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일어서기: 직장 구하기의 도전
사직서를 냈습니다.
직장인의 로망이자 한 번쯤 상상해봤던 그 순간, “그만두겠습니다” 2015년 10월, 저는 그 말을 했습니다. 산후우울증과 사내 갈등으로 매일 조금씩 저를 잃어가는 느낌에,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었죠. 그렇게 내린 큰 결단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시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었는데, 모두 출근하고 나면 집에는 저와 갓 돌이 지난 아기만 남았습니다. 처음 며칠은 좋았어요. 출근할 필요가 없다는 해방감에 한국 드라마도 마음껏 보고, 마음이 한결 가벼웠습니다. 당시 출장이 많았던 남편을 따라 베트남 여행도 가고, 호캉스를 보내기도 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싱가포르 새댁이었던 저는 만나러 갈 친구도 없고, 하루 종일 아기와 집에만 있으니 점점 더 우울해졌어요. 한 번은 남편과 산책을 나가 벤치에 앉아 "너무 슬퍼. 당신을 따라 싱가포르까지 왔는데, 모든 게 엉망이 된 것 같아"라며 대성통곡을 했습니다. (남편, 그때 정말 미안했어요.)
낮에도 아들이 잠귀가 밝아 침대에만 내려놓으면 깨곤 했어요. 그래서 하루 종일 안고, 업고 지냈죠. 출산 때 맞은 무통주사 후유증으로 허리 통증이 심했는데, 아기를 내려놓을 수가 없어서 하루하루가 고통이었습니다.
하루는 늦은 점심을 먹으려고 겨우 잠든 아들을 침대에 내려놓고, 얼려둔 소불고기 녹여 밥을 뜨는 순간, 아들이 울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같이 울면서 눈물 젖은 밥을 먹었어요. 그 순간이 참 힘들었습니다.
물론 아들이 너무나도 예뻤고 사랑스러웠지만, 당시 제 마음속 괴로움은 너무 컸습니다. 퇴사를 하고 집에서 아이를 보면서 '아, 나는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에너지를 얻는 사람이구나', '집에서 육아를 하고, 살림을 통해 성취감을 얻는 사람들도 있다는데, 나는 다른 타입의 사람이구나', '다시 직장 생활을 해야겠다' 이러한 결론에 다다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약 두 달간의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직장을 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싱가포르에서 구인 광고를 찾아보며 이력서를 넣었죠. 서류에서 탈락한 적도 많았고, 면접에서 떨어지기도 했어요. 그러면서 자존감이 많이 낮아졌지만,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Can can lah"라는 마법의 주문을 외우며, 결국 퇴사 후 5개월 만에 한국계 대기업 싱가포르 지사에 합격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흥미로운 일이 생겼습니다. 입사한 지 2주도 되지 않아, 당시 '로켓쉽'이라 불리던 미국계 F사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저에게 연락이 왔어요. 한국 사람이 필요하다며 저를 스카우트하고 싶다고 했죠. 그 덕분에 당시 연봉을 많이 올리고 F사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하나 배운 것이 있습니다. 바로, 일을 하고 있으면 연봉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잃을 것이 없기 때문에 여유롭게 협상할 수 있고, 회사는 그 사람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요구 조건을 들어주려 합니다. 그 이후로는 힘들어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일하면서, 새로운 자리가 확정된 후에 퇴사 통보를 하게 되었습니다.
미국계 회사였던 F사에서 일하며 얻은 특별한 인연과 경험들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나눠볼게요.
혹시 여러분은 직장에서 힘들 때 어떤 결정을 내리시나요? 퇴사하며 저처럼 힘들었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여러분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