으면 기분이 좋다. 선물을 고르는 마음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인데 특히 나의 취향의 선물을 받게 되면 더 기쁘고 감격스럽다. 요즘은 카카오톡 선물하기를 통해 선물을 주고받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의 취향이 전부 알기란 어렵고 우리는 모두 바쁘니까 카카오톡에서 추천하는 선물로 결정하기도 한다. 가까이에 살고 있어도 자주 만나기 어려운데 멀리 살면 자주 만나기는 더 어렵다. 멀리서나마 마음을 보내는 것일 텐데 카카오톡 선물하기는 그래서 편리한 기능일 텐데 어쩐지 성의가 없어졌다고 할까. 고민하지 않고 생일에 케이크를 보내는 나를 발견할 때면 머쓱해진다. 이렇게라도 나의 마음을 전한다며 애써 합리화를 해본다. 선물을 받을 때도 마찬가지다. 챙겨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조금 아쉽다. 마음의 형태가 보이지 않고 마음을 전해지지 않는 이런 선물이 씁쓸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이제는 선물을 정성스레 고르고 전해주는 일이 자주 없다. 마음이 딱딱해진 것 같다. 다정하고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누군가를 챙기며 마음을 쓰려니 마음이 들뜨지 않는다. 일부러 씩씩하고 기운차게 살아가고 싶지는 않다. 선물같이 마음이 둥실둥실 떠오르는 날도 있겠지. 그럴 때 기쁜 마음으로 선물하게 될 것이다. 그 사람을 생각하며 이 책이 당신에게 필요할 것 같아 골랐다던지, 당신이 이거 갖고 싶다고 했지? 라며 무심한 듯 하지만 애정을 담아 전해준다던지, 일하느라 지쳐 보여 고르는 건강식품이라던지. 그런 다정한 마음을 담아 선물을 하고 싶다. 당신을 떠올리며 당신이 마음에 들어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선물을 고르고 싶다. 어느 날 문득, 나의 선물이 당신에게 가닿기를 바란다. 선물을 받으면 내가 당신을 생각했음을 알아주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