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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즈비언,
섹스하지 않아도 괜찮아.

레즈비언 섹스 Q&A

by Radsbos

대개 레즈비언을 단지 여성에게 성적으로 끌리는 여성으로만 이해하고 바라보기 때문에 레즈비언은 실제보다 과도하게 성애화되기도 합니다. 성적으로 문란하거나, 불완전한 섹스를 하는 등 오해와 왜곡으로 가득한 레즈비언 이미지는 어디서부터 비롯된 걸까요? 우리는 베일에 둘러싸인 레즈비언 섹스에 대한 질문에 답합니다.


레즈비언, 섹스하지 않아도 괜찮아


Q1

여성과 섹스를 해야만

레즈비언인가요?


올리브 그렇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흔히 레즈비언이라고 하면 여성에게 성적인 끌림을 느끼는 여자를 떠올리고, 자연스럽게 다른 여성과 성적인 접촉을 할 거라고 여기지요. 근데 실제로 여자가 여자를 만나고, 다른 여성과 자신을 연결 짓는 과정을 지켜보다 보면 여자가 여자를 사랑하는 방식은 무척 다양하다는 걸 느끼게 돼요. 어떤 사람들은 마음을 깊게 내어주는 상대와 알콩달콩한 연애를 하는데, 어떤 사람들은 “느슨한 연대”를 실천하잖아요. 섹스에 집중해서 생각해봐도, 섹스를 그다지 즐기지 않거나 아예 하지 않는 연인들도 있고요. 비슷한 이야기들이 <보스턴 결혼>이라는 책에도 나와요. 궁금하시면 한번 읽어보세요.


세계 그럴 리가요. 이성애자 여성이 남성과 섹스하지 않는다고 이성애자가 아니게 되지 않는 것처럼, 레즈비언도 똑같아요. 레즈비언에 대한 여러 편견 때문에 정체화부터가 힘든 길인 것 같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런 질문이 생긴 것이 아닐까요?


복숭아 전혀요. 서로 섹스하지 않는 이성애자들이 있듯이 레즈비언도 섹스라는 조건이 충족되어야만 관계가 정립되진 않습니다. 어떤 레즈비언들은 서로 섹스를 하고, 어떤 레즈비언들은 서로 섹스하지 않을 수도 있겠죠. 레즈비언이 갖추어야 할 인위적인 당위성을 만들고 그 안에 섹스를 넣는 것은 레즈비언이라는 존재에 대한 사회적 편견의 산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에버딘 흔히 말하는 사랑 혹 연애는 그렇게도 섹스가 중요한가 봅니다. 이런 주류 인식도 그들의 것과 다른 게 없네요. 다시금 여성이 내린 정의가 없다는 것을 새삼 느끼네요.


옥수수 꼭 여성과 섹스를 하지 않아도, 여성을 위하고 여성과 깊은 관계를 맺고 싶어 하면 레즈비언이라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2

여성 간의 섹스에도

여자 역할, 남자 역할이 있나요?


복숭아 제가 커밍아웃을 했을 때, 어떤 친구가 제게 묻던 말과 똑같은 질문이네요. 당연히 아닙니다. 저는 역할 놀이를 하려고 여성을 만나는 게 아닙니다. 섹스뿐만 아니라 여성 간 연애하는 관계 속에서도 역할을 나누지 않습니다. 애초에 여자 역할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또, 남자역할은요? 아마 머릿속에서 여자 역할은 수동적이고 리드 받는 이미지를 떠올리고 남자 역할은 능동적이며 리드하는 이미지를 떠올릴 것 같은데요. 애초에 성별로 역할을 나누어 그 안에 편견적 이미지를 덧칠하는 것 또한 혐오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옥수수 분명 여성 간의 사랑인데 왜 남성 역할이 한 사람에게 부여되어야 할까요? 실제로 레즈비언 커플 사이에서 여자 역할, 남자 역할을 나누듯 하여 역할 놀이를 하는 문화도 존재한다고 들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성애 연애 질서와 규범에서 완전히 탈피하지 못하고 이를 답습하며 이런 문화가 생긴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에버딘 그럼 레즈비언이라는 말은 왜 있죠? 성별 역할이 레즈비언 사이에도 있다면 세상은 게이 아니면 이성애자들밖에 없겠는데요.



Q3

"남자가 없는데,

여성들끼리는 어떻게 섹스해?"라는

질문이 무례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세계 이 질문에서 여성들만이 느끼는 영문 모를 불쾌감은 삽입만이 섹스라고 생각하는 남성의 시선에서 비롯됩니다. 실제로 자위하는 여성 중 삽입을 하지 않는 여성들도 많잖아요. 하지만 그것이 과연 반쪽짜리 자위라고 할 수 있을까요?


에버딘 질문을 던진 분이 무례하기보다는 딱하다는 생각이 먼저 드네요. 그에게 섹스는 남성만이 있어야 가능한, 그야말로 갇혀 그것이 전부인 줄로만 알잖아요. 제게 섹스는 페니스의 삽입이 '없어야만’ 섹스입니다.


