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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민 Mar 29. 2021

알바 연대기 1탄 <DVD방 알바> #1

알바 어디까지 해봤니?

나의 첫 아르바이트 이야기 


수능을 마치고 잠깐 동안의 기간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었다. 그때는 돈을 벌어서 뭐를 해야겠다가 아닌 그냥 나도 '일'이라는 것을 해보고 싶었다. 나의 첫 아르바이트는 바로 DVD방이었다. 요즘에는 DVD방을 거의 찾아볼 수가 없는데, 그 당시에는 여러 의미로 핫한 데이트 코스였다. 당시 최저 임금에도 한참 못 미치는 시급 2,700원을 받으며 나의 첫 아르바이트는 시작됐다. 


당시 인천에 살던 나는 부평 시내에 있는 DVD방에서 첫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머리가 살짝 벗어진 중년 남성의 사장님이었고, 가게보다는 주식에 온 신경이 쏠려 있는 사람 같았다. 업무 PC 말고 별도로 마련되어있는 자리에는 사장님 전용 주식 PC가 있었고, 외출하고 돌아온 뒤에는 계속 그 자리에 앉아서 주식을 하셨던 기억이 난다. 2,700원이라는 낮은 시급답게 일의 강도는 높지 않았지만, 나름 첫 직장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나는 아주 열정적으로 알바에 임했는데 시키지도 않은 매장 청소, 화장실 청소를 열심히 했었었다. DVD방 특성상 성수기 때에는 손님이 엄청 몰리고 평소에는 뜨으면 뜨으면 한 커플씩 오는 정도였다. 대부분이 아무것도 없는 평일이기 때문에 나는 늘 거슬렸던 매장 한편에 있는 쓰레기 집합소 청소를 하기로 결심했다. 가관이었다. 음료수가 눌어붙어 쓰레기봉투와 만나 쩍쩍 소리를 냈고, 날파리들이  그 찐득 거리는 바닥에 붙어 윙윙 거리고 있으며, 각종 쓰레기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이 꼴을 보고 그냥 넘어갈 수 없었던 19살의 나는 쓰레기를 다 치우고 화장실에서 있던 대걸레로 벅벅 문지르기 시작했다. 대걸레로도 감당이 안되자 나는 세숫대야에 물과 세제를 풀고 손걸레를 들고 더러운 바닥에 무릎을 꿇고 벅벅 손걸레질을 했다. 그러던 와중에 갑자기 들어왔던 사장님은 나 보고 버럭 화를 냈다. "왜 시키지도 않는 짓을 하고 있어?!". 당시 첫 알바였던 나는 너무 놀라 "죄송합니다!"라고 외치며 도망치는 화장실로 왔다. 그렇게 다시 매장으로 돌아오니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사장님은 주식을 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보고 있었다. 


사회생활이 이렇구나 라며 쓴웃음을 지으며 친구와 만나 집에 걸어갔다. 이땐 몰랐었다. 이 알바가 나를 얼마나 괴롭히게 될 줄은...




알바 연대기 1탄 DVD방 알바 #2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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