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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약가 Aug 18. 2023

사랑 이야기

2년만에 만나는 주영이와의 저녁은 토요일이었다. 샤워를하고 나와 입을 옷을 다리미로 다렸다. 이제 곧 만날 주영이보다 여자친구의 생각이 더 많이 났다. 그냥 저녁식사다 하며 나 자신을 설득했지만 내가 주영이를 너무나 오래 좋아했고 지난 2년간 잊어본적없는 여자와의 저녁이라는 점에서 죄책감은 불가피했다. 이것은 바람일까? 하지만 아무리 미안한 마음이 있더라도 오늘 저녁식사는 결국 일어날 일이었다. 나는 주영이와의 저녁식사를 거절할 수 없었다. 오히려 주영이와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정리하게 되는 시간일수도 있지 않은가. 불편한 합리화로 죄책감을 멀리했다. 


"토요일에도 외근한다고 고생이 많아. 아침 일찍 일어났지? 군산은 지금 많이 덥다고 들었는데, 몸 조심해서 다녀와. 일하느라 바쁠텐데 내 연락 신경쓰지 말구. 사랑해"


내가 외근을 가는 것으로 알고있는 여자친구가 남겨둔 문자였다. 




여자친구와 주영이는 서로 비슷한듯 달랐다. 둘다 섬세하고 말을 조심스럽게 하며 공감을 잘한다는데서 비슷한 공통점을 공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성격이 형성되게된 가정환경과 그들의 외모는 너무나 달랐다. 주영이는 그리 크지 않은 키에 오목조목 작은 이목구비를 가졌다. 아담하고 귀여운 이미지에 가까웠다. 반면 여자친구는 키가 크고 보다 성숙한 이미지였다. 


여자친구는 사랑이 참 많았다. 어릴적부터 받은 사랑이 많아 이것을 나눠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 내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늘 말해주었고 고맙다는 표현을 아끼지 않았다. 하루 끝에 나누는 통화에서는 여자친구가 오늘 하루 누린 것에 얼만큼이나 감사해 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힘듦없는 사람이 어디있으랴. 하지만 여자친구는 그 속에서조차 감사함을 찾을 수 있는 그런 긍정적인 사람이었다. 


주영이 눈엔 늘 아픔이 엿보였다.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항상 그녀 주변을 둘러싸고있는듯했다. 언제든 혼자가 될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음의 준비를 하고다니는듯보였다. 사랑을 원하지만 사랑을 경계했다. 타인의 마음을 금방 읽지만 공감하는 것을 조심했다. 누군가 자신을 알고 타인을 알아가는 것에 신중했다. 열어도 열어도 끝없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 문들이 그녀의 마음에 있었다. 아무리 문을 열어도 그녀가 있는 곳까지 닿을 수는 없었다. 그저 그녀가 하는 말이 좀 더 잘들릴만큼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것이 고작이었다.


나는 주영이를 위로함으로써 나를 위로하고 싶은게 아닐까 생각했다. 어쩌면 내가 채우고자 했던 것은 연인의 빈자리가 아닌 내 마음의 공허함이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첫사랑이라는 단어를 떠올릴때 생각나는 사람은 대학교 1학년 때 사귀었던 친구였다. 나와 그 친구는 같은 학교 동기였고 우리는 1년을 사귀다 헤어졌다. 헤어지자는 통보는 우리 학교 교수님이자 그녀의 어머니에게 전해 들었다. 


세상에는 그런 사람이 있단다. 널 만나기 위해 태어나 자라왔고, 널 만나기만을 기다리며 지금도 어딘가에 살고있는 사람. 그런 사람을 만날 때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거야. 어떻게든 만나질거거든. 


하지만 그런 사람이 둘이면 그때는 어떻게 해야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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