복숭아 남성이라는 존재가 섹스를 하기 위한 필수요소인가요? 레즈비언이 여성과 여성 간이 쌓는 관계임을 알 텐데 그 관계에 남성의 존재 유무를 따지는 것부터가 무례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Q4

미디어에 나오는 여남 간의 섹스는

현실과 다른 부분이 많은데,

레즈비언 섹스도 그런가요?


복숭아 그럼요. 아무래도 과장되고 부풀려지거나, 때로는 레즈비언인 제가 느낄 때도 기괴하다 싶은 장면들도 있어요. 뭐 그런 섹스를 하는 레즈 커플들이 있을 수도 있지만, 저를 비롯한 제 주변에서는… 글쎄요. 한 영화에 나오는 체위를 보고 저게 뭔가 싶어 기겁한 적이 있는데, 실제로 레즈비언들이 그런 식으로 섹스한다는 내용을 미디어에서 다루거나 레즈비언들을 희롱하는 걸 보고 놀라기도 했어요.


데자와 한 영화에서 남성의 판타지로 점철된 체위와, 카메라 구도를 보고 불쾌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물론 불가능한 체위는 아니겠지만, 레즈비언 섹스에 대해 많은 오해가 생긴 것에는 자극적으로 연출된 영상매체의 영향이 크지 않을까 싶어요.


에버딘 그럼요. 미디어는 대개 현실 반영이 아니라 이상 반영을 많이 하죠. 그리고 그것을 통해 이상을 자꾸만 좇게 만들어 본인을 결핍된 자로 스스로 정의하게끔, 굴레를 씌우죠.



Q5

여성 간의 섹스에서는

횟수를 어떻게 세나요?


복숭아 이성간의 관계에서 횟수를 세는 건 섹스에서 남성이 우위에 있음을 보여주는 거죠. 한 가지 분명한 건 레즈비언들은 남성 중심으로 사고하지 않을 거란 거예요. 왜냐면 여성 간의 관계니까요. 그건 그렇게 이 질문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대답은 '횟수를 꼭 세야 하나? 왜? 굳이?'입니다.


세계 횟수를 센다는 것 자체가 섹스는 남성중심적이라는 것을 잘 드러내고 있는 것 같아요. 남성은 발기해서 사정하는 것까지를 1회로 친다고 하지만 여성의 오르가즘은 그보다 훨씬 다양한 범주와 상태로 나타나잖아요, 아직 여성의 신체가 남성보다 연구가 더디다는 것 또한 아쉬운 부분인 것 같습니다. 그냥 재밌게 즐기시는 것이 횟수보다 더 큰 의의가 있을 것 같아요.


올리브 세계님 말에 공감해요. 실제로 여자의 오르가즘은 남성과 달리 매우 짧은 기간에 여러 번 반복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도 있어요. 횟수의 기준이 오르가즘이라면, 어떤 여자는 하룻밤에도 수십 번을 하게 될지도 모르는 거예요. 사람들이 흔히 한 번 했다고 생각할지 모르는 성관계에서도, 알고 보면 몇 번씩이나 했을지도 모른다는 거죠. 결국은 오르가즘을 기준으로 횟수를 센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거예요.


에버딘 횟수 개념은 남성의 사정 횟수와 동치되지 않나요? 이건 여성 간의 섹스니, 횟수 얘긴 뺍시다.



Q6

레즈비언 섹스 실천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올리브 해보고는 싶은데 어쩐지 두려운 마음이 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저는 흐르는 대로 두었으면 좋겠어요. 열정이나 강한 끌림이 두려움을 이기는 때나, 두려움이 사그라드는 동시에 호기심마저 사그라들어버리는 때가 올지도 몰라요. 언제가 가장 적당한 때고 무엇이 가장 좋은 선택인지는 때가 오면 알게 된다고 생각해요. 돌이켜보면, 그 당시에는 확신이 없었을지 몰라도 결국에는 큰 문제 없이 좋은 선택일 때가 많더라고요.


세계 두려움을 억지로 이겨낼 필요도, 하고 싶지 않은데 굳이 하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언젠가 마음이 이끌려 몸이 갈 날이 오지 않을까요. (웃음)


복숭아 레즈비언 섹스에 대해 이것저것 이야기했지만 하고 싶지 않고 두렵다면 섹스를 꼭 해야만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랑을 나누고 서로를 알아가는 교감을 나누는 방법은 섹스로만 국한되지 않아요. 조금 더 알아가고 마음과 몸의 준비가 되었을 때 하고 싶다면 그때까지 기다리시면 되고, 이유가 어찌 되었든 평생 하고 싶지 않을 것 같다면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사랑을 나누는 법은 섹스와 스킨십이 전부가 아니니까요.


에버딘 그러다 평생 못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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