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보고서를 통해서 다시 생각해 보는 아프리카 교육봉사 활동
케냐에서의 교육봉사 활동을 마치고 돌아온 후 프로그램 보고서를 작성했는데, 몇 가지 내용을 옮겨보면서 5년 전의 나를 다시 한 번 돌아보고 있다.
Q : 미팅포인트로 가는데 문제는 없었나?
- 나이로비 조모케냐타 국제공항에 도착해 출구로 나가서 도착 안내판을 들고 있는 담당 디렉터를 어려움없이 만났습니다. 입국장에 일시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서 이미그레이션을 통과하고 짐을 찾고 세관 통과대에서 또다시 짐검사를 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는데 마중을 나온 세 명의 마을 주민들은 제가 늦게 나오게 된 이유가 당신들의 준비나 안내 부족, 또는 절차상의 문제 때문은 아니었는지 걱정하시고 계시더군요. 마음 깊이 환영 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Q : 크게 기억할 만한 즐거운 경험(혹은 불쾌한 경험 및 해결 방법)?
- 홈스테이 호스트 죠슈아 가정은 삼대가 함께 사는 대가족으로 마침 방학때라 아이들이 일곱명에 손님들과 일꾼들까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화목한 가정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많은 가족들이 손님인 저 하나의 움직임에 맞추어 제가 불편하지 않게 지낼 수 있도록 최선의 배려를 해 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동할 때 타는 차를 비롯해서 주거환경, 주변 시설 모두 불편하고 고장나고 청결하지 않아 보이지만, 그 모든 불편함을 덜어내고도 남을 환대를 돌아오는 날까지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Q : 언어 사용에 어려움은 없었나?
- 복잡하고 긴 대화는 번역기 어플의 도움을 받기도 했지만, 고아원과 학교 봉사 활동에 항상 동행해 준 켄의 센스로 그다지 어려움 없이 필요한 의사소통 할 수 있었어요. 고아원의 아이들과 학교의 학생들도 여러 나라의 다양한 언어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낯선 저에게 적극적으로 스와힐리어를 가르쳐주고 싶어했어요. 그래서 나는 너희들에게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을 알려주러 왔다는 접근보다 나는 영어도 스와힐리어도 모르지만 너희들과 함께 놀면서 영어도 배우고 스와힐리어도 배우고 싶다고 부탁했어요. 아이들이 오히려 저의 서툰 영어를 이해해주고 기다려주고 응원해주고 그러더라구요. 노트북컴퓨터에 수업 진행을 어떻게 해 나갈지 미리 프리젠테이션 자료로 준비 해서 수업 시작 전에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짧게나마 설명을 한 다음 켄의 도움을 받으며 수업을 진행했어요.
제가 준비했던 프로젝트의 대주제는 "예술가처럼 생각하고 작품 만들기"였어요. 6가지의 프로그램을 준비해갔는데 케냐의 초등학교에서 한 반에 30명씩 두 학급 60명 구성원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해야 했습니다. 계획했던 수업 대신에 셀로판지를 사용해서 물 사용이 적은 수채물감놀이, 색깔 풍선으로 동물 모양 만들기, 색연필과 채색도구를 사용해서 차가운 색감과 따뜻한 색감이 드러나는 협동화 그리기, 색종이 접기와 오려 붙이기 등의 대그룹 활동을 통해 다양한 질감의 색깔을 경험해보도록 하는 수업을 했습니다.
Q :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된 계기는?
- 27년의 직장생활 중 안식년을 맞이해서 새로운 눈으로 나, 나의 직업, 복직 후 나와 함께 할 아이들과 내 주변에 대해 생각해 볼 계기가 필요했어요. 5월에 4주간의 캄보디아 장애아동 시설 봉사활동을 마친 뒤, 아프리카봉사를 결정했어요. 아프리카의 학교 교육이 궁금하기도 했고, 퇴직하게 되면 나의 경력으로 작게나마 도움이 필요한 곳에서 가능한 봉사활동이 있을지 탐색해보고 싶었습니다.
Q : 프로그램을 통해 변화시키고 싶었던 것은?
- 반복적이고 오래된 일상에서 ‘교사’로 지내오는 동안 지나친 의무감이나 권위 뒤편에 감추어진 미숙함 또는 열정을 꺼내서 성숙시켜보기. 또한 경험을 통해 알게 된 지식을 가능한 범위 안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에 대해서 고민해보기.
Q : 프로그램을 통해 깨달은 것은?
- 제가 아프리카의 아이들에게 베풀어 줄 수 있는 것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을 했지만, 캄보디아에서와 마찬가지로 받아온 사랑이 더 많았습니다. 작은 준비에 큰 호기심과 감동을 아낌없이 전해주는 현지의 선생님들과 아이들을 보면서 미안하고 감사했어요. 색종이, 색색의 풍선과 색연필을 준비해가서 매 순간순간 재미있는 활동을 할 수는 있었지만, 오히려 제가 보여주는 물건들이 현지의 선생님들과 아이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을까 싶을 만큼 그런 재료들 없이도 재미있게 또 열심히 공부하고 가르치며 배우는 모습들에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나 자신과 내 가족만 위해 바쁘게 지내오던 일상이었어요. 가끔 여력이 되면 힘든 누군가를 위해 봉사 한 번 해 보는 일이 보람이라고 생각했었죠. 고개를 돌려보니 세상은 누가 누구를 도와준다는 개념보다는 서로가 서로를 위해 선량하게 의지하고 함께 성장해가는 곳이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